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80억 인류, 가보지 않은 미래』
인구통계학이 매우 복잡해보일 수 있지만, 인구의 변화는 세 가지 힘에 의해 움직인다.
출산과 죽음, 이주
보다 공식적이고 정확한 용어로는 FMM, 즉 출산, 사망, 이주라고 말할 수 있다(우리나라 통계청에서는 출산력, 사망력, 국제이동, 국내이동으로 부른 다-옮긴이). 출산, 사망, 이주라는 다이얼을 저마다 다른 강도로 돌리면, 크게 세 가지 형태로 인구 변화를 창출할 수 있다. 인구의 크기와 분포, 그리고 구성이 그것이다. 인구 분포에 대해서는 앞에서 살펴보았고 여기서는 크기와 구성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다.
먼저 인구의 크기다. 한 나라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일반적으로 인구 크기와 관계가 있다. 인구가 많다는 것은 잠재노동력과 소비 시장이 크다는 뜻이다. 인구 크기는 또한 군사력을 신장시킬 수 있다. 인구가 많을수록 분쟁이 생겼을 때 동원할 수 있는 잠재적 군인의 수가 많아진다. 물론 예외도 있다. 인구가 고작 1,100만 명에 불과한 쿠바는 2차 세계대전 이래로 전 세계적으로 지나칠 정도로 정치적 주목을 받는 나라가 됐다. 마찬가지로 인구가 2,100만 명에 불과한 북한도 그와 유사한 나라에 속한다.
인구가 한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국력의 유일한 원천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페르시아만 국가들은 석유를 이용해서 전 세계에 매우 효과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대다수 지도자들은 일반적으로 인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말한다. 내 의견을 말하자면, 인구의 크기보다는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인구의 크기가 어느 방향으로, 또 어떤 속도로 변화하는가는 인구의 역학관계를 가늠할 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어떤 나라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어떤 나라는 인구 정체 상태이며, 또 어떤 나라는 점점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출산과 사망, 그리고 이주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가에 따라 인구 변화의 양상도 달라진다. 캐나다인의 출산은 수십 년 동안 대체출산율에 못 미치는 상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사망률이 낮은 상황에서 이민 가는 사람보다 오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서, 오늘날 캐나다의 인구는 늘고 있다. 반면에, 보스니아와 헤르체고비나는 사망자수가 신생아수보다 더 많고 이민 가는 사람이 오는 사람보다 많아지면서 인구가 줄고 있다. 인구의 크기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출산과 사망, 그리고 이주가 서로 다른 차원에서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더욱 흥미로운 인구 역학 관계는 인구 구성이다. 각각의 사회마다 청년과 노인, 남성과 여성, 인종이나 민족 집단 등의 구성 비율이 다르기 마련인데, 이런 구성의 차이는 사회의 정치와 경제, 사회관계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인구 구성의 첫 번째 유형은 인종, 민족, 종교가 가리키는 정체성이다.
동료 정치인구통계학자인 모니카 더피는 전 세계에 독립국가가 200개도 안 되지만, 민족과 인종 집단은 수천 개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일부 나라들은 국내의 그런 차이들을 평화롭게 조정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집단 학살의 고통을 겪거나 출구 없는 내전에 시달리고 있다.
인구 구성의 두 번째 유형은 성性이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오래 산다. 따라서 어느 사회든 최고령자는 대개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다. 페르시아만 국가들은 유전油田에서 일하기 위해 인도 아대륙에서 무리 지어 국경을 넘어 오는 남성들이 많다. 때문에 경제활동 연령에 있는 남녀 간의 성비가 엄청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일부 사회, 가장 대표적으로 중국과 인도에서는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태아가 여아일 경우 낙태율이 매우 높아서 신생아의 성비가 극도로 편향되어 있다.
인구 구성의 세 번째 유형은 나이다.
인구 변천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출산과 사망의 다이얼이 낮은 쪽으로 돌아가면 일어난다. 대개 국가는 인구 연령이 매우 젊은 상태에서 시작해서, 인구 변천 과정을 거쳐 완성 단계에 이르는 연령 구조 변화age-structural transition 과정을 거치게 된다. 연령 구조 변화란 젊은 연령 구조에서 늙은 연령 구조로 이동하는 것을 말하는데, 나이지리아가 초기 연령 구조라면, 일본은 완성된 연령 구조다. 연령 구조 변화 과정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중국과 독일, 일본, 이탈리아, 러시아, 한국, 그리고 미국은 주된 경제활동연령층(20세 에서 64세까지) 인구가 이미 정점을 지났다.
인구 구조의 마지막 유형으로 세대가 있다.
사회는 또한 세대에 의해 형성된다. 세대 또는 코호트cohort는 공통된 인구통계학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집단을 일컫는다. 세대는 중요한 인생 단계에서 역사적으로 큰 사건들이 일어날 때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역사적 환경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명칭이다. 예컨대,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개인의 견해와 신념이 형성되는 시기인 사춘기와 청년기에 일어난 베트남전쟁과 시민권 운동의 대격변기의 영향을 받았다. 세 대에 초점을 맞추면, 서로 다른 연령 집단이 그들의 고유한 특성들을 기반으로 어떻게 서로 다른 경험이나 의견을 가질 수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다만 세대는 연령을 기반으로 한 코호트를 집단으로 묶는 하나의 방법에 불과하다. 어떤 역사적 사건들이나 광범위한 사회적 영향력은 전체 인구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끼친다. 예컨대, 9/11 테러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의 종식, 소련의 붕괴 같은 사건들이 그런 예이다.
끝으로 우리는 세대나 기간과 무관하게
특정 생애 단계들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이것들을 흔히 생애주기효과life-cycle effects라고 부른다. 어린 자녀를 둔 엄마로서 나는 학력이나 사회경제적 배경과 상관없이 다른 어린 자녀를 기르는 엄마들과 공통점이 많다. 모든 엄마들은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엄청나게 많은 기저귀를 처리해야 한다. 우리는 정치적 행동에서 이러한 생애주기효과를 목격할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들 전반에 걸쳐, 젊은 세대는 나이든 세대보다 거의 항상 투표율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오늘날 미국의 밀레니엄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보다 정치 참여율이 낮지만, 베이비붐 세대도 그들이 젊었을 때는 마찬가지로 정치에 별로 관여하지 않았다.
출처: 『80억 인류, 가보지 않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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