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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고양이 Nov 22. 2019

챠오! 이탈리아 이케아에 '밥 먹으러' 왔습니다

로마 이케아의 레스토랑 이야기

집 꾸미며 보내는 11월의 중순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일상에서의 행위(Activity) 3가지가 있다.

집 보러 다니는 것 (미래의 내 집이든, 남의 집이든, 뜬구름 잡는 집이든 상관 무)  

이케아 같은 생활용품점 구경 가는 것

슈퍼마켓 구석구석 구경하는 것


아마 이 행위들 모두 그것들을 꼭 소유하지 않고,

구경만 해도 기분이 저절로 좋아지는 신기한 공통점이 있어서일까?

11월도 어느 정도 저물어 가는 시기인 요즈음,

연말 분위기로 따뜻한 집을 꾸미기 위해서 어김없이 이케아를 방문하게 되었다.


이케아에서 부모들이 쇼핑할 때, 아이들은 앞의 놀이공간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열띠게 쇼룸을 둘러보다 보니, 어느 순간 킁킁 맛있는 냄새가 맡아지기 시작했다.

그저 '잠시 배를 채우고 이동해도 좋겠지.'라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이케아 레스토랑으로 이동하였다.


레스토랑이 복작복작 주말 점심을 먹는 이탈리아 가족들로 붐비고 있다.

별로 만든 조명, 볏짚을 꼬아 만들어 모양을 잡은 듯한 조명 아래에 이케아 가구들로 꾸며진

레스토랑이 굉장히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자아해 낸다.

꾸며진 모든 조명과 가구들은 실재 이케아에서 팔고 있는 상품들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이유도 없이 신이 나기 시작했다.

남편은 큰 광고 화면에 지나가는 메뉴 중 본인이 굉장히 좋아하는 돼지 통다리 오븐구이를 발견하였다.

돼지 허벅다리를 오랜 시간 동안 오븐에 조리한 것으로

살이 야들야들하고 보드라우면서 은은하게 고소한 돼지의 향이 올라와서 나도 좋아하는 메뉴이다.


키 큰 이탈리아 아주머니들 때문에 까치발을 하고 올려다보니

이제야 핑크빛, 보랏빛의 예쁜 디저트들도 보인다.


나는 연어구이(훈제와 훈제 안 한 것 중에 고를 수 있음)와 감자 퓌레, 브로콜리와 파프리카 볶음을 시켰다.

그리고 모든 베리류를 갈아 만든 베리 스무디를 시켰다.

남편은 그 돼지 통다리 오븐구이와 감자 퓌레 그리고 아주 다양하고 많은 구이 채소를 추가하였다.

(탄,단,지와 식이섬유를 꼭 밸런스를 맞춰서 먹어야 하는 성격)

킁킁. 얕게 고소한 버터향이 깃들은 감자 퓌레.

그리고 과하지 않고 적당히 익은 촉촉한 연어구이.

자칫 느끼해질 수 있는 맛의 밸런스를 위한 달콤 아삭한 파프리카와 브로콜리.

글 쓰는 지금도 생각 나는 맛있었던 점심 식사였다

보이기에는 여느 학교 급식 배식대 같았는데

맛의 밸런스도 잘 잡히고, 보통 미리 연어를 구어놓으면 배식되는 시간 사이에 건조해지기 마련임에도,

아주 촉촉하고 부드러운 연어였다.

전문적이지 않은 레스토랑을 잘못 들리면 3배는 더 돈을 주고도, 바싹 구워서 질감이 텁텁한 연어를 만나기도 십상이기에 매우 놀라웠다.

게다가 중간중간 싱싱하고 달콤한 베리 스무디를 먹으니 금상첨화.

특히 자연의 베리 과일만 갈아서 넣고, 어떤 설탕, 시럽 첨가물도 더하지 않아서 매우 좋았다.


남편의 돼지 통다리도 정말 촉촉하고 살이 입에서 녹듯이 야들야들 맛있었다!

다른 일반 가격의 푸드코트에서는 이보다 훨씬 텁텁하고 건조하거나, 오랜 오븐 조리로 간이 짜게 된 경우가 많았었다. 근데 맛과 질감, 요리의 보존 상태까지도 훌륭한 이케아에 놀랐다.

위 사진은 처음으로 로마 이케아 방문했을 때 사진이다. 당시 두 사람 치고는 너무 많이 시켰지만 모두 클리어! 슬라이스 연어 전채요리, 라자냐, 티라미수 그리고 이케아 맥주

예쁜 이케아 별 모양 조명을 바라보며, 편리한 이케아 의자에서, 맛 좋고 값 좋은 이케아 음식을 먹었다.

이 글을 쓰면서 상상해도 다시 한번 웃음을 짓게 되는 만족스러운 점심 식사였다.

(원래는 외식하면 매우 까탈스러운 스타일.

하지만 한번 빠지면 요리왕 비룡처럼 구름 사이를 날아다니는 스타일..)


밥을 먹은 뒤로 신나게 기분이 업되서 열나게 가구 쇼핑을 하고 돌아오고,

남편과 다음 주에도 또 가겠노라고 둘 다 기염을 토하는 오늘.

생각해보니,
이 이케아 레스토랑
뭔가 이상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케아 레스토랑은 가격의 저렴함을 내세우는 조립가구 브랜드이다.

이케아 구매자들이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것 그 이상을 제공하고 있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니,

이케아는 값싼 가격에 좋은 질의 음식을 팔고
'적자'를 보더라도
낮은 가격 정책을
일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본 사업인 '가구'에 있다.

일반적으로 가구를 사러 오는 사람들은 아직 가구의 통상적인 가격대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지 않다. 그 이유는 예를 들어 침대 같은 경우는 한번 사면 자주 바꾸는 물건도 아니기에 자주 사는 쌀, 고기 같은 일상의 식재료와 비교하면 침대 하면 딱 하고 떠오르는 가격에 대한 인식이 고정화되어 있지 않다.


적어도 우리는 슈퍼마켓에서 음식을 사고 매일 조리해서 먹기 때문에 음식에 대한 기본적인 가격은 머리에 인식이 되어있다. 보통 파스타를 외식으로 사 먹으면 이 정도 가격이고, 설렁탕은 이 정도 가격이겠지 라고 대충 상상이 된다.

이탈리아 사람 모두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의 마르게리따 피자 가격보다 훨씬 좋은 이케아 피자 가격. 핫도그가 50센트인 것도 놀랍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상상이 되는 메뉴의 가격을
상상 그 이하로 낮게 해서
이케아 레스토랑에서 판다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아. 이곳이 다른 곳에 비해서 현저히 가격이 좋구나.
근데 맛도 좋네.'라는 생각을 심어줘서
사람들의 가격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게 만들 것이다!


이런 가격 정책을 가지고 있는 이케아.

얼마나 이탈리아에 들어오면서 골머리를 앓았을지 상상이 된다.

이 이탈리아 사람들은 5분마다 오기로 한 버스가 1시간이 안 와도 서서 기다린다.

그냥 계속 구시렁구시렁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며 불만을 내밀다가 그냥 버스가 오면 그렇거니 하고 잊고 가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음식에서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에 있어서는
 엄청난 극단주의자(Extremist)들이다.


다국적 식품 기업들이 이탈리아에 들어오려고 현지화(Localization)를할 때에는 항상 애를 먹는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여러 부분에서 이탈리아 사람들의 '굽힐 수 없는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사랑'을 이케아 레스토랑도 어느 정도 받아들인 노력을 볼 수 있었다. 


1. 전채요리 코너

'여기가 저가 조립가구 가게 안에 있는 레스토랑 맞나?'싶을 정도로 공을 들인 전채요리 코너이다. 스웨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연어를 사용하였지만, 메뉴의 구성 자체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흔한 레스토랑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한 애피타이저 메뉴로 구성하여 현지화하였다.

프로슈토(Prosciutto)와 브레사올라(Bresaola) 등의 생햄을 이용하고, 부라타(Burrata) 치즈를 올린 이탈리아 음식 정통 고수 선생님들도 문제없이 먹을 수 있는 클래식한 이탈리아 메뉴로 구성하였다.


2. 메인 코스 메뉴로 이탈리안 메뉴인

라자냐, 아티초크 크림 리조또, 토르텔리니 그리고 일반 토마토 파스타까지 준비되어 있다.

게다가 파스타 면은 유기농 면으로 조리하였다고 한다.

유럽 전역에 있는, 그래서 이탈리아도 동참하는 친환경 음식 열풍 (Bio)까지 레스토랑에 반영한 이케아.

덧붙여 디저트 메뉴도 티라미수, 파나코타 등 이탈리아 전통 디저트가 준비되어 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비빔밥 중에 고르면 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엄청난 이탈리아 현지화의 산물들이다.
맛있는 형형색색의 디저트 코너


3. 바(Bar)에서 이탈리아식 아침 식사를 판매한다.

브리오쉬(Brioche)라는 부드럽고 크리미한 이탈리아식 크루아상을 곁들인 카푸치노는 이탈리아의 정통적인 아침식사라고 할 수 있다. 아침에 이케아로 가구 쇼핑을 오는 사람들을 배려한 것일까?

카푸치노와 브리오쉬 세트 메뉴가 무려 1유로 밖에 하지 않는다!

에스프레소를 재빨리 입에 털어놓고, 빨리 자리를 뜨는 이탈리아 카페 문화를 이케아에서도 볼 수 있다
회원이면 단돈 1유로에 카푸치노 한잔과 이탈리아식 크루아상인 브리오쉬의 이탈리아 아침식사를 할 수 있다!


이런 이탈리아 사람들의 엄청난 정통 음식 사랑 덕에 얼떨결에 나도 좋은 음식을 먹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확실한 건 이런 '주의를 더욱 기울이는', '신경을 쓰는' 메뉴를 외식을 하기 위해서 들린 특별한 레스토랑이 아닌 조립가구점에서 마주한다는 것이 매우 특별하다는 것이다.  


오늘은 음식을 사랑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그리고 탁월한 정책과 현지화 정책을 사용하는 스웨덴의 이케아에 감사한 마음이 드는 하루였다!










* 일부 사진들은 이탈리아 이케아 공식사이트(ikea.com/it)에  출처가 있습니다.

*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bananegat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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