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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Jul 22. 2024

나무 허리에~헴

어느 나무에

장미 줄기가 빨강 노끈에 동여매어졌다. 

단지 주민의 장미 사랑 한 움큼 리본이 말해 주는데, 

마시던 수박 주스에서 방금 탈출한 건가 싶었다. 


운동화 끈을 매거나

선물 보자기를 싼다거나

전시 액자를 넣은 상자를 묶거나

종량제 봉투를 버리기 직전 혹시 개봉할 수 있게 묶어 둔다든지

큼지막한 장바구니가 벌어지지 않도록 손잡이를 임시로 묶을 때마다 멈칫댄다. 

연말쯤 신세계백화점 전체를 묶는 대형 리본까지는 아니어도

나는 지금도 리본을 예쁘게는 매지 못한다. 

어린 시절 보이스카우트 매듭 실습을 소홀히 한 탓을 탓할 뿐이다.


장미는 갑갑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화단 밖 행인의 보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안내하려고 잠시 어깨를 토닥이는

이불 팽개치고 이상하게 자던 이에게 똑바로 자라고 한마디 건네주는 

정겨움이 묻어난다. 


졸지에 못생긴 나무만 '에헴~' 머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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