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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동해피 Sep 21. 2022

아들보다 나은 딸

'도리'와 '아들'에 치이는 나

"물려줄 건 제사밖에 없는 종갓집... 그래서 아들이어야만 했다. 결혼한 지 10년 만에 얻은 아이가 딸이라니... 그래서 안타까웠다."


나는 그런 가풍 속에 자랐고,...'아들보다 나은 딸'이라는 말이 나에겐 최고의 칭찬이 되었다.


"이렇게 건들건들해서 어따쓸까?"


어렸을 적부터 나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겁나지만 씩씩했고, 무섭지만 좋다 했다.

갖고 싶었지만 필요 없다 했고  수긍이 안됐지만  '네'라고 대답하는 것이... 아들을 대신한 나의 도리로 여겼다.


착하디 착하고, 순하디 순하게...


이런 가풍 속에 명절을 맞이하는 것은 대단히 숨 막히는 일이다.


언젠가 차례를 끝내고 음식을 먹고 있었을 때... 할머니의 눈물바람.


"니 아비가 불쌍타... 나는 니 아비 제삿밥이라도 얻어먹지만 

자식 하나 없어 어찌할꼬..."


"나는?... 나는 자식 아냐?"


아들 없는 집의 콤플렉스는 명절에 빛을 발했고... 이는 두고두고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아버지 홀로 지낼 차례에 죄책감까지 짊어졌다.


그래도 남편 직업상 명절 근무가  많았고... 덕분에 시가를 가기 전  조금이라도 친정에 들러 차례를 지내게 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어른들이 그렇게 바라던 '아들'내 아이... 

아버지와 함께 절하는 모습이 이상하리만치 뿌듯해, 기념사진을 남겨놓곤 했다.


다음날 연이어 시작될 시가에서의 감정노동... 마음은 무거웠지만,  이번 명절  '친정 숙제' 하나는 끝났다. 종갓집 외동딸 도리는 다했구나... 속이 후련했다.


이번 추석도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친정과 시댁 사이에 '도리'를 오갔고 올해도 숙제는 어르신들의 만족으로 끝냈다.


친딸과 비교당하는 세상 속에 나는...'나 대신 태어났어야 할  우리 집 아들' 경쟁한다.  친정에서나 시가에서나...


'도리'에 치여  '아들'에 치여 다시금 나를 잃은 명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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