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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숲 Aug 19. 2021

청년, 일본에 가다

나의 두 번째 해외여행 이야기





저번에 썼던 내 첫 번째 해외여행기에 대한 반응이 의외로 뜨거웠다. 3개의 글 중 2개나 메인이 되어 내 알림 창을 00000들로 도배했다. 사실 그 이야기를 처음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는 작은 섬에서의 기억 말고는 별로 생각나질 않았다. 적으면서 그 순간들을 떠올리다 보니 당시의 추억들을 발견한 것이다. 사실 그거 말고 더 재미난 여행들이 내 대뇌 서랍 속엔 훨씬 많다. 하지만 첫 번째라고 했으니 왠지 두 번째, 세 번째 식으로 순서대로 써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문제는 다음 여행에는 정말 별로 쓸만한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They just sell themselves



이미 재미있는 이야기는 어떻게 써도 재미가 묻어난다. 하지만 이 여행기는 그렇지 않다. 그렇지만 다음에 쓸 수많은 여행기들을 위한 발판으로 별 거 없는 이 스토리를 끼적여보려고 한다. 이번에도 쓰다 보면 재밌는 기억들이 혹시 떠오를지도 모른다.  



전역을 하고 여름에 필리핀 여행을 다녀온  복학을 했다. 열심히 수업을 듣으며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학교생활을 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해외여행이라는 아지랑이가 계속해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대학교 컴퓨터실에서 근로학생으로 일하며 돈을 찔끔찔끔 모았다. 그러다 곧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생각해보니까 '복학생을 좋아했던 그녀'의 배경이 된 시점도 이때였다. (숩아.. 잘 지내지? 못난 오빠도 잘 지내고 있어..ㅎ)


https://brunch.co.kr/@riverinthewoods/97



필리핀에 함께 갔었던 그 친구와 나는 다른 나라를 여행하기로 합의를 했지만 어디로 갈지는 아직 정해진 게 없었다. 예산이 넉넉한 편도 아니었고 겨울이라 야외활동에 제한이 있어서 우리의 선택지는 곧 일본으로 좁혀졌다. 1월에는 친구가 여행비를 마련하기 위해 알바를 했기에 우리의 출국 날짜는 2월 말로 잡혔다.



드디어 토요일이 되었다. 친구와 나는 만나서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로 향했다. 비행기가 아닌 배를 타기 위해서였다. 필리핀에서 하늘을 날아봤으니 이번엔 물살을 가르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지금 검색해보니까 배는 '뉴카멜리아'라는 걸 이용했던 것 같다.(아닌가. 코비인가?) 목적지까지 3시간 30분이 걸린다고 한다.



배에 승선하고 온통 벽에 온통 일본어로 적힌 포스터와 한국말을 잘하시는 일본 승무원분이 눈에 띄었다.(아니, 일본말을 잘하는 한국분이었나?) 안갯속과 같은 기억의 길을 걸어가다 보니 예상대로 많은 난관에 부딪힌다. 배 안에는 심지어 노래방도 있었다. 게다가 말로만 듣던 일본의 맥주 자판기를 발견하게 되었다. 거기서 꺼낸 아사이 캔맥주의 맛은 정말 혁명이었다. 친일파는 아니지만(여행 당시 일본과의 외교관계는 지금처럼 나쁘지 않았다.) 그 맛은 정말 필리핀에서 마신 산미구엘 맥주를 능가할 정도의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참고로 나는 맥주를 정말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해외에서 먹는 해외 맥주를 좋아한다.



아.. 쓸데없는 말만 하다 보니 정작 내 글은 아직 일본에 도착하지도 않은 상태다. 뭐 원래 늘 이런 식이 었으니까. 이런 나를 인정하자. 후쿠오카에 도착해서 일어난 이야기는 다음 편에 적어봐야겠다. 오늘은 그냥 여행 프롤로그 정도로 생각해야지.(역시, 미루는 행위는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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