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허름한 곳으로
오늘은 뭐 먹지?
직장인들은 으레 점심에 뭐 먹을지가 고민이다. 아, 오늘은 무엇으로 한 끼를 채울까 심도 있게 고민하는 것이다. 여의도에서 일하면 세상엔 맛있는 것이 정말 많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다. 물론 식권을 받아 쓰기에 오늘자의 A코스나 B코스 중 선택해 식판에 보기 좋게 담으면 되지만 가끔은 정말 내가 먹고 싶은 맛을 음미하고 싶을 때가 있다. 딱 상상하던 그 맛을 먹었을 때의 짜릿한 행복감이란. 예를 들어 요즘처럼 32도가 웃도는 찌는 더위로 늘어지는 오후 3시엔 얼음이 동동 띄어져 있는 달달한 복숭아 아이스티에 알싸한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해 먹으면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면서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이 밀려오는 것이다. 먹는 게 이렇게 사람을 기쁘게 하다니. 참으로 놀랍다.
사람마다 먹는 취향은 분명 있다. 여행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취향을 확실하게 찾아 준다는 것이다. 특히 식사 취향 말이다. 여행 시 한 끼를 고르는 일은 한정적인 시간 덕에 더욱 신중해진다. 예를 들어 3박 4일 여행이라고 치자. 장소는 태국 방콕.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끼니는 대략 9끼~12끼. 여기에 간식을 살뜰히 챙겨 먹는 다고 해도 결국 먹을 수 있는 음식 수는 정해져 있다. 그래서 '가장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 아무리 남들이 맛있다는 진미라고 해도 내 취향이 아니면 '글쎄로소이다'이지 않는가.
이때 먹는 취향에는 단순히 맛뿐만 아니라 가격, 분위기 등 레스토랑이 제공하는 전반적인 사항이 내포되어 있다. 먼저 음식 맛이라는 것은 사람에 따라 그 맛이 좋을 수도 있고 싫을 수도 있다. 누구는 섬섬한 맛을 즐길 수도 있고 또 다른 이들은 맵고 짠 것을 좋아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가격 역시 비싸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찝찝한 이들이 있다. 분위기도 중요하다. 현지인들이 바글바글한 투박하고 소박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이들이 있고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 최고라고 엄지를 드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식도락 여행을 짤 때는 정보가 중요하다. 그것도 직접 갔다 온 사람들의 이야기 말이다. 의견들을 통해 내 여행에 이 식당을 리스트업 할지를 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1. 먹고 싶은 음식 선정 하기
태국, 방콕으로 간다고 치자. 우리는 검색어에 방콕 음식이라고 검색하면 '방콕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런 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중 보기만 해도 군침 돌아가는 사진들이 있다. 또한 소위 '먹방 여행' 프로그램들을 봐도 좋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가볍게 해당 나라에서 꼭 먹어보고 싶은 진미들을 선정하는 것이다.
2. 이동 경로에 따라 레스토랑 정하기
방콕에서 밥만 먹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적어도 사원 하나쯤은 보지 않을까? 여행 중 세 끼를 먹는 행위 이외에 여행의 큰 경로를 잡는다면 그 중간중간마다 끼어 있는 식사 시간에 근처 맛있는 식당을 찾아가는 것이다. 물론 레스토랑이 중심이 되어서 여행 경로를 짤 수 도 있다. 이것 역시 선택 사항. 꼭 가고 싶은 레스토랑이 있다면 이를 필두로 그 주변에 유명한 유적지가 무엇이 있는지 보는 것도 좋다.
3. 다양한 검색경로를 통해 평점 검색
가장 중요하다. 무조건 다양한 검색경로를 이용해보자. 나 같은 경우에는 구글 맵(www.google.co.kr/maps/)을 가장 신뢰한다. 모수가 다양하기 때문. 한국 사람뿐만 아니라 현지인과 외국인들도 사용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접할 수 있다. 또한 경험 상 구글맵에서 4점 이상 되는 음식점이 별로인 적은 없었다.
트립어드바이저(www.tripadvisor.co.kr) 역시 유용하다. 만약 해당 여행지에서 무엇을 할지 고민이라면 트립어드바이저를 통해 검색하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 블로그도 좋다. 물론 광고성 글도 많지만 계속 검색하다 보면 이 집이 진짜배기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것.
그런데 이런 검색보다 우연히 길에서 만난 맛집이 더 반갑다. 뭔가 보물을 찾는 기분. 우연히 맛집을 찾는 방법은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 부부는 맛집을 우연히 발견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하나같이 ‘현지스러운 느낌’을 찾는다. 너무 새 거인 느낌보다는 살짝 낡고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 흔적이 있는 외관이 맛집일 확률이 높다. 맛이 보장되어야지만 세월을 버틸 힘이 있지 않겠는가. 또한 여행객보다는 현지인들이 식당 내부에 바글거린다면 오케이다. 특히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있다면 눈길을 줄만하다. 우리나라에도 맛있는 집이라고 정평이 난 가게에는 어른부터 아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지 않는가. 현지도 마찬가지다. 특히 나이 지긋한 분들이 찾는 곳은 가성비가 높을 확률이 높다. 그저 맛뿐만 아니라 가격, 서비스도 굉장히 합리적인 편.
나 같은 경우에는 화장실이 중요하다. 맛집 이야기하다가 웬 화장실인가 싶지만, 화장실이 깨끗하고 청결한 곳 중에 맛없는 곳은 보지 못했다. 적어도 위생관념은 철저하다는 반증이라 현지에서 배탈 날 일은 없다. 맛집이라고 하면 음식에 자부심을 가지고 성실한 태도로 임하는 곳이 많을 텐데 이런 곳은 주방, 화장실 등을 아주 깔끔하게 청소해 놓는다. 시설이 신식이 아니라도 좋다. 그저 깨끗하게 정리해놓았다면 일단은 합격점을 받는 것이다. 아무리 맛있는 집이라고 해도 화장실이 더러우면 왜인지 찝찝하다. 깨끗한 재료, 위생에서 정말 맛있는 음식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