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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미 Feb 25. 2022

내 안의 덫

어제는 종일 내가 받아들이지 못한 불완전한 최선에 매달려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지 못했고 어제 무리한 여파인지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몸살기가 있어 오늘 출근하지 못하겠다 연락하곤 내내 잤는데 깨고나서는 죙일 이 생각 뿐이었다.

반복되어온 상황이고, 이게 두려워 좋은 일할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망설였고, 역시 반복되었지만

그걸 내내 피하고 덫을 놓은건 나였다.



지나가는 차를 보면

누군가 나를 밀어 치일 것 같고

그러면 아프겠지 싶었다.

누군가 밀지 않더라도

내가 그쪽으로 쓰러질 것 같은 예감 같은 게 들었다.


내 안의 덫을 눈치챈 건 이미 시간이 많이 흐른 후였다. 아마도, 내가 날 밀치고싶은거겠지. 나를 죽이고싶은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왜 그럴까. 들여다보기 시작하자, 너무나도 큰 문제라고 생각했던 건 사실 별 것 아니었다. 나를 아프게 하고, 나를 더 힘들게 하는건 바로 나였다. 그래놓고서 나를 죽이고 싶어하는 것도 나였다.


결국, 내가 만드는 일이었다.





어처구니가 없다. 아직 죽기엔 살아서 하고싶은게 많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적이 내 안에 있었다. 못할 것 같으면 그만두면 되고, 어려운 건 조금씩이라도 해내면 된다. 완벽히 잘못하지 않을 순 없겠지만, 그게 대수인가. 나를 죽이는 것 보다야 낫지.


나쁜 새끼, 그렇다고 죽이고 싶어 해? 이거 아주 질 나쁜 놈이구나.

그러나, 내딴엔 덫을 놓는게 최선이었던 거겠지.

그렇지만 그렇다고 날 죽이려하는건 용납할 수 없다.


나는 살아야겠다. 정신이 들었다.









*2019년 10월 17일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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