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평등해야 하는가?
초등학생 시절 방구석에 앉아서 여러 생각을 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시절 많이 생각한 것은 당연한 것들에 대한 반론입니다.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 것은 이 사회에 당연한 진리입니다. 하지만 전쟁 때는 사람을 죽이는 것을 미덕으로 여깁니다. 전쟁 영화를 보면 자신의 가족이 적을 잘 죽여서 전쟁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올 것을 바라며 기도를 합니다. 적에게도 분명 가족이 있을 텐데요. 신은 분명히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고 할 텐데요. 심지어 사람을 잘 죽인 사람이 영웅이 되는 것이 이상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이 정도의 짧은 의문에 그쳤던 것 같지만, 이후 이런 식으로 계속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고 있는 것을 꼬리를 물고 의문을 던져 보다 보니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제가 모든 정의를 생각해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절대적인 정의를 찾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많은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지 못하여 비난을 할 때를 보면, 각자 다른 기준의 정의관이 충돌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것을 보며 자신의 정의를 절대적이라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정의에 따라 살게 되면 서로에게 큰 피해를 주며 혼란스러운 사회가 될 것입니다. 사기를 당한 사람이 바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제재하지 않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하에 자유를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간은 누구나 서로에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영향을 주며 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가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인지를 정의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때문에 찾은 타협점이 법률이나 도덕 같습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도덕보다는 법률에 더 많이 의지를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법률은 절대적 정의가 아니기 때문에 완전할 수는 없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법률의 불완전함이 어쩔 수 없음을 알고 사회 유지를 위해 법률을 잘 따릅니다. 때때로 제대로 입증을 못하거나 상황이 애매하여 쌍방이 잘못이 있는데 약간 더 억울한 판정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 안타까워하더라도 크게 화를 내는 경우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남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인 사람들이 크게 분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당히 높은 확률로 특혜를 받았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입니다. 특히 사회 상류층이 이런 특혜를 받은 경우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분노를 하게 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법률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조금 다른 판결이 나올 경우 조금 화를 내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생각하는 정의의 범주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특혜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분노는 상당히 높습니다.
사실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개념이 생기기 전에 일부 계층의 특혜는 당연히 생기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인간의 역사에서 불평등한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기간이 압도적으로 길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위아래를 나누고 위로 올라가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에 있지 않나 싶은 생각도 합니다. 당장 학교를 들어가도 부류가 나눠지게 되고, 직장 생활 역시 계층이 나눠집니다. 군대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가끔 이런 불평등을 자극하는 말이 소위 사회 지도층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오랜 기간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본성을 자연스럽게 표출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인간이 모두 평등한 가와 평등이 정의로운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또 다른 큰 주제가 될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의 논의를 제외해 놓고 가만 잘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불평등에도 화를 내지만, 불공정에 진심으로 화를 내는 것 같습니다. 똑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결론이 나올 때, 법률이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국가에 대한 실망을 하게 됩니다. 어찌 보면 인간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불평등이 발생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고 그 정도에 대한 논쟁이 불가피하지만, 불공정은 사회 대부분 구성원에 큰 분노를 일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분명 증거가 명백하고 보통 사람 같으면 평생 감옥에 가야 할 일을 저질렀음에도 집행 유예로 풀려나는 사람들을 보며 분노를 하게 되며, 이러한 분노가 심해지면 사회에 대한 분노가 됩니다. 법조계가 권위가 유지되어야 사회가 유지가 되는데, 그러한 법조계가 이러한 불공정한 판결이 누적됨으로 인해 사람들로부터 무시를 당하게 되면 사회는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법률은 너무 어렵고 근엄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상해도 그러려니 따라갔지만 시대가 조금씩 변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지식수준도 올라가고 권위주의가 점점 통하지 않게 되었으며,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판결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너무나도 잘 모르는 사람조차도 본인이 정답인 것처럼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것이 도리어 문제가 될 정도로 권위자의 권위가 축소된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법조계는 상당히 폐쇄적이며 감시를 받지 않고 큰 권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죽이고 살릴 수 있는 큰 권력에는 그만한 책임이 있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다는 의문들이 계속 생기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사람의 권한을 넘어서는 권력에 정의롭지 못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학생에게 공부에 대한 질문을 하고 합당한 질책을 하는 것에는 분노를 느끼지 않지만, 성적으로 희롱하는 말을 할 경우 분노를 느낍니다. 그리고 그런 질문을 한 사람을 신고했는데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으면 불공정하다 느끼며 진정으로 분노를 하게 됩니다. 사실 자신의 권한 범위 밖의 권력을 행하려는 시도는 어찌 보면 항상 있어왔습니다. 그리고 그냥 넘어가는 상황도 많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건을 볼 경우 사람들은 혀를 차는 정도로 분노를 하고 넘어갑니다. 하지만 최소한 그런 행위가 발각된 이후에도 적당히 물타기를 하거나 덮는 상황을 보면 불공정을 크게 느끼고 심지어 사회에 대한 불신이 생기게 됩니다. 남의 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허탈함을 가지게 되며, 이는 개인의 행복과 영혼에 크게 나쁜 영향을 주게 됩니다.
각 케이스 별로 정의를 따진다면 정말 수많은 의견이 나오게 되고, 정의를 찾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명백한 불공정에는 사람들이 분노를 하고, 정의롭지 못하다고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쩌면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