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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Nov 24. 2023

골때리는 곳

농구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키 때문인가라는 전제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좁은 공간에서 삑!~ 소리 내며 줄까 말까 던질지 말지 하는 행위는 지난날 관심 밖이었다. 

경기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1994년 MBC 월화 청춘 드라마 '마지막 승부'는 본방 사수했던 기억이 있다. 

도대체 승부는 언제 나는 건지 답답해했지만 당시엔 대화의 종합선물 세트였다. 

나는 늘 '한다.' 싶다기보다 '본다.' 쪽이었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서 간혹 녹슨 농구대를 발견한다. 

지내온 시절이 시절인지라 같은 농구대라도 나의 시대를 증언하는 사물에 관심이 간다. 

누가 그랬었다. 

서른이 넘어서는 미래 시점의 인생이 아니라 추억만 질겅거리며 사는 시간이라고 말이다. 

원당동 칼(KAL)아파트를 지나는데 익숙한 철제 농구대가 눈에 띄어 잠시 안으로 잠입했다. 

단출한 모양새지만 바닥의 선명한 라인이 요동치고 가을 낙엽은 제멋대로 강인한 인상이다.     


때마침 원당중학교 학생들이 하교 중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이동하는 시간을 틈타 공놀이하는 짜릿한 순간이 그려진다.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바람 빠진 농구공이 있을까 살피다가 

골대를 향해 달려가 한 번 뛰어 본다(분명 덩크슛을 상상하며). 

그런데 농구장은 더 이상 아이들의 놀이터가 아니었다. 

주차장이거나 배달족의 야외 흡연으로 성가신 곳이 되어 버렸다. 

뒤늦게 발견한 골대 없음에 목덜미를 멋쩍게 붙잡으며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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