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73일
어느덧 가을이 시작된 9월! 이맘때면 추석만큼이나 큰 나라의 행사가 있죠. 바로 '수능'입니다.
오는 6일, 마지막 9월 모의평가 날이라 수험생들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었을 텐데요.
하지만 공부를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아마 생각보다 그렇지 못한 결과가 더 많을 거예요. 노력하지 못한 탓이 있을 수도 있지만, 다양하고 많은 변수들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노력이, 그리고 실패가 마냥 허투루 돌아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공부를 하고, 그만큼의 실패를 겪은 동아시아 최초 바티칸 변호사인 한동일 교수님이 쓴 <한동일의 공부법 수업>의 한 구절을 옮겨보아요.
주변에 수험생이 있다면 한 번씩 공유해서 마음을 다독여주시길 바랍니다 :)
출처 : 도서 『한동일의 공부법 수업』
나무를 가장 정확히 볼 수 있는 계절은 언제일까요? 바로 겨울입니다. 풍성한 녹음도 화려한 단풍도 모두 다 지는 겨울, 나무의 가장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납니다. 얼마나 많은 가지가 뻗어 있는지, 그 가지들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우리는 볼 수 있습니다. 나무들로 뒤덮여 보이지 않던 산의 모습도 겨울에는 정확하게 드러납니다. 전체의 윤곽과 능선. 세세한 골짜기까지도 우리는 볼 수 있죠.
공부하는 사람도 겨울나무와 같을 때 자기 자신을 잘 볼 수 있습니다. 허세와 겉치레, 핑계와 변명을 다 버리고 나면 비로소 본모습이 드러납니다. 공부를 위해 책상 앞에 앉은 자신 말이죠.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공부를 잘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핑계와 변명을 다 버리고 나면
비로소 나타나는 자신의 본모습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나무의 모습은 공부하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겸손한 자세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해야 할 것들을 치열하게 마주하고 그것들을 묵묵히 해나가야 합니다. 겨우내 나무에는 잎이 남아 있지 않지만 죽어버린 것이 아닙니다. 다시 잎을 피울 때까지 찬바람을 견디며 묵묵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찬 바람에 스스로 가지치기도 하고, 한 해 동안 함께 한 나뭇잎도 미련 없이 떨어뜨립니다. 지루하고 지난한 공부를 해나가는 시간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가지에 얼마 달려 있지 않은 나뭇잎에 집착하고 그걸 공부하지 않는 자신의 보호막으로 삼습니다. 그보다는 “내 능력이 좀처럼 향상이 되지 않는데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허세를 부리면 공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출 수 있을 거라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허세란 공부를 제대로 안하고 있다는 걸 반증해줍니다. ‘실제의 나’와 ‘내가 평가하는 나’ 사이의 간극을 정확하게 모르거나 모른 척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그러다가 남이 이룬 것을 부러워하고 시샘하는 못 난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아는 사람들이 잘됐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기사를 접할 때, 저는 부러워하거나 질투하기보다는 그들의 노력과 수고를 먼저 떠올립니다. 그러면 마음이 편해지고 저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되죠.
첫 구두시험을 완전히 망치고 외국인 찬스로 생각보다 좋은 점수를 받은 부끄러운 제 모습은 잎이 다 떨어진 채 삭풍이 부는 들판에 서 있는 겨울나무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법률 용어를 몰라 일일이 사전을 찾아야 했고, 시간은 없고 공부할 것은 많은 총체적인 난국 속에서 제 실력의 실체를 뼈아프게 확인하며 자존감과 자신감이 극도로 낮아졌지만 이 시간이 저에겐 꼭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겸손하지 못했던 저에게 처방된 쓰디쓴 약이었으니까요.
공부를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실패가 축적되어 오늘날의 우리가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실패는 정지가 아니라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노력하는 과정에서 거둔 실패라면 우리는 당당하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실패했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나아가게 되면 훗날 후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게 이른바 성공한 삶이 아닐까 합니다. 시간이 흘러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게 되는 어느 날 스스로에게 “나는 살아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Non me paenitet vixisse 논 메 패니테트 비씨쎄”라고 말하려면 지금의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 질문을 지금 제게도 해봅니다.
*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따스한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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