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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동해피 Sep 20. 2022

발달장애? 발달지연? 경계에 선 우리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작년 겨울. 우리는 상급병원 소아정신과에서  여러 검사를 실시했다.


발달지연과 장애를 오간 애매모호한 상황 속에  명확히 진단받고 학령기를  맞이하고 싶었다.


더 정확하게는 특수교육대상자로 진학해야 하는 상태인지 일반학급에서도 무리 없이 생활할 수 있을지..


권위자의 의견을 간절히 듣고 싶었다.

 

검사 당일,

"엄마 여기 병원이야?" 묻더니 아이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긴장한 건 엄마인 나도 마찬가지... 위경련으로 시달리다 한 끼도 못 먹고 병원에 도착했던 터였다.


1시간 이상 검사자와 독대해 쓰고 말하기를 반복하는 시간.. 아이는 안쓰러울 정도로 집중했다고 했다.


"잘했다 잘했어!"


검사가 끝나고 어둑어둑해진 12월의 저녁... 텅 빈 병원 복도를 나서는 차가운 공기와, 그 느낌...


이 검사가 끝나고 결과가 나오면 우리 아이는 장애진단을 받을 수도 있겠지.. 2주 후 재진 때 우리는 과연 홀가분하게 병원을 나설 수 있을까? 혼란스러운 마음, 한편으로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아이의 목에 담이 왔다. 난생처음 겪어보는 고통에 아이는 당황했고 울었다.

"어제 정말 애썼구나..."

아이를 안고 한참을 토닥였다.


36개월부터 센터를 오가며 주기적으로 자신의 발달을 평가받던 아이... 설사 장애 진단을 받더라도 결국엔 행복이다 다짐했다.


이윽고 검사 결과를 보는 재진 날이 왔고

떨릴 것 같았지만 예상보다 담담하게 임했다.


검사 결과와 여러 자료를 보던 교수님은 "  언어지연은 있지만 장애로는 볼 수 없다며 잠재능력이 있는 친구이니 현행대로 치료를 이어나가라고" 말했다.

 

지능은 현재 수치상으로는  '경계'에 해당했다. 잠재능력은 평균하- 평균. 학교는 일반반 입학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했다.


그러나 아이를 주기적으로 보고 있는 지역 병원에서는 좀 더 넓게 치료하고 싶다 했다. 자폐스펙트럼, 아스퍼거, 난독 등등... 여러 가지 말이 오갔다.


최근 아이가 그린 '체리파이 만들기' . 이젠 서툴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글자를 쓸 수 있다.


경계...

잠재능력이 어쨌든 우리가 처한 현실이 보통의 것과는 달랐기에 내 마음도 덩달아 냉탕 온탕의 '경계'를 오갔다.


"또래 친구들하고는 좀 달라요"

"네 돌인데 아직까지 기저귀를?"

"이때쯤이면 본인 이름은 쓰는데요"


아이는 '그때쯤'보일만 한 발달 선상에서 눈에 보이게 뒤쳐졌다.  


영유아기 때는 본인 이름을 모르는 듯 호명 반응이 어려웠고 돌이 될 때까지 기저귀를 못떼, 보내는 어린이집에서도 난색이었다.


유치원에서는 본인 이름을 못 찾고 반 이름을 못 봐 다른 반에 앉아있는 경우도 많았다...


그때마다 엄마의 자질 의심하는 충고들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엄마의 노력 부족이라며 나를 탓하는 것 같았고, 그 생각들은 나를 움츠러들게도... 분노하게도 만들었다.


아이 앞에서 보이고 싶지 않았던  폭풍 같은 눈물을 흘리며...


왜 안 되는 것이냐고... 남들은 쉽게만 하는데! 유튜브 보면서도 한글을 뗀다는데! 너는 왜 쉽게 하는 게 하나도 없냐고... 그렇게 마음속으로 아이를 원망한 적도 있다.


그리고 나의 모습 속에  친정아버지를 보았다.


나는 아버지가 무서웠다.

야근하고 자다 깨서 "지금이 몇 시냐"시계를 물어보곤 틀리게 말 말하면 눈에 불을 켜고 호통 치던 그 모습...


연산을 가르치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며 밥상을 엎어버린 그 모습...

"뭔가를 가져오라 시켰을 때는 빠르게 와야 한다.  늦지 말고 빠르게..."


어렸을 적 나에게 아버지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런 모습으로 추억되기 싫었기에...

'믿고 기다려주는 엄마 되기'그리며 노력했지만,


이따금씩 오고 가는  감정 속에 나 또한 엄마로서의 이상과 현실... 그 경계에 서 있음을 느낀다.


아이에게서 보이는 나의 어린 시절..

내게서 보이는 우리 아버지의 모습... 아이를 키우면서 사춘기가 찾아왔다.


부모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부당하다 말하지 못하고 좋다고 억지로 애썼던 일들이

떠올라 내가 한없이 못나보였다.

 

이젠 잡념은 내려놓고...

아이의 힘을 믿고 기다려주기,... 그리고 나를 믿어보기!


아이가 처한 발달의 경계와 내 마음의  경계... 그것을 극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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