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 오래 사는 방법
19세기 물리학자들은 다소 거만했던 것 같습니다. 유명한 실험 물리학자였던 앨버트 마이컬슨은 "이제 자연의 기본원리는 대부분 분명하게 밝혀졌다."면서 득의양양했고, 영국의 물리학자 켈빈은 "이제 물리학에 남은 일은 기존은 측정값들은 소수점 이하 자릿수를 늘려가는 것뿐이다."라고 자신 있게 공헌했습니다. 상대성 이론이 발견되고 급격하게 현대 과학을 발전시킨 과학자들은 흑체 복사 문제 같은 사소한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현재 있는 이론으로 모든 설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남은 문제를 풀려고 시도한 닐스 보어는 흑체 복사를 설명할 수 있는 식을 만들어냈고, 이는 완전히 새로운 이론인 양자 역학을 탄생시키며 물리학자들에게 아직 모든 것을 안다고 말하기에는 한참 멀었음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과거에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여러 번 겪었던 과학자들은 요즘 어떤 이론도 100%라고 잘 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이론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현재로서 가장 많이 검증된 이론이기에 맞다고 가정을 하고 모든 연구를 하지만, 언제나 틀릴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습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틈에서 과학계를 뒤집는 새로운 이론을 경험했기에, 작은 틈 하나도 확인하고, 설명하려고 하며, 이는 지금의 빠른 과학 발전을 이룩하게 된 토대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생존에 유리한 방향을 논의할 때는 이런 합리적인 방식이 사용되지 않습니다. 각자 자신이 믿고 있는 신념에 의해 기존에 다수가 지지하는 이론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지지하지 않는 수준을 넘어서서, 다수가 지지하는 이유를 전혀 듣고 보려 하지도 않으며, 듣고 보더라도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논리적인 반박을 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하는데 일단 모르는 것이 첫 번째 문제이고, 알더라도 논리가 아닌 프레임 씌우기와 인신공격을 할 뿐, 제대로 된 반박을 하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서로 논리적인 대화를 하려 해도 이미 진영을 갈라 서로 비난하는 모습을 수도 없이 보게 됩니다. 이 때문에 사회는 과학 같은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 의미 없는 인생에서 생존을 강렬하게 추구하는 인간의 속성을 기반으로 기존의 모든 현실을 생각해보려 합니다. 데카르트가 "나는 존재한다. 고로 생각한다."를 생각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처럼, "삶은 의미가 없고, 인간은 생존을 강렬히 추구한다."는 것을 생각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입니다. 그리고 생각의 룰셋을 바로 과학의 방식에서 따올 생각입니다.
우선은 각 분야에 정설로 잡혀 있는 주류 이론을 살펴볼 것입니다. 통신의 발달과 자유의 신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게 되었지만,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전혀 듣지 않는다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안에 대해 학습하지 않고 대충 느낌으로 자신의 의견을 정해버립니다. 적은 정보로 의견을 정하려다 보니 자신의 뇌로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이 속해있는 파벌의 의견을 자신의 의견으로 대체시켜 버립니다.
과학자 중 누구도 기존의 이론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과학자들 중에서도 정설이 아닌 내용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정설로 인정받기 전까지는 주장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현재 주류 과학 이론은 그간 수많은 반론을 가장 많이 반박해 내고 검증을 통과하여 살아남은 이론이기에 이를 무시하고 연구를 시작할 수 없습니다. 각 분야의 이론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어느 정도 그 분야를 아는 것이 무조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 분야와 거리가 먼 사람이 볼 때는 어이없어 보이는 내용도 자세히 살펴보면 근거가 꽤나 튼튼하게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존의 정설을 이해한 후에 과연 이 내용이 인류의 생존에 유리한지를 판단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종교적 신념, 이념이나 사상에 얽매이지 않고 최대한 순수하게 편견 없이 판단을 해보고자 합니다. 저 역시 사람이기에 무의식 중에 어딘가 얽매이는 논리를 펼칠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해보고자 합니다. 제가 내린 나름의 결론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더 엄밀하게 판단할 수 있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남습니다.
지금까지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을 다뤘다면 이제부터는 이를 기반으로 현실을 살펴보겠습니다. "인간은 강한 생존 본능을 가지고 있다."가 대전제이므로 역시 시작은 먹고사는 문제가 좋을 것 같습니다. 경제부터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