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꿈을 확인하고자 학교에 조금 일찍 등교한 어주기. 거기서 소매가 세 개 달린 한복과 또 다른 벌레 그림을 찾는다. 그리고 꿈속의 기억이 아니라 자기에게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다는 것을 친구 상수에게 듣고 알게 된다.
드디어 수업이 다 끝나고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 상수가 말한 어제의 기억 때문에 상수에게 이상한 책 벌레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서 우리 집으로 같이 가기로 하였다. 그래서 상수를 부르려고 하는데 갑자기 소영이가 다가온다. 소영이는 같은 반 친구인데 남자아이들과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 지금까지 한 번도 말을 나누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약간 놀란 눈으로 소영이를 쳐다보았다.
"어주기야 잠깐 이야기 좀 할래?"
"어? 나? 왜?"
하고 나도 모르게 한복이 들어있는 가방을 가슴에 꽉 끌어안으며 대답을 하였다.
"그렇게까지 놀랄 것은 없어. 다만 아침에 등교하면서 보니까 네가 운동장에 떨어져 있던 물건을 줍는 것을 보아서 좀 물어보려고"
그 사이에 상수가 나와 소영이가 이야기하고 있는 교실 뒤로 다가왔다.
"소영이 네가 왠일이야? 남자애들과 말도 하고?" 하고 상수가 묻는다.
그러자 소영이가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자기 할 말을 한다.
"너희 둘 아까 복도에서 무슨 비밀 이야기 하던데 나도 거기 끼면 안 돼?"
그러자 상수가 짐짓 모른 채 하며 말한다.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했다고?"
그러자 소영이가 말 돌리기 싫다는 표정으로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나무. 귀신. 그것에 대해서 알고 있어"
상수와 나는 깜짝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상수와 소영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학교 선생님이신 엄마께서는 일찍 등교한 나를 위해 식탁에 편지를 써 놓으셨다. 서예가 취미인 엄마는 편지를 쓸 때 꼭 붓펜을 가지고 세로 쓰기를 하시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세로로 편지를 써 놓으셨다.
"어주기야. 학교 일찍 등교했는데 피곤하지는 않았니? 냉장고에 간식을 넣어 놓았다. 그리고 저녁에 먹을 김치도 새로 담가 두었으니 배고프면 같이 먹으렴. -사랑하는 엄마"
식탁 위의 글을 보고 소영이가 한 마디 한다.
"편지가 꼭 조선시대로부터 온 것 같다. 글씨도 예스럽고. 엄마께서 편지도 써 주시고 엄청 부럽다."
"우리 엄마 아빠는 맞벌이시라 아침에 잠깐 얼굴 보고 끝이야. 태권도장도 5학년부터는 나 혼자 준비해서 다녀오는 걸. 네 엄마 아빠는 어떠신데?" 하고 물어보았다.
잠깐 얼굴이 어두워졌던 소영이가 말을 돌린다.
"그래서 이렇게 너네 집까지 오게 되었네. 아침에 운동장에서 주운 물건 좀 보여줘"
그러자 상수가 말을 막는다.
"너 좀 수상하다. 나무라는 것은 어떻게 알고 있고 또 귀신은 뭔데? 그리고 다짜고짜 물건부터 보여달라니 우리가 물어보는 것은 다 무시하고. 이야기 한 번 안 하던 애가 말이야"
하지만 나는 어제 있었던 일들이 너무 궁금했기 때문에 소영이가 알고 있을 것 같은 내가 모르는 것들을 빨리 알고 싶었다.
"상수야, 소영아 어쨌든 나는 지금 매우 혼란스럽거든. 어제 있었던 일들이 말이야. 그리고 알고 싶은 것들도 있고. 그 귀신이라는 것도 정확히 알고 싶고."
그러자 상수가 말한다.
"귀신? 너도 귀신이라는 말을 하네.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어제 귀신에 홀려가지고 그렇게 멍하게 운동장을 돌고 있던 거야?"
"자자 알았어. 상수야 내가 다 말하고 궁금한 것도 알아보고 하고 싶은데 너의 입이 걱정이다. 비밀이라고는 하나도 없잖아"
그러자 상수가 손을 들고 맹세를 한다.
"내가 이번 일은 반드시 비밀을 지키고 만다! 걱정하지 마!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하면 우리 부모님 자식이 아니다!"
그러자 소영이가 살짝 웃는다.
상수와 소영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어서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희미한 기억이지만 학교 옆의 허름한 판잣집이 어죽집으로 바뀌어 있었던 일과 그 집에 있었던 귀신이라 불리는 이상한 머리띠를 하고 있는 사람, 이상한 책과 그 책에서 나왔던 벌레, 그리고 학교 운동장에 있던 이상한 검은 양복 입은 아저씨들과 안테나, 선풍기 등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었다. 이야기를 다 듣더니 소영이의 표정이 정말 심각해진다.
"네가 기억을 찾은 자이구나" 하고 소영이가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나와 상수는 또 이건 무슨 말이야 하고 쳐다본다.
"자 그래서 아침에 주운 물건은 바로 이것이야." 하면서 내 책가방에서 소매가 세 개 달린 한복을 꺼낸다. 그러다가 한복에 싸 놓았던 벌레 그림이 떨어진다. 소영이가 다급히 말한다.
"그림 건드리지 마!"
그러자 상수가 깜짝 놀라며 묻는다.
"아이고 깜짝이야. 도대체 왜 소리를 지르는 거야? 그건 그렇고 이 그림 진짜 살아 있는 것 같다."
그러자 소영이가 다짜고짜 묻는다.
"이 벌레 그림 또 있니? 무슨 일 일어나기 전에 얼른 한복을 펼쳐서 한복 소매에 벌레 그림을 넣어."
어제 벌레가 내 몸속을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보니 소영이 말대로 일단 그림을 한복 소매에 넣었다. 그리고 아침에 챙겨 두었던 또 다른 벌레 그림도 꺼내서 다른 소매에 넣었다.
그림을 넣고 있는데 상수가 말한다.
"그림이 약간 이상하다. 똑같은 벌레 그림인데 하나는 머리 앞쪽에서 하나는 몸통 옆쪽에서 그려 놓은 것이네. "
그러자 소영이가 상수의 말을 무시하며 끼어들었다.
"어주기야. 그래서 너는 어제의 기억을 잃지 않았어. 그리고 상수가 가지고 있는 모형자전거를 보고 집에 돌아오게 된 것이고. 나도 보여 줄 것이 있어."
하며 가방에서 돋보기를 하나 꺼낸다.
상수가 기분이 상해서 뾰롱 통하게 묻는다.
"그게 뭐 대단하다고 갑자기 꺼내는 거야? 그림이 이렇게 크고 선명한데 돋보기가 무슨 필요야?"
그러자 소영이가 상수 눈앞에 돋보기를 대고는 책상 위의 아무 책이나 펼쳐서 보여준다.
"자 너희 들의 비밀이야기는 들었으니 이 돋보기에 대해서 설명해 줄게. 이 돋보기는 보다시피 아무것도 확대시키지를 않는 특수한 기능이 있어."
그러자 상수가 퉁명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럼 진짜 쓸모없는 돋보기 아니냐? 돋보기가 확대를 못 시키다니."
그러자 소영이가 답한다.
"그런데 이 벌레 그림을 봐봐." 하면서 소매에서 벌레 머리 그림을 꺼내서 돋보기를 댄다. 그러자 그림 속의 벌레 머리는 확대돼서 보인다. 깜짝 놀라 상수가 묻는다.
"이건 왜 확대가 되어서 보이지? 책은 확대가 되지가 않는데? 이거 이상하다."
그러자 소영이가 말한다.
"상수 네가 가지고 있는 모형 자전거를 확대해서 볼 수 있을까?"
그러자 상수가 주머니에서 모형 자전거를 꺼낸다.
"어주기야. 너는 기억을 찾은 자야. 모형 자전거를 이 돋보기를 통해서 한번 확인해 줘"
의아한 표정으로 잠깐 소영이와 상수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별일 없겠지 싶어서 돋보기를 통해서 모형 자전거를 확대해 보았다. 그 순간 눈앞이 깜깜해지고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온몸이 부글부글 끓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몸이 몸이 끓는 것 같아 으악!" 그러면서 어제 있었던 이상한 일들이 모두 또렷이 기억이 났다. 귀신이 말했던 우리는 빨리 기억을 찾는 자를 찾아야 한다는 말과 요원들이 자꾸 우리 일을 방해하는데 이 사실을 알려야 하는지 걱정하던 것들이 모두 떠올랐다.
그러자 소영이가 소리친다. "금방 괜찮아져 조금만 참아!"
상수는 소영이의 돋보기를 뺐어서 소리친다. "너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잠시 뒤 갑자기 몸이 원래 상태로 돌아오며 몸이 진정이 되었다.
"상수야 뭔가 기분이 이상해. 갑자기 세상이 너무 시끄러워진 것 같아. 학교에서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것까지 다 들려. 으악 왜 이렇게 세상이 시끄러운 거야!"
갑자기 온 세상의 소리들이 다 들리면서 견디기 힘들어 귀를 막는다. 그러자 소영이가 "곧 적응할 거야. 조금만 참아" 라며 작게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