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길원 Jul 18. 2023

기회는 항상 위기에서: 무쇠 옮기기 프로젝트

테일러 과학적 관리를 업무에 적용하는 방법

22년 5월에 진행한 무쇠 옮기기 프로젝트입니다.


물류 출고 사원의 퇴사가 임박하고, 신규 채용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었다. 이미 대체 인력으로 채용한 4명의 신규 직원들이 차례로 퇴사를 한 후였으니 말이다. 6개월 이상 이러한 채용의 반복으로 회사의 변화가 필요함을 느꼈다. 



당장 급한 대로 다른 부서의 직원을 동원해 당직처럼 물류 업무를 커버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각자의 업무에 바쁜 관계로 이 또한 지속 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물류 업무의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찾고 싶었고, 동시에 채용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매일 출고 상품을 준비하고 운영해야 하는 직무인만큼 신속한 대처 방안이 필요했다. 하지만 채용이 4번이나 어그러지니 잘 해내리라는 확신이 없었다. 온라인으로는 거의 모든 채용 플랫폼을 사용해 보았고, 오프라인으로는 임직원 추천 채용, 교회 채용 광고, 지인 추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적절한 인재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에 대한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머릿속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꼭 정규직으로 채용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알바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아이디어에 따라 알바 채용으로 노선을 바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무쇠 옮기기'라는 프로젝트 명을 정하고 과연 알바가 정규직만큼의 성과를 내는지, 그리고 알바 체제가 우리 회사에서 지속가능한지를 검증하려 했다. 



알바로 체제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다고 어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출고 업무의 어려움이 여전히 존재했다. 우선 출근 시간부터 바꿨다. 정시 출근은 9시지만 오전 7시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알바도 함께 물류 피킹-검수-패킹 업무에 투입되었다. 관리자로서 옆에서 알바를 지켜보며 업무에 필요한 프로세스 개선에 나섰다. 



단순해 보이는 출고 업무라도 의료 쪽 업계다 보니 아무런 백그라운드가 없는 초심자에겐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전산에 등록된 상품만 2,000개이며 냉동, 냉장, 유효기간 등 변수가 존재한다. 그리고 출고지시서에 적힌 상품명을 기준으로 물건을 출고해야 하는데 상품을 올바로 찾아오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박스히어로' 어플을 사용했다. 상품명 또는 코드를 검색하면 상품의 위치와 사진이 검색된다. 어플을 검색하면서 양손이 자유롭도록 핸즈프리를 구매하여 손목에 스마트폰을 장착하였다. 



그리고 성과 측정을 위해 각 병원 물품이 출고될 때마다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했다. 2주가 지나니 숙련도가 쌓이면서 출고 속도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출고 시간을 더 줄이기 위해 동선 최적화를 했다. 출고지시서에 작성된 순서에 따라 물건을 챙기는 흐름을 만들어 A구역부터 Z 구역까지 한 바퀴만 돌면 모든 상품을 피킹 할 수 있도록 위치를 재구성했다. 



알바는 3주 차부터 정규직과 얼추 같은 출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여기서 와우를 외쳤다. 그전에는 상품을 숙지하고 정상적으로 출고하기까지 대략 6개월 이상의 소요됐었기 때문이다. 



물류 출고는 빠르게 안정화를 찾기 시작했다. 동기부여를 위해 당일 출고량을 초과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다만 물류 출고 에러율을 낮추기 위해 정확도 지표를 넣었다. 고객에게 물건이 잘못 가면 대처를 위한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커진다. 질적인 목표를 추가함으로 알바는 정확한 출고에 신경을 더 쓰게 되었다. 



프로세스에 알바도 곧 잘 적응했다. 7시에 출근하여 알아서 출고지시서를 출력하고 할당량을 끝내면 퇴근했다. 노력 끝에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출고량과 정확도를 동시에 높이는 성과를 이뤘다. 출고 업무는 안정화를 찾기 시작했고, 우리 회사에서 알바 체제가 잘 동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에 알바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2차례 교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바분들은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마지막 피드백을 주셨다. 복학 또는 취업 때문에 그만두지만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불러달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지금은 36주째 매출 업무를 봐주시는 알바분으로 정착이 되었다. 처음 연이 닿았을 땐 휴직 상태셨지만 복직 후에도 계속 알바를 이어나가고 싶다는 뜻을 밝혀주셔서 지금까지 직무를 잘 맡아주고 계신다. 



'무쇠 옮기기' 프로젝트는 나에게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이전엔 [1명의 정직원, 성과는 평균, 업무 만족도 없음, 4명의 연속 이탈]이었지만 변화 이후로는 [1명의 알바, 업무 만족도 높음, 성과 높음]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책에서 얻은 지혜를 실제로 적용하고, 한계를 돌파하는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메디원 is hiring!


작가의 이전글 노션을 기반으로 한 개인화 챗봇 만들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