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세 번째 기록
2021년 4월 15일 목요일
어제 아침 00이가 한국으로 떠났다. 나는 공항까지 배웅을 하고 조금 더 넓어진 집으로 혼자 돌아왔다. 같이 있을 때보다 더 정돈된 곳에 나를 뉘었는데도 마음은 더 어지럽다. 혼자 있는 게 외로워서 그런 것일까, 00이가 보고 싶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당장 모레 시험을 쳐야 하는 두려움과 불안함 때문에 그런 것일까? 어제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약 22시간 동안 나는 공부를 하나도 하지 못했다. 이것은 어쩌면 00이를 보낸 내 상황이나, 내일 시험을 앞두고 있는 상황과는 관련이 없을지 모른다. 00이가 있으나 없으나, 시험이 있으나 없으나 평균적으로 나는 공부를 많이 해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하지 않은 것에 가깝다.
내가 왜 공부를 이렇게까지 안 하는 걸까? 도서관만 갈 수 있어도 이렇게까지 안 하진 않았을 텐데...... 정말 집에서는 공부를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도서관에 못 가는 현실만 탓할 게 아니고 이번 기회에 내 단점 하나를 고쳐놓겠다. 미루고 회피하는 버릇을 고쳐놓을 것이다.
될지 안 될지 모르는 불분명한 상황에서 나는 더 무리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실행하지 못한다. 내 능력 밖의 일인데 능력을 100프로 발휘하면 할 수 있을 줄 안다. 능력을 100프로 발휘해도 못 할 일이지만, 능력을 100프로 발휘하는 일조차도 쉬운 게 아니다. 나는 계획을 세움과 동시에 두 가지 실패를 한다. 열심히 해야겠다고 채찍질할수록 반복적으로 실패를 겪게 되면서 점점 무기력해지고 회피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원래 외로움을 많이 타서, 우울한 감정에 취약해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다. 외국에 혼자 나와있어서도 아니다. 나 자신에게 너무 큰 기대를 갖고 과도한 임무를 부여해서이다. 이것은 내 가능성에 한계를 두지 않는 것과는 다르다. 내가 될 수 있는 것에는 한계를 둘 필요가 없으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는 그 한계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하되, 그에 따른 결과는 내 몫이 아니므로 생각하지 말자.
지금 내 상황이 힘들 수 있다.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한국에 있는데 홀로 외국에서 지낸다는 것은 외롭고 힘든 일이다. 코로나로 인해 자유롭게 친구를 사귀거나 도서관에 못 가는 것도 이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분명 그렇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공부를 안 하는 것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절대 이 상황을 핑계 삼지 말자. 이런 순간에도 먹을 거 먹고 잘 거 다 자고, 게임하고 핸드폰 하지 않니? 공부도 별생각 없이, 기대 없이 꾸준히만 한다면 되는 것이다.
앞으로 딱 한 달만 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