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퇴근 후 식물 멍 때리기-4

우아한 스킨다비스-난이도 최하

세상에 이렇게 우아한 이파리가 있을까?

저 둥근 곡선 하며, 하늘로 날아갈 것처럼 날렵하게 빠진 잎사귀 끝을 보라.

완벽한 비율의 아름다움이란...

게다가 새로 나오는 이파리는 어찌나 신기한지...

줄기에서 하얀 순이 갈라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돌돌 말린 새 이파리가 생기고, 화알짝 벌어지며 잎이 되고 어미 줄기보다 더 굵고 튼튼한 새 줄기다 된다.

가장 신기한 건 이토록 우아한 식물이 전혀 까다롭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매번 식물을 죽일 때도 한 번도 죽이지 않았던 유일한 녀석이 바로 이 스킨다비스다. 죽일 수가 없다.

물에만 꽂아두면 계속해서 새 이파리가 난다. 흙에 심으면 놀랍도록 빠르게 자란다.


손도 타지 않고, 환경도 가리지 않는다. 세상에 이렇게 키우기 쉬운 식물이 있을까? 만약 화분을 맨날 죽이는 식물계의 똥 손이 있다면 이 스킨다비스부터 시작해보시라. 난이도 최하에 우아함은 최상이다. 온 집을 푸르게 해 줄 수도 있다.

어떻게 물과 햇빛, 공기만 있다고 이렇게 잘 자랄 수 있을까? 물에서 햇빛에서 뭘 얻은 것일까?

무에서 유가 창조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엔 스킨다비스 같은 사람도 있다.

같은 환경인데도, 아름답게 성장해가는 사람.

비참한 진흙탕 속에서도 우아하게 피어나는 사람.


스캇 펙 박사는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그 비밀을 신으로부터의 사랑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했다.

우리는 그 사랑을 받고 있을까?

그렇다면 누구라도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도 저렇게 우아하게 피어날 수 있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퇴근 후 식물 멍때리기-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