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상자들과 함께 케케묵은 죄책감도 버리자
2020년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은 8할이 죄책감이었다.
많은 종류의 죄책감이 있다.
죄책감의 내용에 따라 해결책이 다르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의 해결책을 알고 있다. 단지 그것을 실행하지 못할 뿐.
나의 많은 죄책감 중 하나는 쓰레기 문제이다.
네 식구 살림에, 게다가 나는 살림도 안 사는데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뭔 놈의 쓰레기가 이리도 많이 나오는지...
쓰레기 버리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크고,
어릴 때부터 아껴 써야 한다는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온 나는 요즘 선물이며 쿠키 따위가 담긴 그 견고한 상자를 버리는 것이 너무나 아깝고 미안했다.
어린 시절에는 선물 포장지도 모았다. 선물을 예쁘게 마무리하여 묶은 그 고급스런 리본까지도....
그래서 다음 내가 누군가에게 선물할 때 그 포장지와 리본에서 사이즈가 맞는 것을 꺼내어 포장을 했다.
언제부터인가 그런 짓을 하지 않게 되었다.
크리스마스나 생일에나 받던 선물이란 것이 너무 흔해지기도 했지만, 선물 포장은 날이 갈수록 더 예쁘고 고급스러워졌다. 이제 재활용한 포장지나 리본 따위는 보잘것없어 보이게 되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왜 쿠키 박스도 그토록 견고하단 말인가?
온 집이 알록달록해졌다. 굴러다니는 아이들의 손가락만 한 보물들이며, 매번 사는데 찾으면 어디 가고 없는 머리고무줄 같은 것들이 그 다양한 상자들 안에 담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집은 내 취향과는 거리가 먼.... 그냥 안드로메다 어디쯤의 스타일이 되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2020년에 끝나기 전 휴가를 며칠 내었다.
그리고 알록달록한 그 상자들을 모조리 버렸다.
그리고 새 상자들을 샀다. One colored boxes~!!!
그리고 온 집에 굴러다니는 알록달록한 녀석들을 한 가지 색상의 상자들에 집어넣었다.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앞으로도 나는 상자들을 버릴 것이다.
굳게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