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계책과 이익을 헤아려 듣게 되면 그것이 곧 유리한 형세가 되고, 그 바깥으로 출병한 군대를 도와주는 것이다. 세란 유리함에 따라 권변을 만드는 것이다.
전쟁이란 속이는 도이다. 따라서 능력이 있는데 적에게는 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군대를 쓰되 적에게는 군대를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하며, 가까운 곳을 노리면서 적에게는 먼 곳을 노리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먼 곳을 노리면서 적에게는 가까운 곳을 노리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롭게 하면서 적을 꾀아내고 내부를 어지럽게 하여 적을 습격한다. 적이 충실하면 적을 방비하고, 적이 강하면 적을 피하고, 적이 분노하면 그들을 소란스럽게 하고, 적이 낮추려 들면 적을 교만에 빠지게 하고, 적이 편안해하면 그들을 수고롭게 만들고, 적이 친하게 지내면 그들을 이간질하라. 그들이 방비하지 않는 곳을 공격하고,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출격하라. 이것은 병가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이니, 정말로 미리 전수해져서는 안 된다.
양영순의 웹툰 덴마에는 전 우주에서 가장 돈이 많은 고산 공작 가문이 등장합니다. 이 가문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격언이 있는데, 바로 "모두에게 믿음을 주고 누구도 믿지 마라"입니다. 덮어놓고 믿다가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리더로서는 실패할 것입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보면 공사 기간을 맞추기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계약자가 공기를 지키지 못하면 발주처에서 LD(Liquidate Damage)를 부과할 수 있는데, 보통 지연되는 날 수 비례하여 계약자가 벹어야 할 금액이 올라가며 최대 계약금액의 10%까지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예상될 경우 계약자의 권리로 EOT(Extension of Time)을 신청할 수 있는데, 발주처 귀책, 불가항력(Force Majeure)등의 상황으로 지연되었음을 증명하면서 공기를 연장해 달라고 요청하는 행위입니다. 공기 연장이 인정될 경우 계약자는 늘어난 공기에 대한 비용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는 계약적으로 싸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손해를 증명하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만들어야 하며, 대부분의 계약은 계약자가 불리하기 때문에, 발주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잘 끝내는 것이 최선입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싸움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며, 이런 경우 결국 전쟁을 해야 합니다.
전쟁이 시작되면 상대방의 수를 읽어야 합니다. 상대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서는 승산이 없습니다. 예를 들면 EOT를 제출할 때 기간 및 보상 금액을 부풀리는 것이 기본입니다. 발주처 역시 최대한 보상 금액을 줄이려고 하기 때문에 순진하게 보상받으려 하는 목표 금액을 오픈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면서도 부풀린 금액이 사실임을 계속해서 어필해야 합니다. 최종 협상이 아닌 이상 섣부른 마음으로 금액을 깎아주게 되면, 발주처는 계속해서 금액을 깎으려 들 것입니다. 협상을 위해서는 모든 가능한 상황을 설정해놓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며, 입장을 바꿔 발주처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대응을 뽑아내어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 대응을 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업계에서 발주처와의 분쟁은 계약자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한 구도가 되기 때문에 더 치밀한 전략과 허를 찌르는 대응이 필요합니다.
같은 일을 해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지 차이가 납니다. 내부적으로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점검하여 손익 보고를 하게 됩니다. 이때 전략적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프로젝트 매니저는 어느 정도 본인이 숨겨놓을 수 있는 돈을 가져간 상태로 이익률을 보고합니다. Risk가 많은 프로젝트에서 빠듯한 이익률로 보고했다가 빵꾸가 나면 낭패를 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더 큰 이익이 예상됨에도 적게 보고를 한 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익률이 개선되면 최고의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며, 같은 이익이 났음에도 애초에 높은 이익률을 보고했다가 이익률이 축소되면 문책을 받게 됩니다.
업무를 하는 팀원 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인이 끝낼 수 있는 기한보다 조금 더 여유를 고려하는 말할 필요가 있습니다. 항상 업무를 하다 보면 여러 가지 변수가 있는데, 정말 간신히 끝낼 수 있는 기간을 말하고 지키지 못하면 큰 계획을 조율해야 하는 리더의 입장에서도 난감하게 됩니다. 변수를 고려하여 완료 가능한 날짜에 여유 치를 감안하여 말하고 일정을 지키는 직원은 나쁘게 말하면 속인다고 할 수 있지만, 유능하고 프로페셔널한 직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속이는 것이 어감이 워낙 부정적이다 보니 안 좋은 의미로 생각할 수 있는데 서로가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상황에서 정공법 만으로는 이길 수 없습니다. 광고도 소비자에게 그 물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끔 만들어 더 많이 팔기 위해서이며, 법원에서 재판을 하는 상황 역시 한쪽은 죄를 최대화하도록 만들고, 한쪽은 최소화하게 만들기 위해 싸웁니다. 이 모든 행위는 서로를 속인다고 표현할 수 있고, 표현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지만 이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입니다.
속인다는 말을 잘못 해석하면 부정을 저지르라는 뜻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부정으로 단기적으로 승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본인뿐만 아니라 회사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서로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최대한 상대방이 방비하기 힘든 부분을 찌르는 것이 속이는 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저희 회사는 보수적이다 보니 전략을 고민하는 시간보다 멋지게 PT를 꾸미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매우 좋지 않다고 볼 수 있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 보기 좋게 PT를 만들고 윗사람한테 보고하면서 코멘트 하나하나에 내용이 바뀌고 수정하다 보면 매우 일반적이고 평범한 전략만이 도출되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프로젝트 초반에 만들어지는 사업 수행 계획서를 보면 화려하지만 평범하며, 일부 새로운 시도는 디테일이 부족하고 슬로건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멋있는 PT보다는 창의적인 전략을 도출할 수 있도록 지위에 상관없이 모두가 의견을 내고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합니다. 리더는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리딩하고 잘못 흘러가는 방향을 잡아줄 필요는 있지만, 팀원이 하려는 말을 막아서는 안됩니다.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잘 준비된 프로젝트라도 이와 같은 플러스알파가 없다면 성공을 위한 마지막 하나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중에 쓸 6장의 허실 편은 손자병법의 백미로 꼽히는데, 바로 이 속임수, 허를 찌르는 전략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