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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케빈 Jul 19. 2022

벌써 마흔이 된 콘이형이게


 형, 잘 지내고 있어? 어느 날 우연히 형 사진을 보다가 형이 벌써 마흔이 됐단 걸 알게 됐어.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물론 나도 그 언저리쯤 다가가긴 했는데 믿기지가 않아. 이 오랜 시간을 각자의 자리에서 잘 버틴 게 신기하기도 하고.


 어릴 때 형을 처음 만났을 때가 언제였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아. 다만 어릴 때부터 우리 꽤 자주 만났었잖아. 언젠간 형이 너무 좋아서 엄마한테 보고 싶다고 졸랐던 기억도 나는 것 같아. 사실 크면서는 형 말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며 조금 소홀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찾아갔던 것 같아. 가끔씩 만나도 어찌나 좋던지. 내가 찾아갈 때마다 반겨줘서 너무나 고마워.


 아, 그러고 보니 형 요즘 조금 멋있어졌더라? 예전엔 되게 촌스러웠거든 ㅋㅋㅋ 옷도 진짜 구린 옛날 옷만 입고, 맨날 입는 옷만 입고, 전혀 멋 부릴 줄 몰랐었는데 요즘은 트렌드에 따라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 나이 들수록 더 옷 입는 부분에 신경 써야 되는 것 같아. 그래야 어린 친구들이랑도 계속 어울릴 수 있고, 너무 아저씨 같으면 아무튼 좀 그래. 내 생각에는.


 얼마 전에는 우리 아이랑 만나서 잘 놀아주는 것도 고마웠어. 막 손가락으로 장난도 치고, 같이 아이스크림도 먹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더라. 신기하지 않아? 나랑도 잘 놀았는데, 우리 아이랑도 잘 놀고. 형은 예전부터 그랬던 것 같아. 그러고 보니 우리 아버지도 형 되게 좋아했어, 그렇지? 형은 참 신기해. 어린이나 어른이나 다 잘 어울리고, 다 형을 좋아하고. 부러워! 도대체 비결이 뭐야? 얼마 전엔 상도 받았더라? 형네 회사에서 몇 년 동안 형이 돈을 제일 많이 벌었다며? 진짜 대단해...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만나면서 지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앞으로 10년? 20년?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 각자의 자리를 잘 지키면서 살아보자. 혹시나 알아? 우리 아이가 아이를 낳고, 그 아이도 형이랑 잘 지내게 될지?


 이렇게 형 생각하며 글 쓰다 보니 또 보고 싶다. 곧 찾아갈 테니까 그때 만나자. 그때까지 잘 지내고 있어! 꼬깔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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