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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Mar 29. 2024

그저 걸었던 모-양이

이 봄날, 자갈밭으로 모험을 떠난 OO

1.

그의 잠자는 모습은 한없이 편안해 보인다.

내부적으로 무척 고통스러울 거라는 의사의 말을 못 믿겠고 믿고도 싶다.

(조처할 수 있는 이유는 되니깐)


2.

깊은 샘을 찾는 산속의 동물처럼

화장실에 들어가 도통 나올 생각 않는 녀석도

갈라치는 음의 포탄을 몇 개 쏘아대고는 다시 세상모르게 잠을 잔다.


3.

사랑이라는 모양과 이름으로 온전히 있다가

이별과 상실이라는 현상으로 대체될 모든 이야기 앞에서

두 손 모아 애원하는 수밖에 없다.


4. 

사실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겠다. 슬픔이 더할 그이기에.

OO는 이미 서약한 것처럼 쇠약해져 간다.


5.

심장이 열을 내면 위험하다는데

왜 자꾸 숨을 빼돌리는 건지.

물 앞에서 힘겨워하는 일시정지가 슬픔의 방아를 돌린다.

내보자 다할 힘!


6.

자꾸 봐야 하는데 보면 마음이라는 눈물이 내를 이룬다. (두렵다.)

약에 취해 고개 떨구는 쇠약함이 정말 눈물이 아니고서는 바라볼 자신이 없다.

주변의 기운이 누구의 제지 한번 없이 빠르게 사라진다.


7. 

그를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고통의 시간이 전이되어 그와의 누린 시간이 오염되지 않도록 방어선을 구축하려고 한다

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만 우수수 떨어지던 새벽녘~

홀로 우주~


8.

조금은 나아진 모습을 보며 처음에는 당황했다. '당황'이라는 단어를 토해 냈다.

조금 낫다. 먼 여행의 앞일뿐이다.


9.

'힘이 생기는 것 같아. 너도 알아?'


10.

보고 있어 행복하다. 슬프지만 보아야만 하고 그렇게 욕실 바닥에서 앉아 물그릇 가운데 두고 맞절을 한다. 녀석은 끙끙하며 혼미할 것이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행동을 하는 녀석도,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목격을 하는 나로서도 너무 가슴이 미어지는 일이다. 다시 또 한 뼘 거리에서 헉헉거리는 그를 향하기 위해 눈물로 걷기 마련이다.


11.

(그에게 숨겨야 했던 눈물을 보이고 만다.)


12.

오늘 네 번 똥을 했다. 와~! 힘내자! 힘이 들었지만 찬란함이 쏟아졌다.


13.

격한 냄새까지도 안아주고 싶어 진다. 모질이 좋아진 것 같다. 그렇게 자다 신음을 내뱉기라도 하면 긴장된다. 고통의 노출은 13년을 묵힌 것일 테니깐.


14.

다리에 힘이 없어 넘어지며 머리를 박는다. 일주일 만에 방으로 기어들어 왔다. 네게 하트를 보낸다. 관찰을 연일 지속한다.


15.

기운이 없어지더라. 얕은 소리를 외치더라. 가끔 무음도 내동댕이치더라.

앞발을 잡으니 악수하듯 발톱을 세운다. (뭐지?)


16.

집으로 돌아온다는 저녁이었는데

집에 간다고 저녁에 나섰다.  


17.

우리 행복했네. OO는 내 친구, 내 바보, 자갈밭에서 친구들 많이 사귀고 놀아. (츄르는 챙겨 갔는지)


18.

24년 3월 28일, 흐리고 비


19.

24년 5월 15일, 흐리고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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