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6. 당신에게로 달려가는 발걸음

by 나무

하루의 끝자락, 언제나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진다
전화기 너머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앗!아직 집이 아닌가 보다!
약속이 있다고 했는데 내가 잊어버렸나?
내 전화가 방해가 되었구나! 미안한 마음에 다급하게 사과했다.



"아직 밖인 줄 몰랐어요~ 나중에 통화해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734de353238584d6bb96891bb1405a92.jpg


"퇴근했어요? 당신 집 앞에 OOO라는 곳이 새로 생겼나 봐요~ 이쪽으로 퇴근하시면 될 것 같아요"

1주년을 맞이하고도 우리의 만남은 소중한 시간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쿵쾅 거린다.


그의 퇴근시간은 6시. 나의 퇴근시간은 8시~9시.
운동 스케줄이 없는 그가 당연히 그의 '집'에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는 나의 '집' 앞이었다.



나도 모르게 발을 동동 구르며 빠르게 걸음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어느새 동동 구르던 발이 힘차게 뛰어가고 있었다.

내 발의 속도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절로 났다. 그 남자만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발이 절로 빨리 움직이고 있다. 그럴 때마다 러닝을 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f53ce07dd9bc9adf38a42e368801a49c.jpg

그 남자와 함께 시작한 러닝.
그 남자랑 함께 숨을 맞춰 뛰는 러닝은 달콤하기까지 하다. 이 마음이 어떻게 글 몇자로 표현될 수 있을까 싶지만서도 글 몇자로 적어본다.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그에게 매번 뛰어가는 걸 귀신같이 아는 그 남자!

기어코 오늘은 약속을 받아낸다. "뛰지 않고 천천히 걸어오기."

아이들을 훈육할 때처럼,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이 확실한 이 남자.

말 안 들을 줄 알고 협박까지 하는 이 남자.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술 한잔 기울이는 이 행복한 저녁이, 나의 삶을 또 한 번 사랑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나는 다음번에도, 그 다음번에도, 그에게 달려갈 것이다.
아무리 "걸어오라"라고 당부해도.



a36bda8ee62c2b0a665c6d2b42d09bc9.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