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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긍정 Aug 20. 2023

정보화사회와 고령화

나이가 든다는 것은 개인의 데이터(경험)가 쌓여가는 멋진 과정입니다. 

요즘 인구정책으로 출산 장려 정책이 많이 보입니다.

출산율이 빠르게 붕괴되고 있으니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인구변화에서는 출산율만 빠른 것이 아니라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청년인구 감소 = 줄어드는 세금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이런 주제로 사람들과 얘기하곤 하는데요, 

저는 청년인구만 세금은 낸다고 보지 않아서 언쟁을 자주 벌이곤 합니다. 


기존의 농경사회에서는 일하는 사람은 젊고 튼튼해야 하죠. 

산업혁명기에도 장시간 노동이 경제 성장의 기반이었으니까, 젊고 튼튼해야만 일자리를 갖고 세금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4차 산업 혁명시대에도 그럴까요?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이 중심이 되는 데이터 혁명 기반 4차 산업혁명은 젊고 건장하고 튼튼한 노동력이 아닌 두뇌와 노하우를 필요로 합니다. 


나이가 들면 체력이 감소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요. 사람마다 체력에는 차이가 있으니 누구나 40대 이후가 되면 본인의 예전 체력보다는 감소하게 됩니다.

신체활동은 저하되는 반면, 두뇌에서는 다른 일이 벌어지지요.

물론 뇌기능도 저하되기 때문에 예전처럼 기억력이 좋지는 않고 누구나 기억력이 감퇴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딥러닝과 반복학습을 통해 점점 더 정교해지는 것처럼, 사람도 경험이 쌓이면서 예전과는 다른 폭넓은 생각이 가능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재창조할 수 있고, 다양한 상황에 훨씬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응용력을 갖추는 등 인생을 살아가면서 쌓인 경험으로 기억력은 좋지만 서투르던 과거와는 다른 능력은 펼칠 수 있지 않나요? 


40대에 접어들면서 예전보다는 기억력과 체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2시간이면 될 일이 3시간 걸리고, 예전에는 다 할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같은 기간 내 70~80%나 해내면 다행이라고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시각이 열리면서 같은 상황에서 판단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더 좋아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 아는 것을 예전에 알았다면 더 좋은 선택을 했을 텐데 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어요.


체력이 부족해졌지만 더 좋은 선택을 하게 된 요즘을 돌이켜보며, 인구정책도 고령인구를 이런 방향으로 활용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구의 고령화와 지능정보사회는 맞물려있다고 생각해요.

1차 산업은 농업, 임업, 어업 등 천연자원을 활용하는 사회, 2차 산업은 생산, 건설 등 제조업 중심의 사회, 3차 산업은 서비스 산업, 4차 산업은 데이터 산업이라고 합니다. 

농업, 생산은 체력이 필수조건이니 당연히 젊은 인구가 많이 필요하고, 3차  산업도 사실 사람들이 젊은 사람이 서비스하는 걸 선호하긴 하니 젊은 사람이 중요하죠. 


하지만 데이터 산업 시대라면 사람도 데이터가 많이 쌓은 고령인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산업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인구 정책은 기존 산업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2020년에는 업무상 시니어 정책, 시니어 산업, 시니어를 위한 제품 개발을 위한 세미나를 매달 참여했었습니다. 당시 매번 배우고 논의하던 내용의 중심은 "시니어는 보호해야 할 대상"이었어요. 나이가 들면 눈도 잘 안 보이고, 악력이 약해져서 쥐고 잡는 힘도 다르고, 관절이 안 좋으니 걷는 것도 다르고 그러므로 시니어를 보호하기 위한 제품을 만들고, 보호하기 위한 요양시설이 필요하고, 시니어를 보호하기 위한 IoT 개발이 필요하고, 시니어의 치매 방지를 위한 활동 지원이 필요하고 등등 시니어는 예전과 다르게 쇠퇴하고 있으므로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고 더 이상은 무언가를 창출하는 대상이 아닌 보호만 받고, 여생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그런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100세 시대라고 하면서 60대에 은퇴한 인구를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합리적일까요? 시니어 정책에는 시니어의 지속적인 사회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이 모색되어야 하고, 시니어의 사회활동을 건강관리, 친목 도모, 사회 봉사 활동 등이 아닌 살면서 스스로 쌓아온 데이터를 활용하여 사회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인구로 보고 관련 정책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건강기능식품 분야에 근무하므로, 아프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는 사회를 위한 제품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기왕 아프지 않고 오래 산다면 오랫동안 직업을 갖고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제반이 갖춰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젊을 땐 조금 벌고, 나이가 들수록 많이 벌게 되다가 60세가 되면 은퇴하는 사회. 저는 이런 사회는 4차 산업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소득이 나이에 따라 결정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누구나 능력과 일하는 시간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어야지 호봉제처럼 근무 기간이 오래되었다고 급여가 올라가는 것은 현대사회에 적합한 제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런 제도는 나이가 들면 업무 역량은 떨어지면서 급여만 많이 가져간다는 고정관념을 유발하고, 이런 고정관념은 고령인구가 직업을 갖고 사회활동을 하는데 큰 제약이 됩니다. 


호봉제는 눈사람 만들 때 눈덩이를 만드는 것과 같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눈을 뭉치고 굴리려면 많은 힘이 들어가는데도 눈 덩어리는 작죠. 손만 시리고 잘 뭉쳐지지도 않고 허리 숙여 눈을 굴리면서 깨지지 않게 요리조리 힘들게 굴려야 하는데 들이는 고생에 비해 눈덩어리를 매우 작습니다. 그런데 그걸 애써 어렵게 만들어 굴리다 보면 눈덩이가 커져서 발로 톡톡 차기만 해도 알아서 착착 굴러가면서 커지죠. 


체력이 업무능력에 기준이 되는 사회라면, 젊어서 좀 고생을 하고 적게 받으며 비축해 두어야 늙어서 업무능력이 저하되었을 때 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치는데, 지금 사회구조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앗, 글을 쓰다 보니 점점 얘기가 산으로 가게 되네요? 

어쨌거나 사회는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확 바뀔 정도로 매우 급변하고 있고, 사회만 바뀌는 게 아니라 기후 변화로 인한 기후 위기로 환경도 급변하고 있고, 인구 구조도 급변하고 있습니다. 사회와 환경은 변하는데 예전의 인구구조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바뀐 인구구조로 현명하게 버티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저는 사회학자가 아니라 정확한 답을 낼 수는 없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가 아닌 이미 태어난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면 체력과 신진대사가 감소하기 때문에 쇠퇴하는 거라고 보는 시선이 절대적이죠. 하지만 앞으로는 나이가 든다는 것은 데이터(경험)가 더 쌓여가고 있다는 발전의 개념으로 생각해주었으면 합니다. 데이터가 소중한 시대에는 개인의 데이터(경험)도 자산이니, 늙는다는 것 자체를 쇠퇴하여 보잘것 없어지는 과정이 아닌 데이터가 쌓여가는 근사한 과정으로 생각하고 이에 대응하여 개인이 쌓은 데이터를 우리 사회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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