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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Jan 22. 2021

아니, 대출이 왜 이거밖에 안 나오죠?

영끌을 하려고 해도 은행이 협조를 해 줘야 하지

'영혼까지 끌어모아(= 영끌)' 집을 사려고 해도 대출받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심지어 이제는 신용 대출까지 막혀서 사실상 현금이 별로 없는 사람이 집을 사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수도권 및 지방 대도시 기준인데, 지역따라 다르긴 하다)


사실 대출은 워낙 '그때 그때 달라요' 라서, 집을 매매할 때 처음으로 대출이란 것을 내 본 나로선 어리석은 실수와 예기치 못한 규제, 지금은 후회가 되는 것들로 가득 찬 경험이었다. 그리고 단독주택 대출은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아파트 대출과는 또 다르기도 하다.


떨리는 대출의 순간! 왠지 손가락이 절박해 보인다 (fr.pixabay)


즉 이 글은 처음 단독주택을 사려고 관심을 갖고, 돈을 빌리러 은행에 가려는 사람들을 위한 기초적인 정보들이니 잔뼈가 굵은 분들에게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단독주택은 아파트만큼 대출 안 해 줍니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 넘볼 수도 없는 비싼 단독주택은 물론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 - 보통 매매자들에게 이건 기본적인 원칙이다. 아파트 대출을 70% 너머까지 해 주던 시절에도 단독주택은 60% 내외에 머물렀다. 사실상 은행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 


그래서 비슷한 위치와 조건을 가진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비교하면 본인이 가진 돈이 더 많아야 단독주택 매입이 가능하다. 물론 아파트가 들어서 있지 않은 외곽 지역의 단독주택은 매매가 자체가 낮으니 보유 현금이 적어도 되겠지만.


예전에는 왜 그럴까, 궁금했는데 생각해 보면 이유는 단순하다. 환금성이 낮고 가치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 않기에 빚쟁이(!)인 은행이 보기에 좀 불안한 것이다.


일단 아파트는 마치 공무원 월급처럼 공시지가와 매매가가 만천하에 공개되어 있다. KB국민은행의 아파트 시세, 한국부동산원 시세 등을 감안하여 비교적 예측 가능하게 대출 예상액이 잡힌다.


지금은 코로나로 잠시 방송 중단이 되었지만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한끼 줍쇼》의 MC 이경규는, 방문하는 동네마다 부동산에 들어가서  「 여기 평당 시세가 얼맙니까?」를 물어보곤 했는데 - 역시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 단독주택도 보통 '시세'라고 하면 '평당 얼마'로 가늠한다.


그러나 단독주택은 동네, 집의 위치, 주거지역 종류(1종, 2종, 3종 등), 집앞 도로 너비, 층수 등에 따라 바로 옆집이라도 천차만별의 가치를 지닌다. 바로 옆에 붙어 있어도, 대로변 코너를 끼고 있는 25평 3층 집과 골목으로 들어가 있는 28평 4층 집 간의 가격 우위를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은행에서는 보통 근처의 매매 시세를 대출자에게 적어내라고 한 후, 그들 나름의 방법을 동원해서 최종 시세를 매긴다. 그러니 결국 안전하게, 보수적으로 대출 금액을 매길 수밖에 없다.


방공제를 아십니까


난 사실 대출받을 때 처음 들어봤다. 방공제. 혹은 방까기, 방빼기라고도 한다. 그러나 우아하게 방공제란 단어를 쓰자. 이 제도가 단독주택 대출에 치명적인 부분인데, 막상 닥치기 전에는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내가 그랬다


원래 이 제도는 단독주택 세입자와 관련이 있는데, 세들어 있는 사람들이 최우선변제권을 갖기에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 미리 그 보증금만큼을 빼고 대출해 주는 개념이다. 이것도 결국은 은행의 안전을 위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단독주택에 세입자가 들어와 있는 경우, 그 보증금만큼 대출을 덜 내도 되는 것이 사실이기에 나름의 합리성은 있다. (보통 '전세/반전세 안고' 매매한 경우 그렇다) 하지만 우리처럼 전체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매매를 하는 경우에는 세입자 보증금은 사실상 없는데 방공제는 당해야 하는 억울한 상황에 놓인다. 물론 그렇다 해서 방공제를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슬펐다.


방공제는 주택 안에 있는 '방'으로 분류되는 공간의 갯수에 방당 3,700만원을 곱한 금액이다. (서울 기준, 지방따라 다르다) 즉 방이 3개가 있다면 1억 1,100만원은 대출 금액에서 빠진다. 즉 층 수가 많고 방을 잘게 쪼개 놓은 집일수록 사실상 대출 가능액이 한없이 제로에 가까워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이라기엔 애매한 공간 - 반쯤 막힌 곳이라든지 - 들은 대출 담당자 및 은행에서 파견한 비밀 대출 감정 요원(!)들의 판단 하에 이루어진다. 문이 있어야 방으로 보는 경우도 있고, 지붕이 있으면 다 방으로 보는 경우도 있고 다양하다고 들었다. 세상의 온갖 집 모양만큼 방 모양도 다양한가 보다.


참고로 내가 방 갯수를 써낸다고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은행에서 직접 방문해서 검사도 한다. 적게 써 내도 속일 수 없다. 아니, 생각해 보니 빚을 늘리려고 속임수를 쓴다는 게 좀


여러 은행에 가 보세요, 되도록 많이


결국은 내가 갚아야 할 대출이긴 하지만, LTV 어쩌구에 방공제까지 걸려 대출 금액이 예상보다 턱없이 낮게 나오면 일단 눈 앞이 캄캄해진다. 그리고 대출 감정은 길게는 일주일까지도 걸리기 때문에, 만약 급매물이라 계약금부터 선뜻 걸어놓고 대출을 알아본 상황이었다면 더욱 하늘이 무너지는 듯 할 수밖에.


보통은 주거래 은행, 집 근처의 은행을 추천하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아무래도 주거래 은행이 좀더 수월하게 대출을 내 주고, 이미 쌓인 신용도에 근거해서 혜택을 주긴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대출 한 번 세게 받았더니 갑자기 은행 VIP 됐다'는 말도 있듯이, 적고 꾸준한 액수의 적금과 예금을 부은 10년 고객보다 크게 대출을 내서 꼬박꼬박 잘 갚는 고객이 은행에겐 더 소중하다. 이자를 더 많이 내는 고마운(!) 고객이니까. 그리고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집 매매가 인생 최대 규모의 쇼핑인 경우가 많기에, 그만큼 은행에겐 대출 고객이 꽤 중요한 축에 속한다.


그러니 거래만 터 놓았던 은행이라고 해도 일단 여러 곳에 의뢰를 하고, 대출 고객에게 주는 혜택을 꼼꼼하게 확인할 것을 권한다. 혜택이 다르기 때문에 이자율도 은행마다 조금씩 다르다. 그 조건들을 확인한 후에 대출 거래를 할 은행을 선택해도 늦지 않다.


난 부동산에서 추천받았던 은행이 마침 내 주거래 은행이었기에 거기에만 의뢰를 했고, 대출 금액이나 이자율이 딱히 유리할 것이 없었음에도 그냥 그 한 곳만 팠다. 한 놈만 팬다는 정신으로 다른 은행을 알아보지 않은 것이 지금은 꽤 후회되는 부분이다.


노후주택 지원, 꿀혜택을 찾아보세요


만약 매매하고자 하는 곳이 노후주택, 불량주택이라면 - 특히 서울이나 대도시의 경우 자금 지원이나 대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들이 있기 마련이다. 제도의 세부 기준 따라 다르지만 보통 지어진 지 15년 이상 된 곳이라면 노후주택으로 본다. 불량주택은 설비나 외관 등이 열악하고 살기가 어려운 주택을 말하는데, 보통 노후+불량이 같이 가는 경우가 많다.


이 제도들은 리모델링을 위한 일부 자금을 지원하기도 하고, 심사를 거친 후 대출 이자의 일정 부분을 지원해 주기도 한다. 요즘은 체감상 사업 수 자체는 좀더 많아진 것 같은데 혜택은 더 나아졌는지 잘 모르겠다. '노후주택 지원 사업' 등으로 검색하면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우리의 경우 노후 주택 리모델링에 해당되어 (기존 대출 외에)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었고, 대출 이자도 낮게 책정되었으며 그 이자마저 거의 90% 가량 지원해주는 사업을 Y가 찾아내는 바람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사실상 이자를 거의 안 무는 대출이었기에 그 담당자에게 물어본 적도 있다.


「 이 제도를 시행하면 00은행에선 뭐가 좋은 거에요? 」

「 은행으로선 좋은 게 하나도 없죠. 시에서 시키니까 하는 거에요. 이 제도 어떻게 아셨어요? 선생님이 3번째 고객이세요. 정보 찾기가 정말 어려웠다고들 하시더라고요. 」


역시, Y의 정보력에 감탄할 뿐이다.



몇몇 힘든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조언을 받아 겨우 대출을 이뤄낼 수 있었다. 다들 쉽게 하는 일이라도 내가 해 본 적 없고 잘 모르면 정말 낯설고 깜깜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단독주택을 매매하고, 대출을 받고자 하는 모든 분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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