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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오미 Apr 17. 2024

가족끼리 각방써도 사이 좋은 비결

1인 1방 비법

지난주 우리 가족이 1인 1방을 쓴다는 글을 올리고, 조회수6천이 넘었다.


남편, 나, 고딩 딸 각자 자기의 방이 있다. 아마 남편방에서 많이들 놀라셨을 것이다. 심지어 잠도 따로 잔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정말 각박한 '개인플레이 가족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우리 가족은 매일 시트콤 찍는거 아니냐 할 정도로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가족끼리 각방을 쓰는데도 사이가 좋고, 소통이 잘되는 비결이 뭘까?


내가 생각하는 첫 번째 비결은 '방문을 닫지 않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결혼 후 살면서 특별한 이유없이 깨어있는 시간에 이유없이 방문을 닫은 적이 없다. 이것은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마찬가지라 아이도 이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보통 아이들 사춘기가 오면 방문을 닫는다고 많이들 표현한다. 우리집에서는 열린 방문이 자연스러운 일이라, 고딩이 되도록 아이방도 방문이 닫혀진 적이 없다.


겁이 많은 아이기도 해서 오히려 방문 닫는것을 싫어한다. 기질상의 이유도 있다.


오죽하면 이런 집안 문화에 7년간 살아온 우리집 반려견 '라떼'도 집에 방문이 닫혀 있는 꼴을 못본다. 방문이 닫혀 있으면 들어가려해서 문을 열어주고 닫으면, 또 나온다고 난리다.


그래서 내가 맨날 '어디 있을건지 정해라!'라고 얘기하곤 한다. 문 아래 작은 틈사이로 킁킁 냄새를 맡고 발을 쏙쏙 집어넣고 난리난리.


내가 거실에서 공부방을 운영중이기 때문에 수업하는 동안, 라떼를 딸 방에 넣어 놓는다. 내가 수업을 하는 이 때가 우리집의 모든 방문이 가장 오래 닫혀있는 시간이다.



각자 방을 써도 소통이 잘 되는 두 번째 비결은 남편이 수시로 '감찰'을 다닌다는 것이다. 나는 그를 '이형사'라고 부른다.


사실 나는 거실 내 책상에서 잘 움직이지 않는다. 남편이 뭐하는지, 딸이 뭐하는지 궁금해서 이방 저방, 막 돌아다니지 않는다.


내가 돌아다니지 않아도 내 공간이 거실과 부엌 길목에 있다보니 그들이 알아서 나를 스쳐가며 접촉한다.


이렇게 밤에 브런치 글이라도 쓰다가 누가 하나 방에서 나오면 나는 얼른 창을 바꾼다. 아니면 그들이 와서 모니터의 글을 뚫어지게 쳐다볼게 뻔하다. 오픈된 공간에 배정된 자의 슬픔이다.


하지만 남편은 수시로 거실과 딸 방, 부엌을 돌아다니며, 집안 분위기를 살핀다. 방에만 박혀있지 않다는 얘기다.  


딸의 컨디션이 어떤지, 부인이 책상에 안좋은 자세로 너무 오래 앉아 있는건 아닌지, 라떼는 밥을 먹었는지 등등 여러가지를 한바퀴 돌면서 '매의 눈'으로 살핀다.


'감찰'이라고 쓰고 '관심'이라고 읽는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렇게 방문이 늘 열려 있다는 것은 가정 분위기가 편안하다는 뜻이다. 


나는 원래 자랄 때 늘 방문을 닫고 살았기 때문이다. 시끄러운 곳을 떠나 혼자 조용히 있을 곳이 항상 필요했다. 굳이 방문을 열고 싶지도, 열 이유도 없었다.


방문이 늘 열려 있는 우리 집.


가족끼리 1인 1방을 써도 사이 좋은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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