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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메 Nov 06. 2024

8. 쉬고 나니 힘든, 오후의 토루

잠시 쉬고 나니 무더위에 느슨해지는 중.

쉬었더니 나른해진, 오후의 운수요마을







5. 운수요



외국인인 나를 포함한 5명의 중국인. 우리는 토루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서 다시 조용한 길을 나왔다. 그곳에서부터 점점 물소리가 들려오더니, 몇 걸음 걷지 않고 우리는 위에서부터 흘러내려오는 마을의 중심인 운수요를 만날 수 있었다. 토루박물관에서 물이 흐르는 운수요를 거쳐, 물의 시작이 가장 넓게 분포되어 있는 또 다른 마을을 만나볼 수 있었다.

 여긴 생각보다 거대한 관광지였다. 유려한 자연경관, 그 아래 흐르는 수공간, 물 위로 다리와 양쪽으로 이어진 음식점들과 간식거리들이 일렬로 서 있어서 굉장히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큰 나무 아래 서서 잠시 숨을 고르고, 그 앞에 난전에서 4개에 10위안 하는 파인애플을 한 봉지 사서 베어 물었다. 무더운 날씨에 시원할 줄 알았던 파인애플은 굉장히 단맛에 더 목마름만 생길 뿐이었다.

 나랑 같이 갔던 중국인 여자분께 하나 청했더니 드시지 않는 걸 보고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그들도 그들의 위생을 믿지 않기에 ( 파인애플을 살 때 물에 한 반 헹궈주는데, 그게 위생적이지 않다는 뜻이었다) 되도록이면 먹지 않는다는 말에 중국인들도 그런 것에 예민하구나 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 아무튼 나는 한 봉지 사서 베어 물며, 잠시 쉬었다가 가이드를 따라 위로 올랐다.

 가이드는 역시 가이드 다웠다. 운수요 메인장소에는 선착장에 배 한 척과 물레방아가 있는데, 그곳에서 풍경과 어우러지는 사진도 참 잘 찍어주시더라. 나는 여행하면서 혼자 여행하다 보니 현지인들에게 사진을 요청 잘하는 편인데, 공통적인 건 다들 광각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것, 또는 인물중심으로 담으려고 한다는 점이었다. 풍경이 이쁘니 광각으로 찍어 비율이 말도 안 되게 길거나, 주변경치는 상관없이 사람이 중심이 되는 극과 극의 사진을 찍어주는 경우가 많아서, 역시 내 취향대로 쉽지 않구나 라는건 항상 느끼게 된다.

 아무튼, 그렇게 가이드를 따라 다리를 건너, 수 백 년 되어 이미 뿌리까지 나와있는 나무 아래에 서서 중국어로 뭔가 설명을 해주시지만, 잘 알아듣지는 못하는 까닭에 파파고를 이용해 보았다. 그래도 뭔가 동시통역은 아직 어렵기에, 그냥 그 자리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마을의 중심에 서 있는 거대한 나무, 그리고 그 아래 이색적인 풍경을 담는 학생들. 우리나라처럼 의미가 있는 나무와 다리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는 관광객들 까지. 운수요 마을의 풍경은 굉장히 활기찼다.


 한 바퀴 돌며, 아까 먹었던 파인애플에 목이 메었는지, 나는 위챗페이를 이용해 생수 한 병을 샀다. 물 하나 들고, 잠시 고목나무 아래 그늘에 서서, 다리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 사진을 찍기 위해 줄 선 사람들, 식당에서 밥 먹는 사람들, 그리고 리어카에 고스란히 생고기를 올려두고 바로 즉석요리를 해준다며 호객을 하는 주인장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을 구경하며, 또 토루마을에서의 삶을 한번 더 나에게도 투영해 본다.







6. 차 판매



그렇게 자유시간을 조금 가진 다음 다시 가이드가 '나랑 같이 가자' 라며 이끌었다. 가이드는 처음에 소개할 때 ' 우리 집인데 직접 가서 한번 구경해 봐'라고 하길래 진짜 집인 줄 알았다. 그래서 그냥 가는 줄 알았는데, 언제나 그렇다 차 판매를 하는 곳이었다는 건 가서 알았다. 패키지여행 중에 차 판매를 데리고 다니는 저렴한 패키지가 있는데, 나는 불편한 좌석도 싫고, 차를 판매하는 곳도 들르고 싶지 않았던 터라, 조금 비싼 패키지를 예약한 거였다.  

그래서 정말 호의로, 사람들에게 '토루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알려주고 싶다.'라는 취지인 줄 알았는데, 다녀온 다음에 생각해 보니. 그건 그냥 차를 팔러 가는 장소까지 가기 위한 스토리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그에게 물어보진 않았지만 (사실 그리 지루하지도 않았고, 강매도 아니었다. 또한 잠시 쉬어가고 싶은 찰나에, 30분 정도 앉아 맛있는 차를 마시기도 했다.) 아마도 그런 게 아니었을까? 만일 내가 중국어로 굉장히 무난하게 물어봤다면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그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토루마을에 사람들이 거주하는 진짜 사람들의 거주민들 집에 들어섰다. 그 집에서 가이드는 잠시 짬을 내어 식사를 했고, 우리는 집 주인지 모를 여자분이 앉으라는 사각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1*1.5 정도 되는 직사각형 테이블에, 짧은 두 곳에는 각각 나와 소주에서 왔다는 모녀가, 그리고 긴 테이블 두 곳에는 친구끼리 온 것 같은 여자분 2분 그리고 홀로 온 중국인 여자분이 앉았다. 그리고 이제 슬슬 차를 선보이려고 하는 주인장이 앉았다.

 가이드는 우리가 보이는 곳에 앉아 편하게 식사를 하며 씽긋 웃어 보였다.  인터넷에 사람들이 올린 후기처럼, 강매는 하지 않았다. 내가 다녀온 상품에서는 이곳 한 곳에서 차를 판매했는데, 그냥 차 설명 듣는 느낌으로, 순식간에 내어주는 5가지 종류의 차를 속도 빠른 말에 맞추어 한두 잔씩 계속 마시 있었다.

 나는 첫 잔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두세 번째는 설명하면서도 이건 맞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다. 하지만 건강의 요통, 근육통 등 다양한 곳에 효과가 있는 한방차라는 설명을 곁들이며, 또 따뜻한 물로 다시 헹구어 준 컵에 주르륵 한 잔을 따라주었다. 와우, 이건 정말 처음 마시는 차였는데, 마시는 순간에는 잘 모르지만, 끝맛이 뭔가 입 안에서 꾸룩 한 맛이 느껴지는 게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뭔가 혀를 계속 밀어내고, 침을 끄윽 삼켜도 그 맛이 계속 남아있었다. 다행히 그다음에 따라준 한 잔이 무난한 꽃차 종류라 조금은 그 맛을 상쇄시켜 주는 듯했다. 그다음에는 또 한약재라며 하나를 꺼내어 씹어 먹어보라고 주었는데, 그 역시도 이색적인 맛이랄까? 한약과는 친하지 못한 나에게 조금은 어색했지만, 눈살 찌푸림 없이 무난하게 그렇게 차 체험도 끝났다.

 사실 차를 마시는 시간도 좋았다. 굉장히 무더웠던 토루여행이었고, 정오였던 시간에 내리쬐는 햇살에 이미 몸은 땀으로 범벅이었다. 계속 걸어야 하는 관광이었다 보니, 잠시 앉아서 장시간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 시간에 맛있는 중국의 전통차를 마시며 30분을 앉아 뭔가 숨 쉴 틈 없이 들려오는 중국어에 잠시 나도 모르게 그냥 편히 쉬었던 시간이었다.

 차도 생각보다 맛있었고, 폭풍수다 떨며 이것저것 차를 비교하는 중국인들을 보며, 역시 차를 좋아하는 민족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딘가에서 배웠던 전통차 마시는 다기순서를 그대로 정말 빠른 순서로 이용하는 걸 보고, 우리나라에서는 차 한잔이 굉장히 정신을 집중하고 내면과 소통하는 느낌이라 생각했다면, 중국에서는 그냥 일상생활에 녹아있는 편한 시간으로 느껴진다는 점도 이색적이었다.

 그렇게 차 설명이 끝나고 나자, 세 사람을 차를 선택한다 싶더니. 이내 순식간에 결제까지 해버린다. 사람들이 뭔가 얘기하면, 가이드가 와서 거들며 순식간에 포장을 하는데, '아 이렇게 순식간에 팔아버리고 계산하는구나'싶을 만큼 정말 빛의 속도로 말과 함께 포장을 해버렸다. 그걸 관람하고 있는 그 순간도 어찌나 재미있던지.. 하지만 중국인들은 그런 일상이 또 일상인지. "아니야  그거 안 할래"하며 다시 쇼핑백 안에 있던 차를 꺼내고 다른 걸 구매하는 걸 보면서 소비의 차이에도 한번 더 눈이 번쩍해졌던, 재미있는 휴식시간이었다.


 결국, 그 차 판매 시간은 허탕이 아니었다. 친구로 온 두 사람은 한가득 차를 구매했고, 홀로 오신 분도 여행동안에는 마스크를 쓰고 있으며 굉장히 조용하시더니 갑자기, 차를 사겠다고 하며, 흥정을 하는 모습에 또 놀랍기도 했다. 차에 진심인 그들, 그렇게 차를 판매하는 분도 만족할 만큼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허탕이 아닌 뭔가 성과가 있었던 차 마시기 겸 차 쇼핑이었다.








7. 정방형토루 화귀루



 그렇게 차를 한잔하고 나서 가이드는 우리 곁으로 오더니, "이제 밥도 먹었고, 마지막으로 둘러보고 밥 먹으러 갑시다" 라며 사람들을 이끌었다. 진짜 토루사람들이 거주하는 조용한 주거촌을 지나, 다시 식당을 지났고 거대한 고목 앞의 다리를 건너 상점과 음식점이 있던 북적이는 입구를 다시 만났다.

 가이드는 다시 앞장서며, 이제 운수요마을의 마지막 코스인 화귀루로 안내했다.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전까지 토루를 보러 왔다는 생각이 흥분과 함께 감탄이었고, 무더움에도 불구하고 모르고 집중했다면, 정오가 되어가는 시간에 무더위에 힘들었고, 또 잠시 쉬며 마신 차 한잔과 편안함과 노곤함이 같이 몰려와 조금은 이전보다 집중도가 떨어진 게 이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온 토루인데,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더 머리를 흔들어본다.

 다시 그늘이 없는 길을 건너, 또다시 입구에서 중국어와 영어로 된 안내판을 본다. 뭔가 설명을 해주기는 하지만, 가이드에게 몇 번을 물어도 뭔가 소통이 100%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래도 최대한 물어보고 또 이해해 보는 회귀루.

 사실 토루가 첫 번째 보았을 때 그 형태와 구조에 굉장히 감탄을 하게 되는데, 알고 보면 동일한 수법으로 지어지다 보니 반복해서 보면 형태만 조금 다를 뿐 반복해서 둘러보면 집중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다니면서 특별한 이유는 정방형인가, 직사각형인가, 그리고 원형인가. 가장 큰가, 가장 오래되었는가. 모여있는 형태가 어떤가에 대한 차이가 있을 뿐 사는 방식과 구성력은 거의 다 비슷했다.

 개인적으로 안을 마음껏 둘러볼 수 있었던 토루박물관에 대한 기억이 참 좋았던 것 같다. 회귀루는 기존에 보았던 원형의 토루와 달리 정방형의 토루였다. 물론 토루가 사각형으로 생겼다는 건 또 다른 재미이기도 했지만, 안에 구성이나 사람들이 사는 방식은 동일하다. 안에 들어서면 그들이 모시는 사당이 있고, 중심은 공용공간으로 조리를 하는 공간이 있거나, 넓은 마당이 있어서 공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구성이 되어 있다.

 토루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주 수입원은 토루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비용이었다 보니 1층은 모두 그들이 만든 음식이나, 토루에서 구매할 수 있는 기념품이 대부분이었으며, 2,3층의 거주공간은 올라가진 못하지만, 옆에서 10위안 정도를 주면 또 살짝 들여다볼 수 있게 올라갈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기도 한다. 나는 따로 비용까지 내며 올라가진 않았지만, (토루박물관에서 위에서 전경을 볼 수  있었다.) 각 토루마다, 또 다른 느낌의 형태를 만나보고 싶다면, 주민에게 돈을 주고 올라가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8. 드디어 점심식사.


나는 우리가 여행온 사람들 중에 알고 보니 가장 비싼 요금을 낸 사람이었다. 우리나라처럼 생각하고 전날이나 그 전날에 예약이 안 될 거라 생각해, 거의 일주일 전에 위챗으로 열심히 현지여행사와 얘기하며 예약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중국은 전날에도 예약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나처럼 일주일 전에 하면 할인도 많이 해준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외국인이었기에 할인은커녕 그 사람들이 올린 정가에 모두 다 주고 예약을 했다.  내가 생각한 금액보다 나쁘지 않았고, 더 안정적으로 예약했기에 나는 후회하진 않지만, 순간 점심시간에는 잠시 욱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더 비싸게 예약한 나는 점심식사가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따로 비용을 내야 하는 식사였지만, 생각보다 식사 질도 나쁘지 않았고, 음식점도 그리 비싼 곳은 아니었다. 물론 중국음식이 잘 맞지 않아 많이 먹진 못했지만, 그 정도 퀄리티에 음식 하나의 가격이 15위안에서 25위안 사이었던 메뉴에 비하면, 꽤나 괜찮았던 점심식사였다.  문제는 시간이 촉박한 탓에 음식이 나오고 먹는 것까지 40분도 채 시간이 안되었다는 것이다. 느긋함도 없이 잠시 식탁에 앉았다 일어나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적은 토루였으니, 다시 일어나 같이 타고 온 차량으로 탑승했다.













사실 토루여행을 나는 욕심을 냈었다. 몇 가지 여행루트가 있다 보니, 한 곳만 가는 토루여행은 더욱 저렴하고 시간이 짧다. 그리고 나처럼 2곳을 가는 토루는 비싸고, 시간도 더 오래 걸린다. 토루여행은 대부분 여행상품들이 2곳의 토루를 이동하고 3곳 모두 관광루트를 가진 않는데, 운수요마을을 돌면서 느낀 건, 다 가보고 싶긴 하지만, 체력이 그리 좋지 않다면, 한 곳의 관광토루만 보아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시 또 올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가보고 싶었던 토루 두 곳을 선택해서 오긴 했지만, 이미 7시에 출발해 정오까지 마친 무더운 토루여행에서 조금은 더 지쳐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칠 수 없는 여행자의 길. 또 걷고 또 걸어야지. 책에서 많이 보던 사채이탕을 보기 위해서라면.












▶ 물이 흐르는 운수요 마을



산에 둘러 쌓여, 산만 구경 할  줄 알았는데 농사를 짓고 사람들이 사는 마을인 만큼, 중심가를 흐르는 물길이 산과 어우러져 더욱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토루가 세상과 단절된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동네가 아니라, 꽤 관광업으로 발달한 지역 이라는 것은 여기에서도 알 수 있다. 숙박업, 식사, 카페 등 토루라는 자연을 보기 위해 찾은 사람들은 자연경관에 사진도 담고 그림도 그리며, 하루 쉬어가며 여유로운 시골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 4개에 10위안


한번도 이런걸 먹어본 적이 없었다. 중국에 가면 길거리 음식이 많고, 봉지에 그냥 담아 주는 경우가 많다. 이전에도 한번 중국인과 같이 야시장에 간 적이 있는데, 자신은 여기 야시장에서 절대 안 사먹는다는 말을 들은적이었다. 중국인들도 그들의 위생관념에 대해서 걱정하는 걸 그제서야 알았다. 이날도 소주에서 온 엄마는 내가 하나 사서 주니 절대 먹지 않았다. 아마도 물에 담궈서 주는 것과, 야외에서 잘라둔 파인애플이라는게 위생적이지 않았을 듯 하다. 









▶ 순식간에 담아주는 전통차 6종


몇종의 차를 마셨는지 사실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내 기억에 30분도 안되는 시간에 차를 거의 5-6종은 마셨던것 같다. 찻잎을 우려내고, 다기를 따뜻하게 데운 다음 주루룩 한잔 마실 수 있는 컵에 주는 잎차의 매력. 진하게 우러나오는 차의 맛을 느껴볼 수 있었던, 신기했던 차 판매의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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