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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Aug 01. 2019

다섯 번째 여행, 공주 (1)

첫 번째 이야기, 다시는 한국의 더위를 무시하지 마라

주여행, 백제의 흔적을 찾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 뻔하다.


공주여행은 자의와 타의가 결합한 결정이었다. 공주는 한국관광공사에서 권장하는 여행지가 여러 군데였고, 나는 마침 방학이어서 단축근무를 시행 중이었기에 더욱 여행가기가 수월했다. 사실 더 시원하고 괜찮은 날도 있었지만 장마와 태풍의 콜라보로 하늘이 내내 흐렸기에, 차라리 덥더라도 사진이 잘 나올 때 갔다 오기로 했다. 사실 기왕이면 백제역사기행이라는 그럴듯한 제목으로 멋들어진 글을 쓰려고 했다.


그러나,

나는 한국의 더위를 너무 무시했다.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정말 맑고 청명한 날씨었으나, 모조리 더위로 녹아버리기에 적절한 폭염이었다.





백제문화기행을 떠나겠다고 마음만 먹었지,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일정으로 떠나겠다고 계획한 건 아니라서 무작정 부여를 가겠노라 결심했었다. 그러나 생각 외로 부여행 시외버스는 많지 않았다. 시내버스로 여행 장소에 도착할 것만 생각했지, 시외버스 시간표를 체크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결정적인 실수였다. 고민하다가 10분 뒤에 출발하는 공주행 버스를 급히 끊었다.


공주는 그래도 교통편이 나쁘지 않겠지 하고 아무 생각 없이 갔는데, 생각보다 교통편이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유적지가 몰려있고 곳이 시내는 아닐 거니까 그런 거 같기도 한데... 그래도 공주의 대표 관광지 아닌가? 그나마 시외버스터미널과 가깝기는 한데...


봄, 가을에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 좋을 테니까 괜찮을 텐데 몇년간의 날씨를 보면 봄, 가을은 없어진 지 오래인 거 같고. 여름과 겨울뿐인 한국의 날씨를 감안하면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일단 터미널 근처는 시내여서 택시는 많아기에, 관광지 근처에도 택시가 많겠거니 행복회로를 돌리고선 택시를 탔다.


택시? 응 그런거 없어. 돌아가. ...를 말하는듯한 관광지내 무인자전거 대여소. 자전거대여소는 정말 잘해놨는데 너무한거 아닌가요, 공주시...?


내가 행복 회로를 너무 열심히 돌린 것인지, 도착해보니 주변은 온통 휑~했다. 보이는 것이라곤 개인 차량으로 온 가족 단위의 관광객과 자전거 대여소뿐이었다. 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아니, 이거 진짜 너무한 거 아닌가? 아무리 공주하면 떠오르는 게 수학여행, 현장학습, 초중등학교 방학숙제 등이라지만 그래도 충남에서는 밀어주는 관광지 중 하난데. 이건 뭐 관광버스를 대절하던 개인차량을 가지고 오던 알아서 하라는 건지, 아님 좀 걷던가 자전거를 이용하라는 건지, 버스정류소와 관광지와의 거리가 심하게 너무하다. 물론 직통버스도 있긴 했는데, 그건 시간표가 매우 너무했다. 주말엔 좀 다니는 거 같긴 한데... 방학이라 평일에 오는 여행객도 많을 텐데 너무 심한 거 아닌가?주시 담당자분 보고계세요?이거 너무한거 아닙니까?



일단은 관광은 해야하니까, 가려던 곳을 최대한 가보았다. 그러나...다시는 한국의 더위를 무시하지 마라22222....




나의 불만과는 관계없이 어쨌든 공주에 와버렸으니 택시로 도착한 국립공주박물관부터 발길이 닿는, 아니 두발로 걸을 수 있는 관광지부터 둘러보았다. 박물관까지는 뭐 택시 타고 이동하기도 했고 박물관 내부는 온도가 일정해야 하니까 괜찮았는데, 문제는 박물관을 나오면서부터 시작됐다.


진짜 차 가지고 오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는 그런 날씨... 버스정류장까지 걷는 것과 다음 관광지로 이동하는 게 비슷한 상황에서 어차피 저기까지 가야 하니까 버스정류장이 있는 경로로 차근차근 구경을 했는데, 이러다 꼼짝없이 응급실에 실려가겠구나 했다. 여러분, 폭염주의보 알람이 울리면 밖에 나가지 맙시다.....이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날씨가 너무너무 좋아서 사진은 정말 예쁘게 잘 나왔는데 사진 찍다가 골로 갈 수도 있겠구나를 몸소 체험했다.



이러다가 죽겠다 싶어서 공주박물관에서 조금만 걸으면 나오는 한옥마을에 있는 전통찻집에 방문했다. 정말정말 강추하는 곳! 꼭 방문하시길.


나오자마자 녹아버릴 듯한 더위에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미리 알아봤던 한옥마을의 전통찻집으로 들어갔다. 와, 근데 여기 진짜 제대로 된 전통 찻집이었다.


들어와서 메뉴를 고르고 나면 녹차와 약간의 다과가 준비되고, 녹차를 마시며 기다리다 보면 주문한 메뉴가 나온다. 너무 더웠기 때문에 시원한 오미자차를 주문했는데, 사진과 같이 잣 몇 개를 동동 띄운 채로 어울리는 다과와 함께 준비된다. 사실 주문한 메뉴를 다 즐기고 나면 녹차를 한번 더 준비해주셨는데 나는 시간이 없어서 바로 나왔다.



사실은 한옥마을에서 송산리고분군으로 가는 길에 좀 길을 헤맸다. 이 날씨에는 헤매는것도 너무 고역이다.




차를 마시고, 한옥마을을 천천히 구경하다가 카메라 배터리가 방전되었다. 그게 시작이었을까, 다음으로 가려던 송산리 고분군으로 가려는데 길을 못 찾겠더라. 카카오 맵에선 자꾸 박물관을 거쳐서 가라는데 거기가 어딘지를 모르겠어서 결국 박물관에 다시 들어가서 직원분께 위치를 물어봤다. 알고 보니 한옥마을을 거쳐 버스정류장이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거였다. 직원분은 친절하게도, 지금 이곳이 공사 중이라 볼 게 없다고 했지만 어차피 어디로 가든지 송산리 고분군을 거쳐야 했기에 고민 끝에 일단 가보기로 했다.


여기서 정말로 죽을 뻔했는데, 머리가 핑 돌고 몸이 녹는 듯한 느낌이 들 즈음에 사이렌 소리가 윙윙 울려댔다. 소방관 아저씨, 경찰 아저씨!! 저 여기 있어요!! 저 좀 살려주세요!!...라고 하고 싶었다.


그래도 가볼 만은 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 현장체험학습으로 가봤던 곳이어서 그때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올랐고, 생각보다 웅장한 왕릉의 규모에 놀라기도 했다. 산책하기 좋게 조성되어 있었는데 여기는 진짜 그늘도 없어서 볼 것만 빠르게 훑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언젠가 이 유적지구에 다 가볼수 있겠지...? 백제문화제 기간에 갈걸 정말인지 뼈저리게 후회했다.




공산성이고, 부여고, 나발이고... 이러다 죽을 것 같아서 급하게 집으로 가는 버스표를 끊었다. 나름대로 의미 있는 여행이지만, 가장 큰 교훈은 우리나라의 더위를 물로 보지 말라는 거였다. 이런 날씨에 뚜벅이 혼여는 미친 짓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여러분,

여행은 날씨 좋을 때 갑시다.

괜히 나가지 말라고 행안부에서 안전 안내 문자를 보내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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