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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제 Dec 04. 2022

우선 이 글을 왜 쓰게 됐냐면은요

투병도 아니고 치유도 아니라서 그냥 생활기라 부를께요

나는 이게 망가진 상태다 출처 - 서울아산병원

스무살, 당뇨 판정을 받다

1형 당뇨 판정을 받기 전 날. 나는 점심으로 초밥 세트를 먹었고, 저녁으로 흰쌀밥에 잡채를 반찬으로 먹었다.


특별히 몸을 망치겠다는 악의가 있어서 먹은 식단이 아니다. 정말 몸에 좋거니, 건강하겠거니 생각하고 먹은 음식들이다. 지금 와서 보면 어이없고 말이 안되는 식단이다. 이 식단은 통풍에 걸린 사람이 기분 좋게 맥주 500cc를 주문했다고 보면 되고, 폐암에 걸린 사람이 담배는 몸에 나쁘니 전자담배를 태웠다고 생각하면 되는 식단이다. 그만큼 나는 당뇨에 무지했다. 당뇨가 대략 어떤 질병인지 알지 못했고, 당뇨의 유형이 1형과 2형으로 구분된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당뇨를 모르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뇨는 성인병의 대표주자로 알려져왔다. 당뇨하면 성인병, 성인병하면 당뇨다. 당뇨와 관련된 생활 정보는 노년층이 TV를 많이 보는 시간대 주로 등장하곤 한다.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아침시간대 건강 프로그램. 이름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건강 프로그램에 의사와 MC가 나와 당뇨병에 대한 정보를 읊는 건 자주 봐왔다. 당뇨는 중장년층, 노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2021년 12월. 2차 백신 접종을 위해 이비인후과에 들리는 겸 아래층 내과에 들른 날. 나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혈당 수치를 받았다. 그리고 이 글은 내가 1형 당뇨에 걸린 후 쓰는 일기같은 글이다. 병에 걸렸다곤 하지만 투병이라기엔 딱히 수술을 받거나 병상에 누운 건 아니니 투병이라 부르긴 그렇다. 치유기라고 하기엔 1형 당뇨는 현재 기술로는 치유할 수 없는 병이다. 투병기도 치유기도 아니고 그냥 1형 당뇨 생활기라고 부르려고 한다. 죽기엔 조금 애매한 질병이지만 어쨌든 장기적으로 봤을 땐 목숨이 위험한 질병이다. 이 어정쩡하고도 무시무시한 질병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이 글을 쓰게된 계기는 단순하다. 얼마 전 코로나 19로 당뇨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게됐다. 나는 당뇨 판정을 받고난 후 나름대로 시행착오를 겪긴 했지만 현재는 어째어째 자신만의 식단을 꾸려가며 잘 먹고 살고 있다. 당뇨에 걸린 후 혼란스러워할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을 돕기 위해 글을 써보게 됐다. 인터넷에 당뇨와 관련된 책을 검색하면 60대 이상 노인분들을 타겟으로 삼은듯한 지식 정보 냄새가 가득한 책 밖에 없더라. 나름대로 쾌활하고 활기찬 에세이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비슷한 나이에 당뇨에 걸린 사람들과 이야기를 공유하고 공감하고자 글을 써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 책 중 가장 중요한 부분. 책을 대충 읽는 사람들도 모두 이 부분은 집중해서 읽길 바란다. 나는 1형 당뇨병 환자지, 2형 당뇨병 환자가 아니다.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은 엄언히 다른 질병이다. 


맞는 비유가 될 진 모르겠지만 의사분들이 읽고 틀리다면 대충 정정해주세요-> 몸에서 인슐린을 생산하는 공장이 있다고 쳤을 때 2형 당뇨는 일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생산성이 떨어진 상태다. 1형 당뇨는 공장이 핵폭탄을 맞고 아예 사라진 상태다. 그만큼 1형 당뇨가 더 위중하고, 심각한 상태다. 그러니까 글을 읽으면서 하는 행동을 보고 나도 당뇨인데 안 그런데? 이거 과장 아닌가요? 라는 생각이 든다면 2형 당뇨라는 소리니 부럽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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