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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a Sep 20. 2019

네가 무엇을 선택하든

day 6. 인생의 갈림길 속에서

도시로 다시 돌아오고 나서, 이곳의 식재료로 요리를 해보자던 작은 위시리스트를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시내에서 돌아오는 길에서 마트에 들러, 야들야들한 주홍빛의 통 연어를 사왔다. 이 시간을 위해서 아이슬란드에 입국하자마자 면세에 들러 사두었던 와인과 맥주들도 있겠다, 샐러드를 만들고, 주방장을 흉내내며 그럴듯하게 자른 연어회를 그 위에 올렸다. 그리고 짠! 와인잔을 부딪히며 긴 드라이브를 무사히 끝낸 우리들에게, 더없이 적절한 음식과 술을 선택한 우리들에게 감탄하고 기뻐했다.


흥은 올랐고, 장장 여섯시간에 걸친 드라이브에서 풀렸던 이야기 보따리를 마저 풀다보니 정말 사소한 취향에 대해서도 얘기하게 되었다. 이야기는 '이상형 월드컵'으로 향했다. 두가지 비슷하지만 다른 타입의 선택지를 내보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고르는 거였다. 얘기를 하면서 어느 면에서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왔던 사람의 다른 면을 볼 수 있었다


집단의 하나가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취향을 존중하는 사회이다. 그래서인지 더욱 취미를 기초로 한 커뮤니티나 모임은 계속 늘고 있다. ' 나와 비슷한 사람은 비슷한 결을 가졌을 것이다' 자신만의 리트머스지로 저 사람은 어떤사람일까 생각하고 판단한다. 하지만 모임에 가보면 안다. 취향이 비슷하다고 해서 성향까지 비슷한 건 아니라는 것. 그러다보면 어느새 내가 들고 있는 이 리트머스지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혹시 나도 모르게 상대도 나와 같기를 기대하고 혼자 실망하게 되는 건 아닐까, 내 알량한 경험에서 나온 편견으로 '저 사람은 나랑 안맞을거야' 하고는 지레 겁먹고 속단해버리는 것은 아닌가. 너무 빨리 기대하고 실망하기전에 그사람에 대해서 온전히 생각해주는 시간과 마음을 갖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취향의 선택도 인생의 갈림길에서의 선택도.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그 모든 선택을 이해하고 응원해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싶다. 나와 조금 달라도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한번 더 생각해보는 마음을 가지고 싶다.



이번 모임에서도 책을, 음악을,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왔지만 그들은

가사가 들리는 것 조차 스트레스라 연주곡을 듣지만 평소에는 시끄러운 락밴드의 음악을 찾아듣는 사람, 이성적이고 차분하지만 감성적으로 풍부한 울림을 좋아하는 사람, 조심스럽지만 준비가된다면 누구보다 확실하게 추진하는 비슷하고도 다른, 다르지만 비슷한 취향과 시선을 확장하며 서로를 알아간다.


이날 우리가 본 것은 대자연과, 레이캬비크 도심의 해가지지않는 밤, 유명한 핫도그가게 였지만 나에게 남아있는 것은 같은 듯 다른 취향과 시선을 공유하고 그것이 쉽게 무시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작은 책방을 보며 동시에 소리지르는 우리지만 이상형에 대한 취향은 확고한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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