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렇게 오늘 잠이 들었습니다.

by 초곰돌이


IMG_3042.jpg?type=w1



오후 4시에 퇴근을 하면 하루가 아직 너무 많이 남은 것 같아 기분이 매우 좋아집니다.


다만 오후 4시에 퇴근하기 위해선 아침 7시에 출근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 단점마저 상쇄해버리는 오후 4시입니다.


올 한 해 계획으로 퇴근 후 시간을 알차게 보내자는 항목을 적었습니다.


어떻게 알차게 보낼지는 정해져 있습니다.


글을 쓰고 블로그를 작성하고 영상을 편집하고 책을 읽습니다.


매일매일 이 모든 활동을 다 할 것이라는 헛된 희망은 품지 않고 있습니다.


언제나 우리 인생은 변수가 발생하는 법이니까요.


우선 배가 고파 잠시 간식을 먹어야겠습니다.


회사 앞 '아른' 빵집에서 산 '후르츠 호밀빵'을 접시 위에 올리고 이탈리아에서 산 발사믹 소스와 마트에서 산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를 준비시켰습니다.


빵 자체가 맛있어 그냥 먹어도 좋지만 발사믹 소스에 찍어 먹으니 이탈리아 푸른 언덕이 눈앞에 그려지며 순간 해외여행을 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소스가 이제 반밖에 남지 않아 아껴 먹어야 하지만 너무 맛있어 그것이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느새 게 눈 감추듯 간식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더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곧 저녁 시간이니 꾹 참아야겠지요.


오늘의 저녁은 소고기 한 팩을 저온으로 굽고 된장찌개와 돈가스를 곁들일 예정입니다.


양이 꽤 많아 보이지만 아버님과 연주가 찾아와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으니 충분히 다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모든 메뉴가 어렵지 않아 전기밥솥 위에 밥을 올려두고 재료를 손질하고 뚝딱 완성해버렸습니다.


다들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어 내심 혼자 뿌듯함을 감추었습니다.


배부른 상태로 소파에 앉아있다 보니 저도 모르게 잠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맥북을 펼쳐서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지만 애써 그 사실을 부정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악마의 속삭임이 들렸습니다.


"오빠, 조금 자. 깨워줄게."


그만 그 속삭임에 굴복해버렸고 10분만 잔다는 게 한 시간 이상을 자버렸습니다.


어느새 시계는 10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고 씻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잘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오늘 잠이 들었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돈이란 것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