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긴편집장 Sep 07. 2020

3. 맞춤법에 대한 오해

#맞춤법 #표준어 #신조어 #문법적 직관력 #멘붕

우리가 무지무지 어려워 하는 맞춤법 문제는, 그 맞춤법 문제가 아니다!!



어디까지가 맞춤법인가


   이제 본격적인 글쓰기 실전에 돌입하겠다. 그러나 백지 앞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무릎을 꿇게 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맞춤법! 한 문장 쓰고 나서 이 문장이 맞는지 한참이나 쳐다보게 된다. 둘 중 하나다. 맞춤법 무시하고 그냥 써나가거나, 하나하나 검색창에 검색하면서 고쳐나가거나. 지금 당신 SNS나 채팅창에 올렸던 글을 한번 보라. 얼마나 틀렸을까.


맞춤법 파괴자가 엿을 준다! 옛다 받아라!


    맞춤법. 사전적 의미는 ‘어떤 문자로써 한 언어를 표기하는 규칙이면서 단어별로 굳어진 표기 관습’이다. 쉽게 말해 한 사회 안에서 지켜야할 공통 언어 규칙이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다.

   예전에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는 표준어 원칙이 있었는데, 이제는 사라졌다. 교양 있음과 없음의 기준도 모호하고, 왜 꼭 서울말이 표준어의 기준으로 되어야 하는지 여러 문제가 생겨서 지금은 이 조항이 사라졌다. 사투리 혹은 방언 역시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글 맞춤법 총칙 세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항 한글 맞춤법은 소리나는 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
제2항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
제3항 외래어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는다.


   이 세 항목을 잘 지키면 문제가 없는데, 문제는 이 세 항목이 너무 어렵고, 예외사항도 너무 많다. 소리나는 대로 적고 싶은데, 어법도 알아야 하고, 어디서 띄어 써야할지 참 쉽지 않다.

   아시다시피, 맞춤법에 어긋난 글은 신뢰를 얻기 어렵고 진정성도 없어 보인다. SNS 글이든 연애편지든 자소서든 간에 맞춤법의 문제는 곧 그 사람의 수준과 연관된다. 그러니 알기 싫어도 잘 알아야 하는 게 맞춤법. 최대한 어문규정을 준수해서 글을 써야 한다. 그러나 한글을 모국어로 하는 우리지만, 맞춤법은 너무 어렵다. 왜 그럴까?


맞춤법을 틀리면~ 연애도 못해요~ 취업도 못해요~ 아~ 미운 사람~


   우리가 흔히 올리는 SNS 글이나, 채팅방 글. 생각보다 우리는 글쓸 일이 많다. 당신이 아침에 눈떠서 밤에 눈감을 때까지 당신이 하루 종일 쓰는 글은 얼마나 될까.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나 같은 국문과 전공자도 문법을 어려워한다는 점이다. 국문과를 나왔다고 해서 맞춤법을 잘 아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가 한 가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동안 우리는 맞춤법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이 있다는 것이다. ‘맞춤법은 어렵다’는 오해. 그러나 여기서 제대로 확인해야할 부분이 있다. 바로 ‘어디까지가 맞춤법인가’의 문다. 글 쓸때 지켜야할 모든 규칙과 모든 문제를 맞춤법의 문제로 본다는 점이 곧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오해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맞춤법이 문제가 아니라 표준어가 문제


   맞춤법은 규칙이자 관습이다. 예를 들어, 저기 하나의 꽃이 있다고 하면, 우리는 ‘꽃이 예쁘다’라고 말할 수 있다. 발음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발음대로 ‘꼬치 예쁘다’라고 쓰지 않는다. ‘꽃이 예쁘다’라고 정확하게 써야 한다. 바로 여기까지가 맞춤법의 문제다. 사물을 보고 그 사물에 대해 표현할 수 있으며, 그 표현을 발음과 표기법이 다르거나 같다는 것을 알고, 말할 수 있고 쓸 수 있다.

   다시 말해, 초딩 정도의 수준이면 알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맞춤법이다. (적어도 이 글을 읽는 분은 초딩 이상이므로) 그러니 당신에게 맞춤법은 어려운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고 있으며, 또한 ‘문법적 직관’이라고 해서, 설명을 제대로 하지는 못하더라도 이 단어나 문장이 틀렸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본능과 같은 것이다.

   우리나라 문맹률이 전세계적으로 낮은 이유도 바로 여기서 기인한다. 한국어 습득이 쉬운 이유도 있지만, 대체로 한국은 교육 수준이 높기 때문에, 문법적 직관력이 다른 언어권에 비해 높은 편이다. 예컨대 중국이나 미국 같은 곳에서는 말할 수는 있어도 그것을 정확하게 글로 표기할 수 있는 비율이 생각보다 낮다! 따라서 이제 우리의 문제는 맞춤법의 문제가 아니라, 그 외의 다른 문제라는 것을 알고, 안심하시길.


   첫째, 맞춤법의 문제가 아니라 표준어의 문제


   우리는 흔히, 맞춤법과 표준어를 같은 문제로 본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어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이것과 저것 중 어떤 것을 선택하고 쓸지 고민하게 된다. 예컨대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인 ‘구레나룻’과 ‘구렛나루’를 쓸 경우, 기존에 우리는 ‘구레나룻’이 맞고, ‘구렛나루’는 틀린 것으로 알고 있다. ‘구렛나루’라고 말하지만, 쓸때는 ‘구레나룻’이라고 써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는 맞는 말이고, 하나는 틀린 말, 즉 하나는 규칙에 부합하는 말이고 하나는 규칙에 어긋난 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누가 이것을 규칙으로 정할까? 바로 ‘국립국어원’이다! 국립국어원이 표준어로 인정해야 그 말이 맞는 말이 된다. 그러니까, 우리가 쓰는 말과 표준어는 다른 문제다.

   표준어로 인정된 말이 있고, 인정되지 않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은 말을 쓴다고 해서, 법에 저촉되거나 의사소통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맞춤법대로 썼다고 하지만, 표준어가 아닌 경우가 있고, 맞춤법에 어긋난 말이 표준어가 되기도 한다. 즉, 맞춤법과 표준어 문제는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서 매년 국립국어원에서 표준어로 인정된 말들을 수시로 발표한다. 비표준어 혹은 은어 등이 표준어로 인정받기도 한다. 표준어의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이다. ‘고삐리’, ‘뼈치다’, ‘허접하다’, ‘개기다’, ‘짜장면’ 등 실생활에서 널리 사용되면 표준어의 자격을 받는다. 물론 비속어나 은어는 활용을 최대한 자제할 것을 권장하지만, 어쨌든 일반 사람들이 일상에서 널리 쓰는 말이니, 인정해줄 수밖에 없다.


'짜장면'이 맞는 말일까? '자장면'이 맞는 말일까? 정답은 둘 다 표준어. 여기 잠뽕 하나 추가요!


   다시 말해, 전 국민이 공통적으로 쓸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아야 표준어가 된다. 따라서 우리가 실생활에서 쓰는 말과 표준어 사이의 괴리가 늘 발생할 수밖에 없다.


   둘째, 급격히 증가하는 신조어 문제


   ‘야민정음’이라는 말이 있다. 야민정음은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야갤’(야구 갤러리)과 ‘훈민정음’의 합성어인데, 여기서  기존의 글자를 모양이 비슷한 글자로 바꿔서 말하는 것이 유행이 되어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다. 예컨대, 댕댕이, 띵곡, 곤뇽 등의 말이 그렇고, 최근에는 아예 상품 이름을 야민정음으로 리미티드 에디션의 형식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야민정음ver. 비빔면이 나왔었다. '괄도 네넴띤'. 덜 매워 보인다.

 

  물론 야민정음이 훈민정음을 파괴한다는 둥, 한글의 질서를 파괴한다는 둥, 여러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이것도 한글의 다양한 변용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지나친 변형은 삼가해야할 것이다.

   여기서, 맞춤법 이외의 문제로서 우리가 난항을 겪는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신조어의 문제! 급변하는 시대의 속도와 여러 특수한 상황 때문에 야민정음처럼 빠르게 인터넷용어와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사라진다. SNS의 파급력도 한몫한다. 우리는 이것들이 표준어가 되기를 기다리거나, 잘 알고 써야 소위 ‘인싸’가 될 수 있다.


2020년에 생긴 신조어다. 당신은 몇 개나 알고 있는가?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하자!


   이제 우리는 빠르게 등장하는 신조어를 따라가야 하는 수고까지 해야 한다. 인싸가 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의사소통을 보다 원활히 하기 위해서다. 인터넷용어와 신조어가 표준어로 등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들 쓰는데, 나만 안 쓸 수는 없다. 특히 요즘 방송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이야말로 신조어 향연의 장이다. 유튜브 영상은 말할 것도 없다. 글에 신조어를 얼마나 쓸 수 있을까. 늘 나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셋째, 일반 언어활동이 아닌 창의성 문제


   맞춤법이 아닌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일반 언어활동이 아닌 ‘창의성 문제’다. 창의성 문제는 쉽게 말해 언어 응용 능력 정도로 말할 수 있다. 좀더 설명해보자.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대상과 다양한 매체로 언어활동을 한다. 말을 하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한다. 가족 간, 친구 간, 직장 동료 간 다양한 관계와 다양한 상황에서 서로 언어를 주고받는다.

   따라서 맥락에 대한 이해와 변화에 예민해야 한다. 직장 상사에게 친구와 대화하는 식으로 말할 수 없고, 특정한 자리에서는 전문 용어를 많이 써야할 때도 있다. 예컨대, 메디컬드라마 같은 것을 보면 의학용어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그 공간 안에서는 용어들을 모두 다 알아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상황과 장소에 맞는 언어를 써야 한다. 즉, 우리는 어느 말을 써야할지 선택해야 하고 고민해야 하는데, 그것은 창조의 영역이다! 그래서 창의성 문제라는 말을 썼다!


휴먼, 제게 곧 따라잡힐 겁니다. 저는 바둑도 이겼고 스타도 이겼고 비행기 조종도 이겼습니다. 이제 시도 쓸 겁니다.


   우리는 일상언어만 쓰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말을 만들어 쓸 때가 더 많다. 당연히 긴장된다. 예를 들어 ‘글쓰기가 ~하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 나는 ‘글쓰기는 난해하다’, ‘글쓰기는 까다롭다’라는 두 가지 서술어 중 하나를 선택해서 쓰려고 한다. 이것은 어휘력과 문장력의 문제, 즉 개인 능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깊게 생각해야 하고 끝까지 고민해야 하는, 무척 힘이 드는 일이다. 문장을 (새롭게) 창조해야 하는 창의성 문제. 대체로 우리의 언어활동이 다 그렇다! 창의성이 없는 문장을 우리는 ‘뻔한 말’ 또는 ‘클리쉐(cliché)’라고 부른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언어활동 하면서 제일 힘들어 하는 부분이다! 어휘력과 문장력의 빈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 역시 맞춤법의 문제로 생각한다.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정확히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맞춤법은 ‘그냥’ 우리가 직관적으로 아는 것이고, 표준어의 문제, 신조어의 문제, 창의성의 문제는 맞춤법의 문제가 아니라, 그 바깥 혹은 그 다음 단계의 문제다.


 ‘쓱’ 보면, ‘쓱’ 하고 알게 될 맞춤법을 위하여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맞춤법에 대한 오해는, 맞춤법에 대한 두려움에서부터 시작한다. 맞춤법은 말 그대로 소리내는 대로, 어법에 맞는대로 쓰면 그만인데 말이다. 물론 이것도 쉽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선입견부터 제거해야 맞춤법 문제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무턱대고 맞춤법은 이러이러하니 이론을 제시하면서 암기를 요구하기보다는, 맞춤법을 대하는 태도와 마인드부터 잘 만들고 가야 한다고 보는 것이 내 입장이다.

   이제 당신의 문법적 직관력을 키워드릴 것이다. 그냥 ‘쓱’ 보면, ‘쓱’ 하고 알게 될 것이다. 맞춤법. 외울 일이 아니다.



ps : <글쓰기 파내려가기>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본 글은 그 책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https://search.daum.net/search?w=bookpage&bookId=5460451&tab=introduction&DA=LB2&q=%EA%B8%80%EC%93%B0%EA%B8%B0%20%ED%8C%8C%EB%82%B4%EB%A0%A4%EA%B0%80%EA%B8%B0

매거진의 이전글 2. 글쓰기에 대한 오해와 진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