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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미 Dec 09. 2021

장작

'... 많고 깊은 갈등 속에 나는 조금씩 무너져 갔다.

내 모든 것을 불태우고 남은 자리엔

무너진 나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


제출한 비평문 위에 올린

교수님의 평 한 줄.


"더 남은 힘이 없을 때까지 스스로를 불태웠던게야.

그것도 충분히 가치가 있어."


타고 남은 재 위에

눈물이 후두둑 쏟아졌다.


"각자의 여정이 한순간에 유토피아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걸 모두가 잘 알고 있지.

그래도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한 걸음을,

더 나은 내일이 올거라 희망하며 밟아가는 걸게야.


오늘의 행동을 옮기는

너와 같은 행동파들이

실은 가장 긍정적인 사람임을

선생님은 믿어 의심치 않는단다.


오늘 무언가 이루지 못할지라도,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 문제와 약자에 연대하다보면,

어느날 각자의 역량을 크게 발휘할 날이 올거야.

그동안은 너 스스로를 더 돌보고 사랑하렴.

힘내!"


마른 장작을 차곡차곡 쌓듯이.

언젠가 불을 확 댕기길 고대하며

지난날 모든 장작을 확 태워버렸으니

새로 나를 사랑해야지


새로 나를 사랑해야지.






2018년에 썼던 시다.

세차게 타올랐던 장작은

불길이 거셌던 만큼 처참하게 식었고

잿더미 위에는 여린 꽃이 피었다

잘 돌보아주어야지

나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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