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곰돌이 Nov 27. 2024

말이 긴것을 보니 속에 담아왔던 이야기가 많았나 보다.

1.

간단히 만두와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 두 음식 가격이 만 원이 넘는다면 과연 이걸 간단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치솟는 물가에 지갑 속 카드를 꺼내기 무서워진다.


요즘 5천 원은 옛날 5천 원과 다르게 저렴하다는 숫자가 되어버렸다.


물론 5천 원짜리 밥이 없기도 하지만 커피 가격과 비교하면 5천 원은 커피 한 잔 덜 마시고 가볍게 쓸 수 있는 금액이 된다.


물론 그 5천 원도 사용하고 커피도 사 먹기 때문에 사실 두 배의 돈을 지불하는 셈이 되긴 하지만 말이다.


아낀다고 아껴도 5천 원이 새어나가 통장은 텅장이 되어버린다.


그래도 먹고살아야 하기에 오늘도 5천 원을 천 원처럼 지불한다.



2.

오늘은 지현이 동생 선영이가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올린 후 단아한 핀을 머리에 꽂은 채 앉아있는 지현이를 보면서 한복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복엔 많은 사연이 있었지만 오늘의 한복은 좋은 사연이 깃든 한복이 될 것이다.


결혼식의 분주함은 경험해 봐서 매우 잘 알고 있다.


주인공인 신랑 신부도 그리고 가족들도 모두 정신이 없다.


정신없이 축하해 주고 축하를 받다 보면 어느새 결혼식은 시작되고 떨리는 마음에 어버버 하다 보면 식은 끝나있다.


돌이켜보면 과연 결혼식은 누구를 위한 결혼식인지 모르겠다.


신랑 신부가 즐길 시간은 없고 한 시간의 대관 시간 동안 사회적으로 정해진 식순을 치러야 하고 부랴부랴 사진을 찍어야 한다.


누가 왔는지도 모른 채 정신없이 하객들과 인사하다 결국 나중에 나오는 사진으로 온 사람들을 알게 된다.


기쁜 날이지만 그 기쁨을 온전히 즐길 수 없음에 경험자로서 살짝 아쉬움을 느껴본다.


물론 오늘 결혼식에 있어 축의금을 받아야 하는 나는 아무것도 즐기지 못한 채 꼼짝없이 앉아서 돈을 받고 식권을 나눠주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식 전에도 식 중에도 식 후에도 바쁘게 움직였다.


포항 멀리서 아빠 엄마가 축하해 주기 위해 찾아왔고 마지막으로 본 지 몇 달이 지난 오랜만에 가족 상봉을 했다.


모든 과정이 끝나고 다시 먼 길을 가는 아빠 엄마를 대전역으로 데려다주는데 뭔가 마음이 뭉클해졌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이제는 늙은 티가 더 짙어진 부모님의 모습을 봐서 그런지 그것도 아니면 이제서야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되며 철이 든 건지 모르지만 그냥 그랬다.


사람은 태어나면 죽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그 사실을 알면서 그 시간이 언제 찾아올지 몰라 또 찾아오는 현실을 마주하기 무서워 이례 겁먹고 미리 슬퍼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좋은 일과 슬픈 일이 섞여서 소용돌이치는 게 인생이라고 하지만 그냥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말이 길어지는 것을 보니 속에 담아왔던 이야기가 많았나 보다.


여기서 마쳐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