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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숲 Aug 07. 2021

걷자, 힘드니까 걷자




나는 몇 년 전부터 산책의 매력에 빠졌다. 예전에는 걷는 걸 무지 싫어했다. 그보단 속도가 빠른 자전거나 오토바이 혹은 차를 타는 걸 더 좋아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모두 경험해보고 나니까 역시 걷는 게 최고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멍하니 걷다 보면 문득 이런저런 생각들이 꽃을 피운다. 뭐든 운전을 하면 그것에 집중해야 하기에 생각에 잠기기 쉽지 않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잡념에 빠질 수는 있지만 휴대폰이나 책에 주의를 빼앗기가 쉽다. 역시 걸어 다닐 때가 제일 생각에 집중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음악을 귀에 고 집 앞 공원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저런 공상에 빠진다. 노랫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 그런 순간이 온다. 그냥 가만히 앉아있거나 누워있을 때는 그렇게 몰입하는 경우가 드물다. 참 신기하다. 예를 들며 자기 전에 뒤척이며 드는 생각은 왠지 수동적이다. 내가 수도꼭지를 틀어 호스를 가지고 뿌리는 물이라기보다는 지붕이 없는 오두막에 쏟아지는 소나기 같다.



책을 읽다 보면 달리기에 대한 찬양을 하는 작가들이 많다. 그래서 나도 공원을 몇 번 뛰어봤다. 아직 그 맛을 몰라서 그런 건지 나에게 맞지 않은 옷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별로였다. 땀이 너무 나고 힘들다. 게다가 생각에 몰입을 할 수 없었다. 나는 역시 천천히 걸어 다니면서 생각에 잠기는 게 좋다.  



매일 걷지는 않는다. 그러나 막 들뜰 때, 우울할 때, 생각이 필요할 때 등등 산책이 고픈 순간들이 있다. 그럴 때 집 앞 공원에 가서 걷는다. 그러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들이 떠오를 때가 많다. 복잡하게 얽혀있던 고민의 실타리가 풀리기도 하고 글감이 툭하고 떨어지기도 한다.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그냥 마음이 편해진다. 이렇듯 걷기는 돈도 안 들고 우리에게 많은 걸 준다.



나에겐 오늘이 바로 산책이 필요한 날이다. 기분이 왠지 울적하다. 가슴이 막 답답하다. 걸으면서 기분 전환을 해야겠다. 우울은 가만히 놔두면 덧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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