직업의 귀천이 없다는 말은 역설적이다
어쩐지 많은 사람들이 은연중에 낮게 보는 직업군이 있습니다. 택배 기사, 편의점 알바 등을 하는 사람에 대해 꼭 하대하여 문제가 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으며, 대놓고 하대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마음속에 은연중에 무시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보면 해당 직업들은 크게 전문적이지 않고, 몸으로 때우는 직업이라는 생각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왠지 공부를 많이 한 판사나 의사 집단이 사회적으로 상당히 존대를 받는 것을 보면 전부는 아니지만 그런 요인은 우리의 생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습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이 강조된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직업의 귀천을 많이 따진다는 반증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전문적인 지식을 많이 쌓아야 하는 직업은 그만큼 특수성과 희소성이 있고, 대체가 어렵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더 나은 대우를 받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경제적인 차이를 인격적 차별까지 연결 지어 버리기 때문에 많은 사회 문제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명문대를 나온 사람이 취직이 더 잘 되는 것은 어느 정도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입장에서 더 좋은 자원을 뽑고 싶은 것은 당연하고,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겨 본 명문대 졸업자가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물론 좋지 않은 대학을 나왔더라도 좋은 자원이 있을 수 있지만, 회사의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자원을 들여 최고의 자원을 뽑고 싶을 것입니다. 그 인력의 진정한 잠재력을 알기 위해 수년간 지켜볼 수는 없는 노릇이며, 단지 수십 분의 면접만으로 인력의 우수성을 알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심지에 수년간 지켜본다고 해서 좋은 자원을 뽑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때문에 좋은 자원일 가능성이 높은 명문대 출신을 더 선호하고 싶을 수밖에 없습니다. 입시 경쟁에서 한번 우수했다는 스펙이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고 더 나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많은 사람들이 불공정함을 느끼는 상황은 학연으로 능력과 상관없는 카르텔을 형성한다거나, 역시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격적으로 까지 차별을 받는 경우일 것입니다.
그런데 직업에 대한 평가는 전문성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과거에 연예인은 소위 딴따라라 불리며 천대를 받았었습니다. 과거 데뷔한 연예인들은 대부분 부모의 극심한 반대에 시달렸습니다. 현대의 연예인 부모님의 반대 이유가 실패 가능성이 높아서 라면, 과거의 부모는 광대를 시키기 싫어서였던 것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연예인을 천대하는 경우는 많이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티스트라고 존경을 받고, 인플루엔서로 환호를 받습니다. 연예인의 지위는 어떻게 이렇게 올라가게 된 것일까요?
세상의 변화에서도 많은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그 인식의 변화의 뿌리에는 연예인 자신들의 행동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딴따라라고 무시받던 시절에, 좋은 길이 있었음에도 연극 무대가 좋아 뛰어들어 가난과 싸우며 연기를 하던 배우들이 있었고, 많은 연예인들이 자존심과 품위를 지키려는 노력을 해옴으로 인해, 과거 딴따라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진정한 스타로 인정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연예인 집단의 개개인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연일 일어나는 각종 대형 추문들을 보면, 그리고 이런 추문들만 보고 자란 세대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 같습니다. 과거 선배들의 노력으로 성공한 스타들은 돈과 명예를 가질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것을 감당할 역량이 없는 친구들이 많아지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이런 일이 계속된다고 바로 연예인의 지위가 폭락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쌓이고 쌓이면 많은 사람들은 불합리함을 느끼게 되고 서서히 저물 수 있습니다. 다시 예전 딴따라로 생각하던 시절로 돌아갈지도 모를 일입니다. 당연히 모든 연예인들이 물의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그 빈도가 심해지면 모두가 그런 것으로 매도되기 쉽습니다. 모든 연예인이 괜찮은 사람이 아님에도 이미지가 좋아지고 난 후 모두 괜찮게 인식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모든 직업에 대한 평가에는 이런 상승과 하락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택시 기사는 희소성과 전문성이 높은 직업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에 새로운 교통 시스템과의 충돌이 있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생업을 위협 받음에도 비난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시스템은 시대의 흐름이고 거스를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택시 기사의 사정 역시 이해가 가는 부분임에도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음은, 그간 많은 사람들이 택시 기사에 대한 인상이 안 좋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전체 택시 기사가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택시 기사의 불편한 언행이나 바가지 등을 경험해 본 사람들로 인해 그 직업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아서 발생하는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기업에서 개개인의 평가에 최소한에 노력으로 최고의 인재를 뽑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처럼, 우리는 특정 직업을 평가할 때 자신의 한정된 경험 안에서 평가를 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집단이나 좋은 사람은 많이 존재하지만, 좋지 않은 사람의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같이 나쁘게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보다 많은 택시 기사가 본인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서비스에 신경을 썼다면 희소성과 전문성이 높지 않은 직업임에도 평가가 달라졌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전문성과 희소성이 높고, 정의로운 이미지도 가지고 있으며 최고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직종이 판사와 검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과거 영화에서 그들은 많은 부패와 권력과 싸우는 이미지로 나왔으며, 정의롭지 않은 법조인도 많았지만, 본인이 가진 특권을 내려놓고 독재 정권과 싸워온 수많은 법조인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들에 대한 비난이 상당하게 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는 그 사람들 자체의 문제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견제가 없는 권력 때문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조직이든 견제받지 않은 권력을 가지게 되면 부패가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법조인 조직 모두가 타락한 것은 아닐 것이지만, 타락한 법조인의 비율이 높아졌으며 그들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다른 직종에 비해 막강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이를 견제하려는 시도가 있으며, 어느 조직이든 본인의 권력을 뺏으려는 시도에 동조할 수가 없기 때문에 상당한 반발도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개혁이 실패한다면, 서서히 사람들 인식에 법조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아지게 되고, 결국에는 무언가가 일어나 직업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짧은 인간의 생에서 보면 이러한 변화는 너무 느려서 항상 불합리해 보일 것입니다. 항상 저평가받는 직업과 고평가를 받는 직업이 존재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로 볼 때에 그 집단이 가진 행동들이 쌓여서 결국 변화가 생긴다고 근거 없는 저만의 생각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직업에 귀천이 있는 것 같지만, 집단 구성원들의 마음과 행동에 따라 귀하게 될 수도, 천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억울한 마음을 해소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