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썩이던 관용적 표현, 재밌게 잡아보자 (1)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했을 때, 우리는 ‘뒤통수를 맞았다’란 표현을 쓴다. 수동태인 ‘맞다’를 능동형인 ‘때린다’로 바꾸어 ‘뒤통수를 때린다’고 하면 배신을 하는 게 된다. 영어에서도 같은 표현이 있을까? 뒤통수(back of the head)란 말이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영어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다. ‘뒤’를 뜻하는 ‘back’과 ‘칼 같은 것으로 찌르다’란 뜻의 ‘stab’을 결합해 ‘backstab’이라고 하면, 누군가를 중상모략하는 것, 배신하고 배반하는 것을 가리킨다. 우리도 흔히 사용하는 ‘등에 칼을 꽂는다’와 아주 유사하다.
He was backstabbed by a colleague he trusted.
그는 믿었던 동료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
A colleague he trusted backstabbed him.
그가 믿었던 동료가 그의 뒤통수를 쳤다.
* colleague [kάliːg] 동료, 동업자
* '뒤통수 맞은 사람'을 주어로 하면 수동태, '뒤통수 때린 사람'을 주어로 하면 능동태가 된다.
최근 개봉된 <백스태빙 포 비기너스(Backstabbing for beginners)>는, UN에 근무하게 된 청년이 우연히 상관의 비리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것을 폭로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제목에도 나와 있듯, 정의를 위해 제대로 ‘뒤통수를 때리는’ 흥미진진한 정치스릴러다. 누군가를 배신하는 행위는 잘못된 일이지만, 공익을 위해 ‘내부고발자(whistle-blower)’가 되는 것은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니다.
He didn't backstab his father but accused a Nazi quisling.
그는 아버지를 배신한 것이 아니라 나치 동조자를 고발한 것이다.
* accuse 고발하다, 혐의를 제기하다, 비난하다
* quisling 매국노, 반역자 ● 이차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동조해 매국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진 노르웨이의 육군장교 비드쿤 퀴슬링(Vidkun Quisling)의 이름에서 생겨난 말.
‘뒤통수를 맞았다’는 표현은 ‘be backstabbed by ~’와 같이 수동태 형식을 취하지만 ‘get’을 사용해 ‘당하다’는 뜻을 나타내거나 ‘feel’을 활용해 ‘당한 느낌을 받다’라는 뜻으로 나타낼 수도 있다.
I think we got backstabbed by our company.
아무래도 우리가 회사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아.
He opened the file and felt backstabbed severely by it.
그는 파일을 열어보고는 뒤통수를 호되게 맞은 기분이었다.
* severely 엄하게, 격렬하게, 심하게, 혹독하게
때로는 ‘backstab’에서 ‘back’을 떼어낸 ‘stab(찌르다)’만으로도 ‘뒤통수를 치다’는 뜻을 전달할 수 있다. ‘stab’ 자체가 칼끝 같은 날카로운 것으로 상대를 공격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데, 다만 ‘stab’만을 사용해서 뒤통수 친다는 뜻을 드러내고 싶으면 ‘뒤에서’라는 뜻의 ‘in the back’을 동반하는 것이 좋다.
He had stabbed her many times.
그는 여러 차례 그녀를 배신했었다.
He may be pleasant to her face, but would stab her in the back.
그는 그녀의 면전에선 상냥하게 굴지만 뒤에선 얼마든 그녀의 뒤통수를 칠 녀석이다.
* pleasant 즐거운 ▶ be pleasant to ~ : ~에게 상냥하게 굴다
Such a vicious lie could be nothing but a stab in the back.
그런 악의에 찬 거짓말은 뒤통수를 치는 행위라고 할 수밖에 없다.
* vicious [víʃəs] 잔인한, 사악한, 부도덕한
* nothing but = only 오직, 단지, ~일 뿐인
● ‘a stab in the back’에서 stab은 동사가 아니라 명사로 사용되어 ‘뒤통수를 치는 행위/배신행위’를 가리킨다.
‘중상모략을 하다’나 ‘뒤통수를 치다’와는 뉘앙스가 약간 다르지만 ‘배신하다’란 뜻으로 가장 많이 쓰는 단어는 뭐니뭐니해도 ‘betray’다. 이 단어는 라틴어 접두사 ‘be’에 ‘넘기다/양도하다(hand over)’라는 뜻의 라틴어 ‘trair’가 결합한 형태다. ‘betray’가 ‘누설하다/폭로하다’ 등을 가리키는 것은 이 때문이다.
He was offered $50,000 in exchange for the company's secrets, but he couldn't betray the company.
그는 회사의 기밀을 넘겨주는 대가로 5만 달러를 제안 받았지만, 회사를 배신할 수는 없었다.
* offer 제안하다 ▶ be offered 제안을 받다
* in exchange for ~ : ~을 대가로
He was betrayed into a snare.
그는 속임수에 걸려 함정에 빠졌다.
* snare ⓝ 덫, 함정 ⓥ 덫을 놓아 잡다 = trap
재밌다고 하는 게 좀 그렇지만 ‘배신행위’를 나타내는 재밌는 표현들이 많다. 앞에 설명한 ‘뒤통수를 치다’나 ‘등에 칼을 꽂다’와 비슷한 것으로 ‘누군가를 팔아넘겨서 강에다 빠뜨린다(sell someone down the river)’는 표현 역시 배신행위를 의미한다. 이 말은 특히, 누군가를 예전보다 더 나쁜 상황으로 만들 때 쓰인다.
Do not sell your friends down the river.
친구를 배신하지는 마.
‘배신’같은 심각한 상황보다 강도가 좀 약하지만 ‘속이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단어들은 상당히 많다. 이들 중에서 꼭 알아두어야 할 단어는 deceive. 어원인 라틴어 dēcipere를 분석하면,
dē(분리형 접속사:away) + cipere(가지다:take)
= 가져가다 〈 빼앗아가다 〈 속이다
They deceived the enemy by disguising their destroyer as a whaler.
그들은 자신들의 구축함을 포경선으로 위장해서 적을 속였다.
* disguise ⓥ 감추다, 변장하다 ⓝ 위장, 변장
* destroy 파괴하다 ▶ destroyer 파괴자; 구축함
* whale ⓝ고래 ⓥ 고래를 잡다 ▶ whaler 고래잡이배
He deceived her into investing all her savings in bad loans.
그는 그녀를 속여 그녀가 저금한 돈 전부를 넘기게 만들었다.
* invest A in B : A를 B에 투자하다
* saving 저축, 저금 = deposit 예금
* loan 대출, 융자; 공채 ▶ bad loan 부실채권
'배신 때리기'에 이어 다음 시간(영어로 지식쌓기 4-2)에도 유익한 관용적 표현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