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은퇴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마음자세
올해 통계청에서 나온 자료 중 55-79세 중장년층 68.1%는 앞으로도 계속 일하고 싶으며, 73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73'이라는 숫자를 보고 적지않게 놀랐는데요..제 생각보다 훨씬 많은 나이였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 75세까지는 일해야 한다고 반농담 반진담으로 얘기하는 걸 듣긴 했지만, 막상 이렇게 통계수치로 확인되니 은퇴, 퇴직 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좀 더 무겁게 느껴지더군요.
그런데 재미있는 부분은 이미 70세를 넘긴 70-75세 시니어층의 경우 79세까지, 75-79세 시니어층은 82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답변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현재 일하는 것에서 조금 더 일하고 싶다, 건강이 가능할 때까지 계속 일하고 싶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이 되네요.
그렇다면 왜 이렇게 일을 하고 싶어할까요? 이들의 근로희망 사유는 대부분이 '생활비에 보태려고'(58.7%)를 꼽긴 했지만, '일하는 게 즐거워서'(33.2%)의 비율도 만만치 않게 나타났습니다.
조기은퇴를 하겠다고 직장을 나간 사람들도 어느 시점에서 보면 취미나 사업,프리랜서 등 뭔가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일하다가 안하면 갑자기 늙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오래 살라면 조금이라도 일하는게 좋더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은퇴하면 부러울 것 같은데 딱히 일년내내 재미있을 것 같지 않다. 그리고 딱히 벌어놓은 것도 없기 때문에 일을 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퇴직을 '끝'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A에서 B로 옮겨가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은퇴'(隱退)'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네이버 국어사전) 이라고 되어 있어, '사회생활의 끝'이라던가, '뒷방 늙은이'로 밀려나는 듯한 뉘앙스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은퇴를 하게 되면 벌써 내가 사회에서 밀려날 나이가 되었나 하는 서글픈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영어로 은퇴(retire)는 '타이어를 새로 바꾼다'는 're-tire'로 해석하기도 하므로, A라는 일에서 B라는 일(혹은 활동)으로 전환하기 위해 중간에 타이터를 바꿔 끼는 과정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퇴직을 '마감'이라는 의미보다는 '과정'으로 보고, 20-30년동안 번아웃 되었던 몸과 마음을 정비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기간으로 보는 활동과 단체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40대나 50대에 퇴직을 한 후 다시 구하는 일자리(혹은 일거리)에 대해서는 그 전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퇴직 전은 성공, 급여 등에 관심을 두는 경우가 많았다면, 퇴직 후 일자리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인지, 하루에 투자하는 시간이 어느정도인지 등에 관심을 두는 경우가 높아집니다. 일은 하고 싶지만 개인의 생활도 어느정도 보장 받기를 희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반퇴(半退)라는 말이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이 의미가 서양과 우리나라가 다른데요.. 서양에서는 '반퇴'를 일하는 시간을 반 정도 줄이고 은퇴 후의 삶을 준비하는 방법으로 여기기 때문에 일하지 않는 시간 동안 공부,여행,자원봉사,취미,여가 생활 등을 통해 다음 단계의 삶을 충실하게 만들 수 있는 일자리를 선호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하루 4시간 정도 일하는 파트타임이라거나, 전문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서 1주일에 2-3일 정도 일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반퇴'를 늘어난 평균 수명에 비해 빠른 퇴직을 하고 경제적인 이유로 다시 구직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녀 교육 및 결혼 자금, 노후생활비 준비 등이 가장 중요한 반퇴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출처:한회생명 블로그 Life&Talk)
인생 후반은 '일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고', '성공보다는 성장에 의미'를 둘 수 있는 일 찾아야
'워라벨'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일과 개인생활의 균형을 찾으라는 의미인데요.. 저도 사실 남들보다 일찍 퇴직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워라벨이었습니다. 뭔가 회사의 부품이 되어 버린 것 같고, 나의 삶이 없어지는 듯한 느낌을 견디기 어려웠던 것이 그 당시 저의 마음이었는데요. 훨씬 세월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일을 통해 저의 생활을 찾아가고 있다고 할까요. '워라벨'이라는 말 부터가 '일과 자기생활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용어입니다. 퇴직 후에 여러가지 일들에 도전하면서 나라는 사람이 원하는 삶, 내가 좋아하는 일들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 왔기 때문에 지금은 오히려 일을 통해 나라는 사람의 삶이 구체화 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예전엔 퇴근하면 피곤에 쪄든 몸으로 아무것도 하기 싫고 소파에 늘어져 있었는데, 이젠 끊임없이 머리속으로 구상하고, 그것을 또 일로 연결시키는 생활을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나의 취향과 나의 능력에 맞는 일에 점점 접근해 간다는 것은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점점 알아간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성공보다는 성장에 의미를 두게 됩니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님, 유튜버 밀라논나, 70세에 그림을 시작하여 미국의 국민화가로 유명한 '모지스 할머니', 92세에 시를 쓰기 시작해서 98세에 첫 시집 '약해지지마'를 발간한 시바타 도요씨 등은 인생 후반기를 멋지게 펼친 롤모델로 소개되고 있고, 많은 중장년들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73세까지 혹은 평생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들! 퇴직 이전 원래 했던 분야의 연장선이어도 좋지만, 그쪽 분야가 어렵다면 과감하게 전직도 고려했으면 합니다. '난 이 분야의 전문가인데..다른 걸 내가 할 수 있을까..' 라고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영역이 있다면 일단 도전해 봤으면 합니다.
지인 중에 60대의 나이에 신생아케어분야를 공부하여 직업을 구한 분이 계십니다. 원하는대로 스케쥴을 짤 수 있기 때문에 동네분들과 커뮤니티도 유지하면서 일도 유지하고 계십니다. 또한 퇴직 후 시 의원도 도전해 보겠다는 분도 계십니다. 두 경우 모두 이전에 했던 일과는 전혀 다른 분야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경력'을 나의 '능력'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흔히 경력이 나의 능력이라고 착각하곤 합니다. 물론 일(경력)을 통해 나의 능력이 개발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사람들과 공동작업이어서 가능했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누구든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느정도 성과를 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일(경력)을 할 때 나의 어떤 '기질', '장점'이 발휘되었고, 어떤 '능력'이 개발되었느냐를 스스로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을 코디네이션 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거나, 상품이나 상황을 잘 어필하는 스피치 및 전달능력, 상황을 잘 정리하는 정리능력, 직원들을 잘 관리하는 관리능력, 컴퓨터에 대한 신지식을 빨리 흡수하는 능력이라던지..글 쓰기를 좋아하거나, 남들앞에 나서기를 즐기는 성향이라던지, 문서작성능력, 도식화 하는 능력, 꾸준함, 트렌드에 민감, 통찰력이 뛰어나다거나 하는 식으로 자기에 대해 파악하고, 그에 근접한 일을 할 수 있다면, 그 일을 통해 인생 후반부가 풍요로워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엔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나의 능력을 알아내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었습니다. 지금도 알아가는 과정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알아낸 것 같아요. 이런 것이 성장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퇴직 후 무엇인가는 해야겠는데, 여러가지로 상황은 쉽지 않을때 마음이 많이 급해집니다. 이럴땐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교육을 통해 배우는 것도 있지만, 여러 정보들도 얻게 되기 때문에 새로운 일자리에 도전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단 막연히 좋은 얘기만 하는 개론성격의 교육보다는 좀더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커리큘럼을 확인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거리,일자리를 희망하는 모든 분들 화이팅!
원하는 나이까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길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