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어떻게 최고의 기업이 되었나?
'쿠팡은 어떻게 최고의 기업이 되었나?'를 작성하게 된 계기는,
한국경제 기사 중, 쿠팡의 조직문화를 정확하게 알려준 기사를 접했기 때문입니다.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305168799i
제가 쿠팡을 다닌다고 했을 때,
2017년까지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월급은 잘 나오냐?"였습니다.
지속되는 적자에 주변 많은 지인들로부터 "쿠팡 괜찮은 거냐?"라는 말을 항상 듣곤 했습니다.
쿠팡의 적자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이렇게 답하곤 했습니다.
"수영에서 가장 빠른 영법은 잠영입니다. 쿠팡은 지금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잠영을 하고 있는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계획된 잠영(=계획된 적자)입니다. 잠영도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수 있습니다. 쿠팡은 충분히 그럴만한 체력도 있고, 계획도 있습니다."
다시 위에서 언급한 한국경제 기사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한국경제 기사에서는 쿠팡의 비대면 회의를 쿠팡의 경쟁력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쿠팡에서 지금까지 비대면 화상 회의가 가능한 상대방의 표정과 뉘앙스를 읽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로지 업무에 관해서만 얘기한다. 상사가 지시하고 부하가 따르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권한과 책임 범위 내에서 치열하게 토론한다. 대표 등 임원도 예외가 없다.
- 한국경제 _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2023.05.19) 기사 내용 중-
일반적인 회사들과 비교해 보자면,
다른 조직들이 보고를 할 때, 쿠팡은 회의를 합니다.
일반적인 회사들의 회의 과정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1) 문제가 발생합니다. (보통은 문제라고 주장한 사람이 야기한 문제인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2) 임원이 문제 해결책을 가져오라고 지시를 하며, 회의를 하자고 합니다.
3) 팀장은 팀원에게 빨리 보고서를 작성하고, 회의도 준비하라고 합니다.
4) 팀원은 뭐가 문제인지도 모른 상태에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회의 준비를 합니다.
5) 해당 분야에 가장 전문가이면서, 책임을 져야 할 임원, 팀장들은 지시만 하고 윗사람 눈치만 보니, 제대로 된 문제해결이 도출될 수가 없습니다.
6) 회의 결론은 둘 중 하나입니다.
'임원의 호통(=왜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하는 건데?)' 또는
'그래도 우리는 할 일은 했어.(=책임은 우리가 안 지니깐 되었어.)'라는 자기 안위.
쿠팡의 회의는 다릅니다.
1) 계획과 다른 수치가 대시보드(Dash-Board)에 나타납니다.
2) 프로젝트에 관여된 모든 사람들이 문제를 인식합니다.
3) 문제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이 회의를 소집하며, 참석 대상자를 정합니다. (보통의 경우에는 관계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회의에 참여합니다. 누군가를 책망하는 자리가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4) 회의자료는 필요 없습니다. 이미 모두에게 공유되어 있는 대시보드를 각자 보며 논의를 시작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보고'가 아닌 '회의'라는 점입니다.)
5) 해당 분야에 가장 전문가인 사람들(=당연한 것이지만 레벨이 높은 사람일수록 전문가입니다)이 문제의 원인을 설명해 주고, 나아가 개선방안도 제시합니다.
6)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도 각자의 역할에 맞게 추가 의견을 내고, R&R에 따라 회의 종료 즉시 Action-Item을 실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보고를 위한 보고, 회의를 위한 회의, 보고서를 위한 보고와 같은 절차는 전혀 개입할 수 없습니다. 회의 참석자 모두가 '책임추궁'이 아닌 '문제해결'만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쿠팡은 문제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보고를 하지 않습니다.
쿠팡은 최적의 문제해결 방안만을 격렬하게 토론하는 회의만을 추구합니다.
제가 쿠팡을 떠나 한국 대기업에 입사하여 느낀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회의문화였습니다.
항상 임원분의 눈치를 살펴야 했고,
임원의 이야기는 항상 옳아야만 했습니다.
문제는 임원의 이야기를 그대로 실행했기 때문에 발생했는데,
문제 해결방안도 임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책임소재를 다른 어딘가로 떠 넘겨야 했습니다.
(임원은 "왜 시키는 대로도 못하냐?"라고 말하며, 책임소재를 직원들에게 떠 넘깁니다.)
심지어 문제는 해결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보고는 잘 끝나서 다행이다."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임원실을 나옵니다.
쿠팡은 보고가 아닌 회의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쿠팡의 첫 번째 성공비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