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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 [사회] 민주/자본주의보다 더 좋은 제도는?

빨갱이 아닙니다.

by 평범한 직장인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과거보다는 분명히 공정해 보입니다. 우선 표면적으로 계급이 없어진 사회가 되었습니다. 이 한 가지 측면만 보더라도 확실히 과거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정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거 사람들은 과거 사람들대로 당시 사회가 가장 공정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노예는 자신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이며, 사람을 부리는 것이 죄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며, 실제로 착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노예를 부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과거를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민주주의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는 현대 사회의 체계가 가장 공정 한지는 미래를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사회가 전혀 다른 체계가 나타나 더 공정한 사회가 될지, 아니면 지금의 사회가 가장 공정하고 앞으로 더 불공정한 사회가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체계보다 더 좋은 제도가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 댓글을 보면 여러 사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단편적으로 안을 제시합니다. 보면 재미있습니다. “이런 일은 이거 하나만 해면 해결되는데 왜 안 하냐”, “내가 그래서 예전부터 이렇게 말하지 않았냐”는 등과 같이, 마치 누군가와 대화라도 하듯이 쉐도우 복싱을 하며 혼자 글을 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댓글의 생각은 단편적인 생각일 뿐,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 사람의 말대로 할 경우 더 큰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견들을 모아서 더 이상적인 체계를 생각해 보는 것은 드는 노력에 비하여 현실성이 적어 보입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분석하며 그 부작용을 공격하였고, 더 나은 사회를 그려 보았습니다. 분명 사회주의 이론 자체만으로 보면 자본주의보다 더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그 방법의 문제와 현실성에서 문제에서 벽에 부딪혔습니다. 특히 북한 간의 대치 관계에 있는 우리나라는 이런 이념 얘기를 생각하는 것조차 금기 시 되는 풍조가 있었기 때문에 다른 체계에 대한 생각을 하기가 더 힘듭니다.




마르크스가 꿈꾸던 사회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사회주의의 장점을 받아들인 나라가 상당수 있습니다. 복지국가를 대표하는 북유럽이 그 한 모습인데, 사회 민주주의, 줄여서 사민주의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국가들의 모습은 우리가 볼 때 한층 이상적인 국가에 가까워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국가들을 부러워하는 것은 일을 많이 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고,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시 대비가 잘 되어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좀 더 바르게 표현하자면 사회가 안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많은 국가에서 부러워함에도 이러한 체계를 모든 국가가 실현시키지 못하는 것은 결국 돈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외국인과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양권 사람들과 일을 할 때 느껴지는 것은 이들이 과연 그렇게 잘 살만큼 뛰어난가 하는 것입니다. 제가 모든 서양 사람을 만나본 것은 아니지만, 비즈니스 상 만나본 많은 사람들의 평균 능력을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과 비교해 볼 시에 그렇게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부분적인 경험만으로 단정을 지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그들이 본받을 것이 많고 우리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아프리카에 많은 가난한 사람들은 그들이 그만큼 능력이 떨어져서 그런 생활을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과연 이런 큰 경제 격차를 생기게 할 정도의 차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술적으로 여러 가지 분석이 있겠지만, 제 생각에 현재 서양이 가지고 있는 패권은 제국주의 시대의 수탈의 영향이 서양의 현재 위상을 이루는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의 수탈로 인하여 생긴 경제적 격차는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고, 또 수탈해간 문화재를 가지고 관광 장사를 하며 마치 문화가 뛰어난 것처럼 뽐내고 있습니다. 서양 국가에 대한 비평이 논제가 아니므로 이런 내용은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말하고자 하는 요는 그들이 좋지 않아 보이는 방법으로 시작점을 바꿔놓았다는 점입니다. 자본주의는 경쟁체제이기 때문에 언제까지 그렇게 이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벌써 유럽의 국가들은 조금씩 경제적으로 흔들리고 있으며, 우리의 짧은 인생에서 생각해보면 매우 긴 시간일지 모르지만, 역사적으로 그들이 패권을 잡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으므로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패권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북유럽과 같은 이상적인 사회를 전 세계 모두가 누릴 수 없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불가능하지만 아주 합리적인 분배를 할 수 있다고 쳐도, 재화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생존에 문제가 없더라도 자신이 가진 양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사람은 존재할 것이며, 더 가지려는 자와 빼앗기는 자가 나눠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더 잘 살기 위해 일을 해야 하며, 일이라는 굴레가 있는 한 마치 자유가 있어 보이지만 노예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조만간 AI의 발전으로 모든 일을 로봇이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디스토피아적 상상을 배제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인간은 역사상 최초로 일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사회가 온다면 누구든 물질의 부족함이 없는 사회가 될 것이고, 모두가 아주 풍족한 생활을 하는 이상적인 사회가 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이런 상황에 만족하고 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스트 섬에서 의미 없는 과시를 위해 Moai를 만들다 멸망한 것처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신의 우위를 과시하고 싶어 하는 욕구는 매우 강합니다. 일차적으로 로봇이 모든 재화를 만든다 하더라도 통제를 하여 빈부차를 만드는 등의 많은 상황을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 이상적인 사회를 생각을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가능성을 배제하여 봅시다. 그렇게 풍족한 사회에서도 인간은 남보다 더 우위에 있는 것을 만들고 싶어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것으로 미래에는 경쟁을 하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돈의 속박에서 풀려난다 해도 인간은 또 다른 경쟁을 만들고, 자본주의와는 다른 형태로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새로운 제도가 나타날 것 같습니다.




AI의 발전에 의한 영향은 멀지는 않지만 아직은 미래의 일이기 때문에 아직은 섣부르게 상상하기가 어렵습니다. 돈에 예속되어 있는 인간에게 자본주의, 민주주의보다 더 좋은 제도를 상상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다른 많은 이상적인 체계를 생각해 낼 수는 있겠지만, 비현실적이거나 지엽적인 아이디어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좋은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보았지만 사실 중요한 것이 빠졌습니다. 어떤 사회를 더 좋은 사회라고 불러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는 더 좋은 사회, 흔히 부르는 이상 사회에 대한 답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때문에 다음에는 이상 사회에 대해 더 근원적으로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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