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물고기만 포기하면 돼.
요즘 핫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를 읽었다. 오랫동안 해온 독서모임의 주제였는데, 혼자 읽으면서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 많아서 나도 모르게 책끝을 접어가며 읽었다. 빌려온 책이었으면 어쩔뻔했어!
토론을 하고나니 더 마음에 들어서 줄거리와 감상을 기록해두기로 한다. 스포를 주의할 것!!!!
❌스포주의❌
전체적인 내용은 일단 제목 자체를 스포라고 생각하면 된다.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헷갈렸지만 다큐영화같은 논픽션이었다. 그냥 하고싶은말만 나열했다면 재미가 없었을텐데,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사람의 생애를 집요하게 추적해가는 작가의 스토리라인이 끝에가서 딱 아다리(!)가 맞는 느낌이 이 책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혼란속에서 성장해가는 작가의 감정선을 보는 것도 이 책의 재미요소 중 하나이다. 성장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작가는 분명한 변화를 겪고 있고 나에게 꽤나 큰 공감과 울림을 주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고, 우리의 삶은 틀려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일생을 '질서'를 찾기 위해 살아간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혹함마저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일생일대의 과업 앞에서 그 모든 것들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그의 세계관의 끝은 혼란과 혼돈이었다.
우리가 알고있는 모든 분류체게는 의미가 있는걸까? 우리는 그저 속편히 살기위해 이 분류체계를 옹호하고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 안에서 어떤 폭력이 일어나는지도 모른 채.
중간에 이 극단적인 질서와 위계의 사다리 끝에서 마주치는 '우생학'의 피해자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작가는 민들레 원칙을 짚어나간다. 민들레가 누구에겐 독초이고 누구에겐 약초이듯, 각자의 의미를 가지고 살아가는 중요한 인간이라는 것을. 그렇지만 나에게는 이 책에서 말하는 전체적인 줄거리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저 우리는 존재할 뿐이며 의미를 찾을 수 없는 혼돈속에서 갑자기 찾아버린 의미라니 조금은 교교훈적이고 전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해자에게는 끔찍한 기억이고 있어서는 안되는 일들이 그냥 교훈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느낌도 조금은 들었다. 모든 논의를 조금은 납작하게 해버리는 느낌을 받아서 아쉬웠다.
물론 다윈이 하려고 한 말처럼 생명의 전체조직의 복잡성을 나타내려고 한 것이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저기 저 돌아서는 모퉁이에서 우리 모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라고 확신했다. 약속은 없다. 피난처도 없다. 희미한 빛도 없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든 상관없이." (228p)
(작가는 데이비드 이야기의 진짜 결말을 알지못해서 이렇게 생각했다고 했으나 나에게는 이쪽이 조금 더 와닿았다)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 마침내, 내가 줄곧 찾고 있었던 것을 얻었다. 하나의 주문과 하나의 속임수, 바로 희망에 대한 처방이다. 나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약속을 얻었다. 내가 그 좋은 것들을 누릴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얻으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다. 파괴와 상실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들 역시 혼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265p)
너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 행복할 자격이 있어. 그런 말들은 와닿지 않았다. 이해되지도 않았다. 사실 우리가 뭐라고 사랑받아야하며 좋은 것들을 누려야할까? 애초에 그런것들이 있기는 할까? 좋은 것들... 누군가에게는 좋지만 누군가에게는 싫은 것일수 있다.비오는 날은 누군가에겐 기억을 곱씹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일하기 짜증스러운 날일 뿐이다. 파괴와 상실은 보통 슬픈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전 연인을 잃음으로써 새롭게 만나는 연인과 새로운 시작을 할 수도 있다.
"죽음의 이면인 삶. 부패의 이면인 성장. 그 좋은 것들, 그 선물들,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황량함을 노려보게 해주고, 그것을 더 명료히 보게 해준 요령을 절대 놓치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정하는 것이다. 산사태처럼 닥쳐오는 혼돈 속에서 모든 대상을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266p)
우리가 갖는 기회는 정말 좋은 걸까? 아니면 꼭 나쁘기만 할까? 그런 것은 없다. 우리가 중요하지 않듯이 말이다. 그저 자연은 가치중립적이다. 닥쳐온 일에 대한 판단은 언젠가 틀릴수도 있다는 걸 예민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이 세상은 혼란으로 가득차 있고, '열역학 제2법칙'을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것. 물고기가 없는 것처럼 무언가를 분류하는 것은 진리가 아니라 편리를 위한 것이라는 걸 깨닫는 것. '이름짓기'에서 우리는 그 특성을 축소하고 다른 가능성을 닫아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진리보다는 편리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 그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나만의 확실성을 테디베어처럼 붙잡"고 있고 매순간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지만 이 세상은 답 자체가 없다는 생각을 하니 오히려 조금 마음이 놓였다. 불안한 상태 그것이 오히려 '정상'이라는 것에서 오는 안도감일까? 이 또한 역설적이지만.
지적 자극을 느끼고 싶은 사람
흥미로운 관점에 관심이 있는 사람
자신이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캐롤 계숙 윤 님의 저서
https://www.amazon.com/Naming-Nature-Between-Instinct-Science/dp/0393338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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