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실망시키고, 내가 실망했기에
사람은 모두 사랑받기를 원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꽁꽁 싸매두곤 그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는 점이 있으며, 비밀이 된 그것을 고이 간직한다. 모든 걸 드러내는 사람은 아마도 100% 사랑받기엔 어려울 것이다.
신기하게도 그 드러나지 않는 한 끗, 비밀스러움에 누군가는 되레 끌림을 느끼고, 그 사이마다 오가는 감정과 기분에 목을 매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아직 잔뜩 모난 구석의 입체적인 면면을 동그란 척 숨긴 채 서로에게 그저 다정하고 실망시키지 않기 위한 방법만을 찾아 헤맨다.
한때는 늘 웃어주고, 괜찮다 말하며 실망시키지 않는 '잘'하는 법만을 믿었다. 그게 '관계'의 정답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에야 하찮은 인간 1인 내가 마냥 꼿꼿하게 '잘'할 수만은 없다는 것은 당연했다. 믿었던 정답은 없었고, 답은 한 가지로만 구분 짓기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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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을 알지 못하는 나는 매 순간 다정하지도, 모든 게 진실할 수도 없으며 심심찮게 뻔뻔히도 상대를 실망시키는 그저 흔한 인간 1인데.
실망시키면 안 될까?
실망시켰음에도 괜찮았던 적은?
귀찮아하며 짜증을 내고, 예민하며, 심드렁하기도 한 나를 드러내고 나 또한 그런 모습을 드러내는 누군가를 받아들여주었던 일부 관계가 있다.
너를 실망시키고, 내가 실망했기에 무너지지 않을 수 있던 견고한 관계.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상하긴 하지만 그렇게 우린 이어져왔다.
서로에게 한두 번쯤 실망해도 괜찮을 거라 믿게 되는 너와 내가 있다는 건, 적지 않은 진심이 동반된 관계일 것이다.
이상하게도 실망스러움이 있어야 진심을 꺼내어 보이고 한발 가까워질 기회가 주어질 때도 있으니.
나란히 풀기 쉽게만 되어있던 실타래가 돌이킬 수 없이 엉기는 것이 실망이라면 우린 엉겨 붙은 채 언제고 풀릴 실끝을 찾으며 오히려 오래도록 함께일 것이다.
그러니, 좀 실망시켜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