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Skip: 혹시 과거의 영향을 받고 있나요

“내 마음이 시간을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by 구뜨마망


어떤 감정은 너무 익숙해서,

나조차도 그것이

'지금의 내 감정'인 줄 알고 반응한다.

하지만 반복되는 감정 반응이나 관계의 패턴은

무의식 속에 오랫동안 익혀온

‘생존 전략’ 일 수 있다.

그 전략은 아주 어릴 적,

나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고,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의 한마디나 표정하나에

자동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유 없이 억울하거나,

이유를 말할 수 없는데도
서운하거나,
누구보다 잘 지내는데도
부러움이 불쑥 올라올 때.

그 감정은 어쩌면

지금의 내가 아니라,
과거의 '어린 나'
반응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몇 살로 반응하고 있을까?"

‘지금의 나’로 생각하고,

‘어제의 나’로 설명하지만,

지금 이 감정을 정말 '지금' 느낀 걸까,
아니면 과거의 감정이
다시 재생된 것일까.





우리는 피부 나이,

혈관 나이,

뼈 나이까지 측정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정서의 나이는 좀처럼 돌아보지 않는다.

감정은 생각보다 오래된 것이고

반응의 형태로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누군가에게 내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서운해하거나 기대하는 패턴,

거절당할까 먼저 말하지 못하는 관계의 방식은

'수동–수용–의존'이라는 이름으로도 설명된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

지지받고 싶은 마음,

보호받고 싶은 마음은

어릴 적 마음 안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성인이 된 지금도,

내면 깊은 곳에서 조용히 살아있다.

현실이라는 이름 아래 조용히 감춰졌을 뿐이다.

겉모습에 드러나지 않는 정서처럼.





이미 어른이 된 지금,

과거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 정말 필요할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미 어른이 되었다는 건

지나온 시간만큼의 무게는 안고 있는 거니까.

그런데도 어쩐지 자꾸만 마음이 그 시절의 나로 향할 때가 있다.

바로 바라보기가 어렵고

모른 척하게 되는 건

왜일까?

정서적으로 여전히 충족되지 못한 채

기다리고 있는 '아이'의 존재를 알고는 있지만,

마주하는 게 잘못된 것이라고

혹은 누군가를 탓하는 것처럼 여겨져서

겁이 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때의 부모님은 지금의 부모님이 아니고,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가 아니다.

그런데 내 마음은,

지금도 그때처럼 반응할 때가 있다.

시간은 흘렀는데

감정은 그 자리에 머문 것처럼.

몸은 어른이 되었는데,

감정은 여전히 아이인 것처럼.


혹시 내 마음이 시간을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나는 오늘

다시 돌아본다.

잘 자란 것도, 잘 버틴 것도

모두 그럴듯한 이야기로 들리기도 하지만
어쩌면 ‘괜찮은 척’이라는 이름의 생존 전략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 과거의 영향을 받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