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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동해피 Sep 27. 2022

밉지만 밥상을 차려요

엄마의 감정 다스리기 산물 '밥상'

"지금 배고파 안고 파? 나는 살짝 출출한데"

또 몇 시간 후..._

"지금 배고파 안고 파? 나는 또 출출하네."


결혼 후... 온 가족이 쉬는 날이면 가장 많이 오가는 단어는 '방귀', '화장실''밥'이다.


나열만 해서는 연관성 없어 보이지만... 그것은 연료가 들어가 움직이고 소진되는 기계 공식과 같다 할까?...

흐음.,. 돌아서면 배고픈 남편과 아이의 주말이다.


이 녀석이 아빠 닮아 새벽 수유에 그리 곤혹을 치렀던가 싶다. 아이는 신생아 때 시계처럼 1시간 30분을 딱 맞춰 일어나 울곤 했는데... 그것도 새벽에... 모유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이의 배 고리를 감당 못해 분유와 혼합 수유를 했더랬다. 지겹다... 배 고리도 유전인가 싶은 주말의 복작거림. 밥상 차리기에 힘을 뺀다.


 내속으로 낳은 자식도, 열렬히 좋아 만난 남편도 내 맘 갖지 않다는 것을... 나는 밥상에서도 느낄 수 있다. 생체리듬이 휴일을 간파하는 것인지  주말엔 널브러져 있고 싶은데...

배달도 별로, 밥이 좋다 한다. 나는 담백한 게 좋은데 남편은 고기 잔뜩 들어간 찌개와 국을 좋아한다. 계란에서 조차 비린내를 맡는 나는  고기를 다룰 때면 곤혹스럽다.

그러나 어쩌나 좋다는데... 된장찌개라도 뜨끈히.. 차돌박이 잔뜩 넣어 끓여낸다.


문제는 아이다. 지독한 편식...

계란과 스팸이 돌고도는 식단. 아이는 감각이 예민하고 특히 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통상 입에 수포가 잡혀 식사가 힘들다던 수족구에도 바지락 미역국에 밥 한 그릇 말아 시금치 올려 잡수던 양반이... 세돌 무렵부터 극단의 편식에 들어갔다.


부드러운 식감 아님 아예 파삭한 식감을 즐겨하니 중간의 것은 거부당했다. (통상 건강식이라 일컫는 것들은 안타깝게도 중간의 식감이 많았다.)


시각적으로 혼합된 것에 대한 불안이 있었고  눈에 보이는 재료 하나하나 본인의 식감을 통해 검증된 게 아니면 먹지 않았다.

 

팽이버섯을 다져 최대한 티 나지 않게 계란말이를 해주었으나 금방 탄로 났다. 흐미... 국도 건더기 없는 미역국과, 된장국을 선호한다. 수공업으로 건더기를 건져 내려하니 너무도 힘들어 채반 국자를 구입했다. 삶의 질은 소소하지만 이런 데서 올라간다 느꼈다.

편식이 심한 아이는 미역국도 건더기 없이 멀겋게 줘야먹는다. 건더기 건지기가 힘들어 채반형태의 국자를 샀다.

하지만 내 안의 기복이 있는 날이면 밥상을 차리다가도 설거지를 하다가도 미운 마음이 불쑥 올라온다. 어떻게든 먹여보려 만든 반찬에 입 한번 안 댈 때... 어릴 적 엄마 생각이 난다.



어렸을 적 우리 엄마도 그랬겠구나 그 심정 이해되다가도, 나한테 왜 그리 신경질적이었던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갑자기 짜증이 올랐다.

 

"미안해... 엄마가 너한테 화풀이를 한 거 같아"

한 번은 엄마가 나를 불러 사과했던 기억이 있다.


새 차를 구입한다 했더니 할머니는 동네 사람들과 말했다.


"천지분간 못하고 차 산다고... 어매 하나 제대로 못 모시면서 어디 다닐라고 차 산다고 저럴까.."


그 말을 고대로 읊으며 웃기다 했던 어린 나는  큰 꾸지람을 들었다.  할머니가 있는 방까지 들리도록  큰소리로 나를 다그쳤다. 그리곤 그날 저녁, 엄마는 부엌에서 밥상을 차리며 어린 내게 사과했다. "미안해... 엄마가 너한테 화풀이를 한 거 같아"


언젠가 엄마랑 통화에서도, 정말이지 내가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된 것 같아 발끈했다.


"내가 너한테 뭘 특별히 잘못해서 원망을 듣냐... 난 너 바보 안 만들려고 너네 아빠랑 살았어. 너 하나 보고 살았어."


"누가 그렇게 살래? 지금이라도 이혼해"

 

"그래... 넌 이제 결혼했으니까 상관없다 이거지.."


"누가 상관이 없대? 정말 답답하다"


그리고 뚝... 전화는 끊긴다. 상대방이 말할 때 전화를 끊는 건 엄마만의 분풀이 방식이다. 그리고 장을 보고 반찬을 만드는 것은 감정을 다스리기이자 사과의 방식이었다.


며칠 전부터 부침개가 먹고 싶었다. 엄마가 해주는 파삭한 해물파전... 뚝 끊긴 전화에 마음이 쓰였던 내가 친정집에 삐쭉이 들어가  마주한 것은 그 파삭한 해물파전이었다.


"정말 맛있다"(엄마 미안해)

엄마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한 장 더해줘?"묻는다.


내가 아는 엄마는 그래 왔다.

할머니와 한껏 싸우고는 , '그래도'할머니가 드시고 싶다는 반찬을 만들고 밥상을 차린다.

 

말도 안 되는 일로 욱하는 아버지가 견디기 힘들지만,

당뇨 경계 수치인 아버지를 위해 늦은 밤 야채를 손질하고 샐러드드레싱도 손수 만든다.


엄마가 사색하는 시간... 그리고 체념하는 순간... 밥상차림.


"어쩌겠어... 미워도 먹여야지"

귀찮을 법 하지만 매 순간, 매 끼니 최선을 다해 차려내는 반찬... 함께 먹고 다시 미워하고 또다시 화해하고... 장을 보고 차려낸다.


친정에서 배달온 양념게장,총각김치..,엄마의 생각과 체념의 산물

이번엔 양념게장,

게와 열무를 소래포구까지 가서 사 왔다 한다.


"태풍이 온다는데 왜 그리 멀리까지 갔어?"


"어쩌겠어... 먹고 싶다는데... 어제 이거 담그느라 새벽에 잤어"


엄마는 유독 속 시끄러운 일이 있으면 김치를 담그더라...

음식 솜씨 없는 나는 청소를 하고...


오늘도 엄마라서... 어쩌겠어... 미워도 밥상을 차린다.

그리고 감정을 다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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