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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홍빛마음 Sep 30. 2024

사는 거 지겹지 뭐.

사는 거 지겹다 지겨워.

내가 브런치를 운영하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그 어떤 글보다 사는 게 지겹다는 내용의 글이
가장 읽는 사람도 많고 검색하는 키워드도 사는 게 지겹다는  것이다.

방송이나 매체에서는 다들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만 보여주고 더 노력하는 내가 되어야 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진짜 현실의 사람들은 사는 게 지쳤고
지겨워하는 거 같다.

나도 생각해 보면 20대 때는 어렴풋이, 30대가 되어서는 너무 확실하게 그리고 점점 자주 사는 게 지겹다는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이것은 죽고 싶다랑은 또 다른 것이다.
죽겠다는 얘기가 아니고 사는 게 지겹다고.

매일  크게는 밥 먹고 자고 일하고 더 자세하게는
매일 이 닦고 세수하고 밥 차리고 밥 먹고 설거지하고 재활용하고 장도 봐야 되고 하는 살아가기 위해 하는 모든 행동의 반복이 지겨운 거다.

그뿐이랴. 아프면 안 된다.
아프면 아프면 병원도 가야 되고 치료도 받아야 되고 혹시나 큰 병일까 미리 건강검진도 받아야 되고.  살아가기 위해 해야 되는 게 너무 많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기술도 엄청 발달했는데 말이다.

그리고 사는 것도 썩 재밌지도 않고 재미가 뭐야 뭔 일 없으면 다행인 하루지.

점점 사람들의 생활은 편리하고 복잡해지고 수명은 늘어나면서 생긴 시간들을 사람들은 감당이 안 되는 거 같다.

아직 30대인 내가 사는 게 이렇게 자주, 수시로 지겹고 버거운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살기 위해, 살아있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왜 해야 될까. 이유는 살아있으니까.
태어났기 때문에.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우리는 태어난 상태이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뿐이다.
근데 그러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지.

나는 어리진 않지만 아직은 젊은데 사는 게 지겨울 때가 많아서 나도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모르겠다.

좋아하는 것들을 찾으면 삶을 좀 더 버틸 수 있다지만 그것들로도 해결이 안 될 때가 많다.
좋아하는 것들도 나이들 수록 오히려 점점 줄어들고 잘 좋아지지도 않는다.

이렇게 푸념이라도  하고 같은 마음을 가진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또 버티는 거 같다.

사는 건 지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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