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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대은 Sep 29. 2019

호아편지(6) 영어 앞에만 서면 제가 너무 작아져요!

17세 홈스쿨러 호아의 폴란드 독립 여행기(6)

2019 9 24일 화요일   


폴란드 입국 23일 차

(가족과 17일 동안 동유럽 7개국 여행)

가족은 떠나고,

나 홀로 독립 여행 7일 차   

         

* 메인 사진 :  리투아니아 시골 목공 마을어귀에서

* 아빠의 영상편지 : 매일(월-토) 한편씩 유튜브(장대은 TV)로 보내주시고

               아빠의 영상편지 여섯 번째 이야기  

                https://youtu.be/eGcrHMgQ758


* 나의 답장 : 매일 독립 여행 일기 답장을 브런치(아빠의 브런치)에 ^^    



           

오늘은 혼자서 공부하고 밥해먹고 하다 보니 밖을 한 번도 못 나갔어요ㅠ 

그렇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참 맑았던 기분 좋은 날씨!     




오늘은 현희 언니와 함께 살면서 처음으로 하루 종일 혼자 있던 날이다. 눈 떠서부터 지금까지 혼자서 학습하고 밥을 챙겨 먹었다. 혼자 조용히, 나름 분주히 움직였던 하루였다.     


사람들 마다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이 다르다. 나는 아침과 저녁에 집중이 잘 되는 스타일이다. 밥을 먹고 나면 식곤증 때문인지 몸이 축축 쳐지고 무기력해진다. 아직까지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움직이기도 싫었다. 게다가 어제저녁부터 굶어서 진짜 이러다가 쓰러질 것 같았다. 사실 혼자 있으면 귀찮아서 밥을 잘 챙겨 먹지 않는데 오늘은 밥도 하고 국도 끓여 엄마가 해준 김치랑 배부르게 먹었다. 후식으로 누룽지까지 끓여 먹었다. 진짜 포식했다.       

    

“엄마, 아빠! 딸 잘 먹고 다니니까 먹는 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하하!!”

         



나는 요즘 아침 묵상 시간이 너무 좋다. 성경 읽고 기도하는 시간도 좋다. 묵상과 기도에 이어 공부를 하면 집중도 잘된다. 이곳에 와 평소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지난 6개월간 디자인을 공부하느라 아침 일찍 서울로 나가 밤늦게 들어오는 일상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말씀 묵상과 기도도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지금은 QT를 하고 그 옆에 기도 제목을 매일 적으며 좀 더 구체적으로 기도드리려 힘쓰고 있다. 지난주 수요예배 나갔을 때 서로의 기도 제목을 적어놓고 다 같이 기도드리는 시간이 있었는데 너무 은혜가 됐었다. 그래서인지 지난 일주일간 자연스럽게 기도에 힘쓰는 나를 보게 된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기도 후에 어제 언니랑 저녁에 나누던 영어 문장을 완벽하게 외웠다. 처음에는 중학생 수준에서 배우는 단어들임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게 절반 이상이어서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영어 공부를 하다가 시간을 내어 목사님이 부탁하신 찬양집회 포스터를 만드는데 몇 시간을 투자했다. 몇 달만의 디자인이라 감이 잘 안 잡혔다. 왠지 엄청나게 기대를 하고 계실 것 같아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데 하며 살짝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디자인 작업 자체를 내가 좋아하고 오랜만에 하니까 같이 강남에 학원 다녔던 지수 언니 생각도 나며 재미있게 작업을 진행했다.     




집안에서의 하루 종일이지만 나름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냈다. 그럼에도 왠지 아쉬움이 남는 하루다.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나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오늘은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집안에서만 지내다 보니 사람이 좀 우울해지는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가 좀 단순하다는 사실. 금방 금방 마음을 풀고 다른 일에 집중하게 되는데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잘 지낸다. 그래도 오늘의 아쉬움이 내일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겠다. 내일은 밖에 꼭 나가 좀 더 긴 시간을 보내보려 한다. 오늘 아빠가 하신 말씀처럼 영어에 있어서는 더 큰 결단이 필요하니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붙을 줄 알았는데, 솔직히 자존감이 낮아지는 듯하다. 그래서 영어 공부를 중단하고 내가 잘하는 디자인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것 같다. 아무튼.. 말로, 글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영어 때문에 어제오늘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순간의 성취감을 얻기는 하지만 이런 기초적인 단어나 문장을 외우고 기뻐하는 나를 보면 한심하기도 해서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 같다. 그래서 아빠가 오늘 해준 말씀이 나에게 도움이 많이 됐다. 나도 한국에서는 나름 (물론 아빠의 덕이 크지만) 오랫동안 여러 아이들을 가르쳐왔고 용돈도 스스로 벌기 시작했고, 운동도 인정받으며 하고, 디자인도 전문가 수준으로 배워가는 등 또래들보다 앞서가는 아이였는데, 지금은 영어라는 장벽 앞에 서니 한참 뒤떨어져 보이고......



그래서 핑계를 대며 영어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은 듯하다. 어제는 글을 쓰고 필 받아서 영어공부에 4시간 동안 집중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함을 느끼고 현실을 직면하니 답답함이 몰려왔다. 현희 언니는 한참 공부할 때 영어로 잠꼬대했다고 했는데! 지난밤 꿈에 어느 신부님을 만났는데 영어를 못한다고 혼나는 꿈을 꿨다. 꿈이었지만 얼마나 서럽던지.


 내일은 마인드 컨트롤도 할 겸 밖에도 나가고, 부끄럽다고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부터 더더욱 열심히 해야겠다. 이게 결단과 결심에만 그치지 않고 실행과 반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 힘써야겠다.           



“아빠도 기도해주세요. 이것도 진보라는 결과를 얻기 전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이겠죠? 그래도 저는 저 자신을 믿으려고요! 여기서는 내가 혼자 거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니까 더더욱이요. 내일은 더 기쁜 이야기를 많이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 편지는 여기서 마무릴 할게요. 안녕히 주무세요. 아빠!”



2019년 9월 24일 화요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17살 독립 여행가 장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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