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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Aug 21. 2024

개발헤어

송현동, 2024

전시했던 장소가 없어지면

내 일이 아니어도 마음 한구석이 텅 빈다.

그렇게 사라진 장소는 내 머릿 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유령이 되고

그 장소에 새로 생긴 제목들은 기대에 못 미쳐 실망스럽다.


하루 12시간, 미용실의 영업시간이 놀랍다.

주방이모를 모신다는 곳의 전화번호(6969)는 수상하고

공과금 고지서가 아닌 정수기 판매 전단이 멍석을 깔았다.   

다행히 끌레헤어는 길 건너로 갔다.

대신 건조한 검정 인테리어로 이전보다 더 끌리지는 않는다.

멀리 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단골의 원성은 사지 않겠지만

앞발 뒷발 혓바닥 차며 옮겨야만 했던 임차인의 속내는 까맣게 탔을 것이다.  


그래도 개인 사정이라고 적지 않고

솔직히 개발이라고 적어 둔 게 마음을 사로잡는다.

(끌레헤어는 복구펌 전문이다.)


곧 미용실에 가야 할 때다.   

머리카락 손질은 사는 동안 헤어 나오지 못할 일이다.

이 도시조차 개발헤어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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