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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엽엽 Jan 05. 2022

우간다에서 머리를 짧게 친 이유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저)』의 한 문장을 삶으로 만나다.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 노동시장 유연화 문제, 기업 구조조정 문제 등은 
따뜻한 가슴만으로 해법을 쉽게 찾을  있는 문제도 아니다. ...
하지만 해법은 냉철한 머리로 찾아야 하더라도, 먼저  문제들이 실제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생하게 느껴보는 것과 
단지 머리로만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천양지차다.
인건비라는 숫자로만 존재하는 사람들과 
  벌어서 자식 키우며 살아가는 이웃의 얼굴로 떠올리게 되는 사람들은 다르다.
 
<개인주의자 선언 , 문유석 지음>


우간다에서는 머리를 자주 못감으니까 머리를 짧게 친 것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다니는 옷가게에 가서 천을 떼다가 옷을 해입었다. 동네분들이 먹는 것을 먹고, 그분들과 손잡고 껴안고 뺨을 대며 내가 원했던 것은 어떠한 해답이 아니었다. 그저 나는 책에서만 읽은 아프리카 대륙이 아니라 진짜 그 분들의 삶을 생생하게 느껴보고 싶었던 것이다. 같이 잘 살려면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분들의 입장에 서봐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머리를 다시 기른, 한국에서의 삶. 나는 요즘 '인간'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한다. 도대체 이 인간이란 존재들은 어떤 존재길래 우리 삶을 아프게도 하고, 기쁘게도 하는가 하는 생각말이다. '진짜 이해가 안돼'라고 하며 분노하는 날이 많은 요즘이었다. '뭔 저런 인간이 다 있어'라며 손가락질 하는 일이 정말 잦았던 요즘이다. 사람을 사랑했던만큼 그만큼 아팠던 날들이었다.



오늘 커피 한 잔을 들고 카페 정 가운데 커다란 나무 테이블에 앉았다. 주춤하는 나를 보고는 앞자리에 계신 분께서 내 자리를 마련하라고 짐을 주섬주섬 치워주셨다. 감사하다고 목례하며 웃어보였다. 그때, 앞자리에 계신 분 또한 나를 보고 함께 목례하며 웃어주셨다. 작은 것이라면 작은 순간인데 나의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졌다. 찰나에 '인간'에 대한 고민이 사그라들었다.


내 앞자리의 선생님은 내 입장에서 나를 생각해 본 것이다. 언젠가 나와 같은 경험이 있으셨을지도. 그리고 언젠가의 나도 선생님처럼 자리의 일부를 양보할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힘. 그것이 인간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힘이 아닌가 하는 배움이 일었다. 한나 아렌트가 말했던가. 악은 평범한 것이라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모르는 무지(無知)가 악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가스실에서 고통받을 유태인을 생각하지 못한 그 무지가 바로 악의 시작은 아니었을까.


성찰과 경청, 거기에 더해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우간다에서 그들의 삶에 녹아들고 싶어 몸부림 친 것처럼, 오늘 나의 이 삶에서 다른 사람의 입장을 먼저 이해하려고 몸부림치는 그런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모두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같이 잘 사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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