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서양난이라면

그저 잘 자라는 잔디가 부러워지는 마음

by 구뜨마망


잎은 무성하지 않고
꽃도 쉽게 피지 않는 난초처럼

성장이 더뎌 보이고,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쉽게 드러나지 않는 아이.

햇살이 닿기만 하면 싱그럽게 자라는 잔디처럼,
비 오고 나면 금세 파릇해지듯
늘 웃고, 잘 어울리고, 반응도 빠른 아이들이 있다.

우리 아이가 서양난이라면,
이미 잠재가능성을 품은 아이라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아이만의 속도,
그 기질에 맞는 온도와 물의 양,
그리고 충분히 ‘기다려주는 시간’을 제공해 주기란

체력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소진되는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아무 변화가 없어 보여도,
그 시간은 꽃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문득
왜 나는 서양난을 낳은 것일까

이해되지 않는 순간이 찾아오고,
억울함이 불쑥 올라온다.

그저 잘 자라주는 잔디가 부럽다.

또 아이를 키우는데
수용의 태도가 쉬울 리 없다.

단점은 금세 드러나고,
그걸 도와주고 싶은 마음부터 먼저 올라오니까.

누구도 고른 적 없는 부모자녀관계.
그러나 부모는 부모가 되기로 결심했기에,
태어나는 데까지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는 아이의 입장보다는
부모의 상황이 더 나은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여러 이유로 마음이 복잡해진다면,
혹시 자신의 힘듦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는 않은지
점검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아이의 장점보다 단점이 먼저 보이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부모라도
아이의 긍정적인 면을 찾아
언어로 되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마도 그 아이의 첫 꽃이 피어나는 순간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바라보는
행운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아이 안의 가능성을 끝까지 믿고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주는
부모만이 경험할 수 있는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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