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그리고 보호자의 그리움
반려동물이 무지개 다리를 건너간 이후, 보호자는 다양한 감정의 변화들을 겪게 됩니다. 처음에는 Denial, 즉 현재 상황을 부정하고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에 몰두하거나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경험하게 되고, 그 뒤에는 Guilty, 죄책감과 자책하는 생각들에 몰두하는 단계들을 경험하게 되지요. 때로는 Anger, 분노와 같은 감정들이 나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향하게 되기도 하고, 조금씩 Bargain, 협상을 하는 단계를 겪으며 급격하게 요동치던 감정들이 조금씩 누그러들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정적인 어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울감과 과거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게 되는 단계들도 찾아오게 되고, 이때 찾아오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다시 한번 보호자를 아프게 하지요. 하지만, 얼마 전까지도 같은 공간에서 먹고, 자고, 놀기도 하며 나와 함께 살았던 반려동물이 살아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은 없기에, 그리움이라는 것이 너무도 막막하고 괴롭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움이라는 것은 이렇듯 죄책감이라는 큰 산을 넘어선 뒤에 다시 보호자가 마주하게 되는 어려움입니다. 그렇기에 '도무지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어', '너무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아', '단 한번이라도 안아볼 수 있다면', '사진을 보고 영상을 아무리 봐도 갈증이 해소가 되지 않는 느낌이야'라는 생각들로 힘든 시간을 겪는 보호자분들을 상담실에서 자주 마주하고 있다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지요.
너무 지나친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맞지 않고, 나 자신이나 주변인에게 가졌던 분노 대신에 '용서'와 '이해'가 필요하다고 느껴요. 하지만, 아직 크게 남아있는 이 그리움은 어떻게 해야 되나요?
그리움에 대해서 심리상담 작업을 하게 될 때, 저는 우선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우울이나 불안, 심한 자책, 자살사고와 같은 생각이나 감정들은 줄이거나 사라지게 만들어야 하는 것들이지요.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그다지 필요한 것이 아니며, 때로는 우리를 아프게 하고 무너트리고,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이니까요. 하지만, 그리움은 어떠한가요? 그리움은 사라지게 만들어야 하는 감정인가요? 그리움이 사라져야 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정상적으로 애도를 잘 마쳤을 때, 상담이 종결되었을 때, 혹은 시간이 꽤 많이 지난 뒤에 "나는 이제 반려동물이 전혀 그립지 않고, 보고싶지도 않고, 생각나지도 않아"라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요?
그리움은 없애거나 해결되야 되는 감정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대상을 잃었다면, 당연히도 그리워해야 하며, 애도를 잘 마쳤다고 해서, 상담을 완벽하게 받았다고 해서, 시간이 오래 지났다고 해서 사라질 수 있는 감정이 아닌 것이지요. 그렇기에 우리는 그리움을 수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0년 뒤에도, 20년 뒤에도 나는 여전히 반려동물이 그리울 수 있고, 그리워해야 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나 자신에게 되돌려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수용적인 접근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닙니다. 때때로 우리는 생각을 하려 애쓰는 것보다, 마음챙김 명상과 같이 생각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내려놓기 위한 행동을 취하는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올라왔음을 알아차리고, 판단하지 않으며, 감각으로 돌아가보는 마음챙김 명상을 반복하는 것은 우리가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인정하고 마치 달걀을 깨어지지 않게 쥐듯 부드럽게 인정하고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지요.
심리상담이라는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이러한 수용적인 태도에 대해 상담자와 함께 이야기하거나 마음챙김 명상을 공유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실에서 펫로스 증후군으로 힘들어하는 보호자분들과 함께 "그리움이라는 것은 그래서 결국 치료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살아가도 되는 괜찮은 감정>이구나"를 인식할 수 있도록 작업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도 하고 있지요. 만약,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떨쳐지지 않는다면, 혼자서 감당하기 너무 벅차다고 느껴진다면, 꼭 전문가를 찾아 이러한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삶을 되찾으실 수 있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펫로스 증후군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넓힐 수 있는 활동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펫로스 심리상담센터 <안녕> 원장 조 지 훈
한국심리학회 공인 임상심리전문가
한국임상심리학회 전문회원/ 수퍼바이저
서울대학교병원 본원 임상심리전문가 수련
미국 Beck Institute 'CBT for Depression & Suicide' 현지 연수
서울대학교병원 의생명연구원 (삼성, SK헬스커넥트 연구 참여)
아주대학교 대학원 심리학과 임상심리학전공 석사
"어서 오세요, 펫로스 상담실입니다" 저자 [라곰, 2023]
EBS 펫클래스유 펫로스 <반려동물 이별지침서> 강사
Pet Bereavement Counselor Diploma 이수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SBS 뉴스토리" 등 출연, 자문 다수
* 사전예약제/ 전화 및 인스타그램 DM 신청 이후에 등록이 가능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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