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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식물 멍 때리기-9

꽃과 열매

 친가, 외가, 시댁, 사촌까지 (사돈은 없고 팔촌은 잘 모르겠다) 통틀어 시골에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나는 진짜 뼛속까지 도시 촌년이다.

 

 올해 처음으로 씨앗을 심어 식물을 키워보기 전까지 놀랍게도 나는 열매를 맺는 모든 식물이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 그렇구나. 꽃이 피어 수정을 해야 열매가 맺히는구나. (물론 수정하지 않는 열매도 있다. 그러나 꽃은 핀다.)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사실인데, 학교 다닐 때 과학시험문제도 언제나 100점 받았는데….

 진짜 나는 도시 촌년이구나….

 이게 토마토 꽃이다.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토마토 꽃. 이 조그만 꽃이 피어야 토마토 열매가 맺힌다.

너무 예쁜 오이꽃.

하안 파프리카 꽃.

꽃이 떨어지면 그대로 또로로 말리면서 열매가 된다.

불행히도 우리 집에서는 열매 맺지 못했지만(그 사연은 다음 글에서) 딸기처럼 생긴 것이 깜찍한 딸기 꽃.


 우리 인생도 꽃이 핀다. 모양도 다르고 크기도 다르지만…. 누구나 이삼십 대에 꽃봉오리가 맺히고, 사오십대에 인생을 꽃피운다.


 그렇지만 모든 꽃이 다 열매 맺지는 못한다.


 내 인생도 지금 꽃이 피었다. 나는 딸이고, 엄마이고, 선생님이고, 교육자이고, 학자이고, 직장인이다. 원한다면 내가 지금까지 준비해 온 것들로, 또는 새롭게 준비하여 더 많은 역할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래서 무엇이 될까? 나는 어떤 열매를 맺게 될까? 내 인생의 겨울이 지날 때, 나는 이러한 꽃을 피웠노라고 시끌벅적한 기억만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먹일 토실토실한 열매, 다음 해를 또 살아갈 씨앗을 남기고 새싹을 틔울 열매, 내 인생도 그런 열매를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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