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히도 추운 날이었다. 눈이 내리고 어둠이 찾아왔다. 그해의 마지막 저녁이었다. 한 늙은 마녀가 모자도 쓰지 않고 맨발로 춥고 우울하게 거리를 걷고 있다. 두 발은 꽁꽁 얼어 울긋불긋했다. 마녀의 낡은 앞치마 안에는 성냥갑 하나와 담배 몇 개비가 있었다. 마녀는 담배 하나를 손으로 들어 내밀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마녀한테 담배를 사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 한 사람도 10센트를 주지 않았다.
추위와 배고픔으로 벌벌 떨면서 마녀는 기어갔다. 비참한 그림이다, 아! 불쌍한 마녀! 눈꽃이 마녀의 긴 머리카락 위로 떨어져 내려 목을 구불구불 휘감았다. 창문으로 불빛이 새어 나오고 고기를 굽는 근사한 냄새도 흘러나왔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렇다, 마녀는 그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집 두 채 사이 모퉁이에 다른 집보다 길 쪽으로 더 튀어나온 곳이 있었는데 마녀는 그곳에 앉아서 발을 끌어당겨 몸을 웅크렸다. 점점 더 몸이 추워졌다. 지붕 말고는 불어대는 바람을 가릴 게 없었다.지푸라기와 천 조각으로 제일 크게 갈라진 틈을 막았는데도 그랬다.
손은 동상을 입은 듯 거의 움직일 수도 없었다. 작은 담배 하나가 온기를 어느 정도 더해줄지도 몰랐다! 마녀는 성냥과 담배 한 개비씩을 꺼냈다. 치지직! 성냥은 탁 소리를 내며 타올랐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깊게 한 모금을 빨아들였다. 그러자 담배 끝 부분에서 작은 초처럼 환한 불꽃과 연기를 일으켰다. 마녀가 그 연기 위로 손을 올리자, 이상한 빛이 일었다! 정말이지 반짝반짝 빛나는 황동 손잡이와 뚜껑이 달린 거대한 쇠 난로 앞에 자신이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연기가 얼마나 멋지게 피어오르는지! 얼마나 편안한지! 문득 작은 불꽃이 꺼지고 난로는 사라졌다. 손 안에는 다 펴버린 담배만 남아 있었다.
마녀는 담배 하나를 더 태웠다. 담배는 밝게 타올랐다. 불빛이 벽을 비추자, 하늘하늘한 막처럼 투명해져서 방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가 있었다. 탁자에 눈처럼 하얀 식탁보가 덮여있고, 그 위에 찬란하게 빛나는 저녁 식사가 차려있다. 사과와 자두로 속을 채워 구운 거위에서 먹음직스럽게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더더군다나 그 거위가 접시에서 펄쩍 뛰어내려 칼과 포크를 가슴에 품고 이 마녀에게 곧장 걸어왔다. 순간 담배가 꺼졌다. 두껍고 차가운 벽만 보일 뿐이었다. 담배 하나를 더 밝혔다.
문득 마녀가 몹시 아름다운 크리스마스트리 아래 앉아 있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부자 상인의 집 유리문을 통해 본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수천 개의 초가 초록 나뭇가지 위에서 활활 타오르고 판화 가게에 있는 것과 같은 알록달록한 그림이 마녀를 내려다보았다. 가엾은 마녀는 두 손을 내밀었다. 문득 담배가 꺼졌다. 크리스마스 불빛은 더 높이 올라갔다. 불빛은 이제 하늘에 환한 별처럼 보였다. 별 하나가 길게 줄을 이루며 떨어져 내렸다. 마녀는 생각했다.
‘지금 누군가가 저세상으로 가고 있구나.’
이미 저세상으로 떠나버린 누구보다 마녀를 사랑했던 딸이, 별이 떨어져 내리면 영혼 하나가 하늘로 올라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마녀는 담배 하나를 더 태웠다. 불꽃이다시 환하게 일었다. 그 불꽃 속에 딸아이가 친절하고도 사랑스럽게, 밝은 빛을 내며 서 있었다.
“딸아! 아, 내 딸아! 제발 나를 데려가 다오.불이 꺼지면 네가 사라지리란 걸 안단다. 이 무심한 연기처럼!”
마녀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절규했다.
순간 딸이 자욱한 연기 속에서 나와마녀의 품에 폭 안겼다. 두 사람은 땅 위로 밝고도 경쾌하게 날아올랐다. 아주, 아주 높이. 저 위, 추위도 배고픔도, 두려움도 없는 곳으로…….
하지만 모퉁이에서, 미소 짓는 입술과 붉은 뺨의 늙은 마녀가 벽에 기대어 앉아 묵은해의 마지막 밤에 얼어 죽었다. 새해의 태양이 측은한 한 사람의 모습 위로 떠올랐다. 마녀는 그곳에 얼어 뻣뻣하게 앉아있었다. 이미 다 타버린 담배 한 개비를 움켜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